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참 못났다, 야당. 이대로 침몰하는 거냐"
"야성 되찾고 의총에서 특별법 합의 부결시켜 달라"
세월호참사 일반인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와 세월호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이하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이날 오전 새정치연합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참 못났습니다, 야당. 야성을 잃은 야당, 이대로 침몰하는 겁니까?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님들, 이대로 괜찮으신 겁니까?"라고 질타하면서 "배신에 저항할 양심 야당의원 단 10명만 있어도 야당은 바뀔 것"이라며 의원들의 적극적 행동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어 "여러분이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해주시기를 호소합니다"라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합의가 부결되도록 해주십시오. 야성을 되찾고 부결을 결의하도록 주십시오"라면서 11일 의총에서 합의안 부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별도로 발표한 기자회견문을 통해선 "박영선 비대위원장은 가족들과 함께 안산에서 광화문까지 함께 걷기도 했습니다. 부모의 마음으로 응답하겠다고 하더니 이게 부모의 마음입니까"라며 "세월호 참사 이전과는 달라야 한다고 말해온 가족과 국민들을 버리고, 새누리당이 선장과 선원처럼 탈출하려는데, 그들부터 구조한 해경과 새정치민주연합은 무엇이 다릅니까"라고 박 비대위원장을 집중성토했다.
이들은 "실수는 한번쯤은 봐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에 마지막 진실을 기대하는 특별법 만드는 것은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라면서 "실수를 뒤집는 것이 용기입니다. 한 분이든 두 분이든 그 용기를 보여주십시오"라며 새정치 의원들의 적극적 합의 파기 노력을 촉구했다.
다음은 대국민 호소문과 기자회견문 전문.
세월호 가족들의 대국민 호소문
가족과 국민의 요구를 무시한 이완구, 박영선의 밀실야합의 결과물을 우리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것입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합니다. 유가족과 국민의 마음이 딱 그렇습니다.
참 못났습니다. 야당. 야성을 잃은 야당, 이대로 침몰하는 겁니까?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님들, 이대로 괜찮으신 겁니까?
배신에 저항할 양심 야당의원 단 10명만 있어도 야당은 바뀔 것입니다.
여러분이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해주시기를 호소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합의가 부결되도록 해주십시오. 야성을 되찾고 부결을 결의하도록 주십시오. 그리고 유가족과 국민들과 함께 진실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에 앞장서도록 국민 여러분의 힘을 모아주십시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우리가 일꾼을 잘못 뽑았으니 우리도 이대로면 안되겠습니다. 의원들에게 항의전화를 걸어주세요. 새정치민주연합 홈페이지에 항의 글을 올려주십시오. 새누리당도 가만두지 마십시오.
어제 저녁 많은 시민 분들이 와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오늘 저녁 7시에도 당사 앞에서 촛불을 밝혀주십시오.
<기자회견문> 가족과 국민을 우롱한 여야 합의 파기하라
우리는 언제까지 4월 16일의 세월호에 갇혀 있어야 하는 것입니까. 우리는 그날 아이들과 함께 물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숨을 쉬었습니다. 아이들이 왜 그렇게 죽어가야 했는지는 알려줘야 하니까요.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게 되었습니다. 아침이면 밥 챙겨주고 점심이면 분주하다가 저녁이면 슬며시 행복해하던 평범한 사람들이라 세상이 이렇게 굴러가는 줄 몰랐습니다. 진실을 숨기기는 쉽지만 밝히기는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안전하다는 막연한 생각 뒤로 숱한 위험들이 시한폭탄처럼 숨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진실을 밝히는 일이 세상을 바꾸는 일만큼이나 어렵다면, 세상이라도 바꿔야지요. 그런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했다는 특별법 내용을 듣고 벌렁거리던 심장이 가라앉지 않습니다. 아이의 얼굴이 떠오르는데 차마 그 아이의 얼굴을 볼 수가 없어 어쩔 줄 몰랐습니다. 아이들한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려고 애써 온 그동안의 시간을 여야 원내대표가 이렇게 짓밟아도 되는 것입니까. 새누리당이 우리를 조류에 비유하고 참사를 단순 교통사고라 주장하고 목숨 건 가족들의 단식을 폄하할 때, 그나마 새정치민주연합은 가족의 요구를 듣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박영선 비대위원장은 가족들과 함께 안산에서 광화문까지 함께 걷기도 했습니다. 부모의 마음으로 응답하겠다고 하더니 이게 부모의 마음입니까. 국회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다 알지 못했지만 그래도 노력하는 줄 알았습니다. 400만 명에 가까운 국민들이 청원한 특별법을, 국회니까 무시하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가족들은 뒤통수를 맞은 느낌입니다. 김기춘을 비호하고 청와대를 지키려고 ‘전례가 없다’, ‘사법체계를 흔든다’며 특별법 제정을 거부했던 새누리당에 달려가야 할 우리가 왜 새정치민주연합에 와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세월호가 평형수를 덜어내고 돈이 되는 화물을 더 채운 것처럼, 새정치민주연합은 가족의 요구를 덜어내고 무엇을 채운 것입니까. 그게 아니라면 그냥 급변침한 것입니까. 이대로 대한민국이 다 침몰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것입니까. 세월호 참사 이전과는 달라야 한다고 말해온 가족과 국민들을 버리고, 새누리당이 선장과 선원처럼 탈출하려는데, 그들부터 구조한 해경과 새정치민주연합은 무엇이 다릅니까. 가족과 국민의 요구를 무시한 이완구, 박영선 여야 원내대표를 생각하면, 잘 써보지도 않았던 규탄한다, 각성하라, 이런 말들이 입에서 술술 나옵니다. 그래도 부족한 느낌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다는 마음이 들 때까지, 뭐라도 다 할 것입니다.
우리는 분명히 요구합니다. 여야 원내대표의 밀실 합의를 파기하십시오. 새정치민주연합의 모든 국회의원에게 요구합니다. 여러분이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해주십시오. 가족과 국민은 합의한 적 없습니다. 여야 원내대표는 누구를 대표해서 합의한 것입니까. 내일 열린다는 의원 총회에서 합의를 부결시켜주십시오. 그리고 철저한 진실 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할 재협상을 의결해주십시오. 새누리당에게도 촉구합니다. 탈출한 줄 알고 안도한다면 오산입니다. 진실을 숨기려는 시도를 멈추고 재협상에 나서십시오.
실수는 한번쯤은 봐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에 마지막 진실을 기대하는 특별법 만드는 것은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실수를 뒤집는 것이 용기입니다. 한 분이든 두 분이든 그 용기를 보여주십시오. 언제나 가족들과 함께 해주셨던 국민들과 오늘 저녁까지 기다리겠습니다. 당사든 국회든 광화문이든 찾아와 가족들에게 약속해주기를 기대합니다.
2014년 8월 10일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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