윤여준 "국민들, 민주주의 걱정 많아 YS 빈소 많이 찾는듯"
"YS는 돈 많은 사람 안 쓰고, 참모들 직언 진지하게 들었다"
문민정부때 최장수 청와대 대변인 겸 공보수석을 지냈던 윤 전 장관은 이날 교통방송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김영삼 대통령이 좀 탁월한 분이셨거든요, 소통이라는 점에서는. 국민과의 소통도 굉장히 열심히 하셨던 분이고 주변사람들하고 소통도 굉장히 활발하게 하셨던 분이거든요. 그런 소통을 통해서 다양한 의견들을 다 들어서 판단하셨던 거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YS 빈소를 찾는 국민 조문행렬이 예상보다 많은 것과 관련해서도 "저는 뭐 그런 돌아가시는 경우에는 국민들이 그런 수준의 애도를 표시할 거라고 생각했었다"면서도 "더군다나 우리는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걱정들이 많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 민주화를 이끈 지도자에 대한 애정이 더 있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이 된다"며 우회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했다.
그는 YS의 인사에 대해서도 "사람 쓰는 원칙 중에 '재산이 많은 사람'은 안 쓰겠다고 하셨다"면서 "그래서 한 번은 아주 유능한 사람, 평판이 좋은 사람인데 안 쓰시겠다고 해서 제가 올라가서 말씀드리면서 '왜 안 쓰시냐'고 했더니 ‘내가 그 사람 가정 배경을 잘 아는데 원래 가난한 출신이야. 평생 공직에 있던 사람인데 어떻게 그런 재산을 모으나? 비리가 있었다는 이야기 아니야!’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찍 소리도 못하고 나왔죠"라고 구체적 사례를 전했다.
그는 "또 한 번은 무슨 경우가 있었냐 하면 유산을 많이 받은 분이 있었어요, 본인이 돈을 번 게 아니라. 그런데도 안 쓰시겠다고 해서 올라가서 '이건 비리가 아니고 유산을 받아서 돈이 많은 건데 안 쓰시면 이건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지 않습니까' 했더니 ‘어떻게 벌었든 돈이 많은 사람들은 서민의 고통을 몰라. 그런 사람은 고위공직 쓰면 안돼.’ 그러시더라고요. 저는 그 철학, 그 원칙이 정말 옳다고 생각했어요"고 전했다.
그는 "'돈이냐, 권력이냐, 두 가지를 다 가지려고 하면 안 된다, 한 가지만 갖는 것도 참 남다른 혜택을 받는 것인데 어떻게 두 가지를 다 갖느냐, 그건 과욕이다', 그런 말씀도 직접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YS의 참모와의 소통에 대해서도 "끝까지 참모들의 직언을 들으시고, 굉장히 심기를 거스르는 이야기를 해도 절대로 불편한 내색을 안 하세요. 끝까지 다 진지하게 들으시고 당신 생각을 이야기하시고, 또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셨거든요"라면서 "저만 하더라도 대통령이 이미 결정하신 사안을 제가 듣고 올라가서 그 결정을 잘못하신 거라고 말씀드린 일이 있었어요, 몇 번. 보통 같으면 굉장히 그거 꾸중을 들을 일이죠. 그런데 '왜 그러느냐' 해서 설명을 계속 드렸더니 한 번은 '아, 윤 수석 말을 듣고 봤더니 내 생각이 짧았다, 바꾸자', 그래서 결정을 번복하신 일도 있고. 어떤 때는 '아, 그러냐'고 '내가 좀 잘못한 거 같은데 다시 알아보고 판단하겠다' 하시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전혀 수용을 안 하실 때도 있고 그런 일이 있었거든요. 참 그런 대통령 만나기 쉽지 않거든요"라고 회상했다.
그는 "참모들의 머리를 빌리시는 데는 정말 주저함이 없으셨어요. 당신의 체면이나 위신 이런 거 생각 안 하시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셨거든요. 그렇게 분위기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참모가 직언 못합니다"라며 YS의 열린 용인술을 극찬했다.
그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 등이 YS의 정치적 아들임을 자처하는 데 대해서도 "모든 사람들이 다 그 정신을 제대로 계승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아주 정말 특별히 가까웠던 분들은 그 분이 가지고 있던 정치적 이상이 분명히 있잖아요. 정신, 원칙, 이런 것을 계승하는데 전부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이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김 대표 등의 행보가 YS의 역사바로세우기, 민주화 등과 부합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지금 그렇게 보기는 어렵죠"라면서 "뭐 지금 여당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의회민주주의의 발전이나 성숙을 위해서 그렇게 애 쓰는 모습은 아니잖아요"라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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