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6세기경에 신바빌로니아 왕국의 느부가넷살 2세는 이집트군을 지금의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격파하고 이집트 군에 가세했던 유다왕국을 멸망시키고 그들의 성전을 파괴했으며 수만 명을 바빌론에 포로로 끌고 갔다.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불행한 사건이며 유태인들이 그들의 역사 속에서 가장 치욕적으로 생각하는 바빌론 유수이다.
신바빌로니아 왕국이 위치했던 곳이 지금의 이라크이고 당시 바빌론은 지금의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이다. 당시 신바빌로니아의 느부가넷살 2세는 유다의 왕 제데이카를 제리코(여리고)에서 생포해서 눈알을 뽑았고 유태인 주민들 대부분을 참살하고 노예로 만들어 버렸다. 참혹한 포로생활에서 풀려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장면이 바로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중에서 나오는 '히브리 포로들의 합창'이다. 비참한 노예생활을 하다가 해방되어 고향으로 돌아가는 유태인들의 환희와 엄숙함이 동시에 배여있는 곡이다.
많은 사람들이 리골레토, 라트라비아타, 가면무도회로 베르디를 설명하지만 필자는 위와 같은 역사적 배경을 깔고 있는 나부코를 가장 즐겨 듣는다. 어려서부터 교회에서 사회생활을 익힌 필자는 철이 들고 나서야 비로소 성경을 역사적인 측면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었다.
두려운 마음에 숨죽이며 들었던 '다니엘과 느부가넷살 왕'에 대한 설교 이야기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아랍계와 유태계의 갈등의 역사이고 왜 이라크의 후세인이 스스로를 '21세기의 느부가넷살'이라 하면서 미군에 맞선 바그다드방어사령부를 '느부가넷살 보병사단'이라 칭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느부가넷살왕은 바벨탑을 세우고 신바빌로니아 왕국을 고대 세계의 중심지로 만든 아랍계에선 위대한 왕으로 평가된다 ).
이라크는 페르시아어로 '낮은 곳' 이란 의미가 있다. 중동지역 한 가운데에 있으며 북쪽으론 터키, 서쪽은 시리아와 요르단, 동쪽은 이란, 남쪽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와 접하고 있다. 이집트 문명을 대변하는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을 양 옆으로 끼고 있어 중동지역에서 토질이 가장 비옥한 나라이다. 면적은 한반도의 두 배 가량이며 인구는 2천5백만명에 이른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서 원유매장량이 세계 제2위이다.
종교와 민족도 복잡해서 이슬람 시아파가 인구의 60%, 수니파가 25%, 쿠르드족이 15% 가량이며 터키인 투르크멘인 등의 소수민족이 있다. 이슬람국가는 대개가 수니파 권력이 다수이고 시아파권력은 현재 이란 정도이다. 2006년 마지막 날에 처형당한 후세인은 수니파였다.
이라크의 살라딘(십자군 전쟁의 영웅), 아랍 자존심의 대변인으로 중동에서 한 세대를 풍미했던 아랍세계의 풍운아 사담 후세인이 2006년을 마감하면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1956년 19세의 나이로 친영국 왕정에 대한 봉기에 참여하고 범아랍계 바트당의 행동당원으로 정치에 가담하여 1979년에 이라크의 권력정상에 올랐다. 1990년 걸프전 이전까지 미국은 소련의 남하정책을 저지하고, 이란의 반미 이슬람정권과의 전쟁을 부추키느라 후세인을 적극 지원 했었다.
1980년부터 약 10년 동안은 사담 후세인이 이란과의 전쟁으로 과격 회교혁명 세력 확산을 저지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서방세계로 부터 오히려 사랑을 받기도 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미국은 후세인을 통해서 중동석유의 안정적 확보와 중동지역내 미국기업을 보호하기도 했다.
후세인 정권이 강화되고 세력이 확대된 데에는 오히려 미국의 지지와 지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었다는 사실은 정말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온갖 화려한 생활을 누렸으며 전쟁광, 국제깡패로 서구사회에 알려진 후세인은 말 한마디로 수백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공포정치의 상징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사형이 이슬람 최대명절인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에 전격 집행된 것과 미국의 짜여진 각본에 의해서 그가 제거 되었다는 확정적인 의혹 때문에 아랍권내에선 범죄자가 순교자로 둔갑하게 되었다. 12월30일자 <뉴욕타임즈>는 2003년 12월 후세인 생포 시 부시 대통령은 득의에 찬 모습으로 TV에 섰지만 전쟁의 목표달성인 후세인 처형엔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03년 12월14일 백악관에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생포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미국의 각본 하에 진행된 후세인 사형집행으로 이라크 전황은 더욱 악화된 가운데 테러 예언까지 나오면서 미국 시민들은 새해부터 불안한 나날을 보내게 됐다. ⓒ 미 백악관
아랍 이슬람권의 종파분쟁이 전쟁을 더욱 복잡하게 확대 시키고 있음에도 이라크 내전에 대한 미국개입의 정당성이 그 명분을 점점 잃고 있기 때문에 이라크전쟁은 물론이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미국과 이란, 그리고 이스라엘을 겨냥한 헤즈볼라의 과격한 테러도 모두가 기독교권과 회교권의 종교적 전쟁전선으로 전환이 되고 있다. 더구나 2004년 부시를 지지해 나섰던 보수기독교세력이 미국내 유태교와 힘을 합해서 이슬람권을 겨냥해 들어가고 있기도 하다.
매일같이 1만개의 케이블 시스템을 통해서 미국내 7천만 가정에 방송설교를 내 보내는 '패밀리채널(IFC)'의 회장목사인 팻 로버트슨이 '700클럽 토크쇼'에 나와서 “2007년 하반기에 핵공격에 버금가는 테러재앙이 온다”라는 예언을 하였다.
새해 첫날 쏟아낸 그의 추측발언이 아무런 신빙성이 없다 하더라도 아랍권을 겨냥하는 기독교근본주의 세력들의 발호가 이라크전쟁이 진정되길 바라는 소박한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셈이다. 정치적인 목적 아래 이뤄진 부시 행정부의 근시안적인 대외정책과 무모한 침략전쟁으로 미국인들은 불안한 새해를 살얼음 걷듯 맞고 있다.
필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 김홍국 기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겸 본지 편집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인들의 정치 참여를 통한 권리 찾기와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 높이기를 목표로 93년 뉴욕 등 미 동부 대도시에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어 14년째 활동해온 대표적인 정치 비정부기구(NGO) 운동가다.
한인들의 정치력을 높여온 김 소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93년 당시 7%에 불과하던 한인들의 평균 투표율은 2004년 25%로 뛰어올랐고, 미국의 상원과 하원의원들이 한국어 정치광고를 할 정도로 한국의 위상을 높임에 따라 워싱턴 정가에서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한국인 출신 시민운동가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