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항의방문' 세월호 유족 2명, 경찰진압에 실신
"朴대통령, 할 말있으면 언제든 찾아오라더니"
유경근 세월호가족대책위 대변인에 따르면, 유가족들과 '4.16농성단'은 이날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책임지라"고 촉구한 뒤, 박근혜 대통령을 면담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했다.
그러나 유가족들과 농성단은 곧바로 경찰에게 제지당했고 도로에 앉아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세차례 해산경고 이후 물리력을 동원해 이들을 인도쪽으로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고 박예지 양의 어머니 엄지영씨와 고 최성호군의 아버지 최경덕씨가 실신해 강북성심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현재 유가족과 농성단은 정부와 경찰을 맹성토하면서 청운동주민센터 맞은 편에서 경찰과 대치 중이다.
유 대변인은 "오늘 유가족이 청와대로 간 이유는 이미 수차례 박 대통령이 '할 말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라'고 분명히 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린 이미 수차례 면담을 요청을 했다"며 "그럼에도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공권력에 의해 차단당하고 두 분이 실신해서 병원에 실려갔다. 이것이 바로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라고 질타했다.
유가족들은 이에 이날 오후 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긴급기자회견문을 발표하며 강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대통령님 코 앞에서 우리 가족은 공권력의 폭행을 당했습니다
아픕니다. 목에 졸린 상처보다 마음이 더 아픕니다. 사지가 들려 내동댕이쳐진 수모보다 심장이 더 아픕니다. 우리 아이들도 이렇게 막막한 심정으로 죽었구나 생각하니 지금 그냥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는 대통령님이 계시는 청와대 앞입니다. 청운동 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시민들과 함께 있습니다. 저희는 우리 아이들의 죽음을, 가족과의 이별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왔습니다. 이 모든 비극의 최종 책임자라고 말씀하신 대통령님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만나주지 않으시면 여기 그냥 주저앉아서 대통령님이 우리 아픈 마음을 아시도록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습니다.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딱 한번 안아주고 싶습니다. 공부하라고 잔소리 했던 시간에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해서, 스마트폰 좀 그만하라고 용돈도 끊어버렸던 것도 미안해서, 아직도 아이들을 제대로 보내지 못하겠습니다. 어쩌면 그토록 미워도 예뻐도 사랑스럽기만 했던지 그 녀석들이 또 보고 싶습니다. 다시는 자식도 못 지켜주는 못난 부모한테 태어나지 말라고 하루에도 수 십 번 빌고 빕니다.
대통령님의 가족이었으면 이렇게 되었을까, 선박 회사를 가진 사장님의 아들딸이었어도 그렇게 사라졌을까, 우리가 죄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단 하나 아이들이 죽은 이유를 밝히고 싶은 것입니다. 그래야 죽어서 볼 때 덜 미안하고 부끄럼 없이 안아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철썩 같은 약속을 저버리는 대통령님, 어떻게든 대통령과 청와대만 지키려는 여당, 유족 무시하고 야합하는 야당, 죽었다는 유병언 잡고 사건 끝난 것처럼 떠드는 검찰… 급기야 경찰은 국회로 들어가려는 유가족과 오늘 청와대 앞에 앉아 있던 유가족에게 무지막지한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오전 청운동 동사무소 앞 기자회견이 끝나고 청와대를 코 앞에 두고 이대로는 못 가겠다고,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앉았습니다. 경찰은 뒤쪽에 있는 시민들부터 사지를 들어 끌어내 양쪽 인도로 내동댕이치더니 급기야 우리 가족들 사지를 들었습니다. 가족 한 분은 여기서 죽겠다고 가방 끈을 목에 감았습니다. 요즘 청소년들이 다 바르는 립스틱 한 번 안 바르던 모범생 예지 엄마였습니다. 그렇게 가려면 해보고 싶은 거 해 보고나 가지, 코가 낮은 예지에게 성형 수술 시켜주겠다며 모았던 적금은 이제 무엇에 써야할지 모르겠다던 예지 엄마는 여경들에게 목이 졸린 채 끌려 나왔습니다.
성호가 보고 싶어서 성호 옷과 양말을 입고, 신고 다니던 성호 아빠도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 갔습니다. 그렇게 가족들이 절규하면서 끌려 나왔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대통령님 바로 앞에서 이렇게 좌절하고 있습니다. 자식이 죽은 이유를 밝혀주실 분은 대통령님입니다. 제발 우리를 돌아봐 주십시오. 낮은 이들과 함께 하시는 교황님이 한국을 방문하는 내일, 우리는 대통령님의 결단을 기다립니다. 대통령님이 제발 우리 가족의 눈물을 닦아주시길 기다립니다. 경찰의 폭력이 아니라 진실 규명으로, 제대로 된 특별법을 만들라고 책임져주는 대통령님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공권력이 더 이상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않도록 책임자를 처벌해 주십시오. 다친 몸보다 다친 마음이, 더 이상 믿고 의지할 국가가 없다는 것을 매일 하나씩 깨닫게 합니다.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십시오.
2014. 8.13.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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