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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과연 박지성에게 '맞는옷'인가?

두터운 선수층 오히려 성장에 걸림돌 작용할 수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중인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8일 새벽(한국시간) 끝난 아스톤빌라와의 FA컵 경기에 선발로 출전, 70여분간 활약했다. 부상에서 회복, 팀에 복귀한 이후 5번째 출전이었다.

박지성은 이 날 경기에서 예의 활발한 몸놀림으로 공격과 수비를 오가며 '산소탱크'다운 면모를 보여줬지만 여전히 예리하지 못한 슈팅과 투박한 볼터치로 여러 기회를 날려버렸다. 공격포인트를 올리고자 하는 의욕적인 움직임은 있었으되 문전에서의 냉정한 판단과 볼처리는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도 못한 수준이었다.

부상에서 복귀한지 이제 1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아직 경기감각이 완전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분명 라이언 긱스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비교할 때 다소 초라한 수준의 플레이었다.

물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위시한 맨유 선수단 어느 누구도 박지성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사람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박지성은 짧은 시간동안 세계 최고의 축구클럽이라는 맨유에 좋은 인상을 심는데 성공했고, 팀에 안착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시즌에 박지성은 맨유의 분위기메이커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 측면이 있다.

화려하고 두터운 미드필드진 속에서 '소모품' 전락 우려

그러나 현재의 박지성은 맨유의 두터운 미드필더진 속에서 결코 두드러진 선수가 아니다. 폴 스콜스가 가진 벼락같은 중거리 슈팅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호날두의 화려한 개인기에 이은 정교한 슈팅능력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또한 라이언 긱스에 비해 노련한 경기조율능력과 정확한 크로스능력이 부족하다. 이밖에도 맨유의 미드필드진에는 대런 플레쳐, 마이클 캐릭 같은 유망주들이 버티고 있다.

여기에 맨유가 오랜기간 영입에 공을 들여온 오언 하그리브스(바이에른 뮌헨)가 이번 겨울이적시즌을 통해 맨유의 유니폼을 입게된다면 맨유의 선수층은 더욱 더 두터워지고 전력은 배가되겠지만 박지성의 존재감은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결국 맨유의 두터운 선수층은 팀의 강인한 전력을 꾸준하게 유지시킬 수 있지만 축구선수 박지성 개인의 성장은 어느 단계에서 멈춰버릴 수 있는 위험요소가 아닐 수 없다. 전후반 90분동안 그라운드를 지배하는 선수가 아닌 경기의 일부만을 책임지는 평범한 '소모품 선수'에서 성장이 멈춰버릴 수도 있다.

다시말하면 긱스가 빠지면 긱스의 빈자리를 메우고 스콜스가 빠지면 스콜스의 빈자리를 잘 메우는 정도의 역할과 책임에서 언제까지나 정체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 좀 더 큰 선수로 성장해야하는 박지성에게 선수의 양적인 측면이나 질적인 측면 모두 풍요롭기만 한 맨유라는 클럽이 과연 적당한 팀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공격포인트, 욕심만으로는 부족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미드필더 박지성 ⓒ연합뉴스


지난 시즌에 비해 올시즌 박지성의 움직임은 훨씬 더 공격적이다. 공격작업시 위치선정이나 자신에게 패스된 공을 처리하는 순간순간 박지성은 골에 대한 욕심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박지성의 플레이는 욕심이 앞설 뿐 실속이 없었다. 아직도 문전에서 냉정함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박지성 본인도 인터뷰에서 "올 시즌 공격포인트가 없는 것이 솔직히 마음에 걸린다"고 밝히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조급한 심리상태가 그 원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박지성이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의 목표가 지난 시즌에 비해 더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면 좀 더 영리한 움직임과 욕심이 필요하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 시즌 박지성에 대해 "공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움직임은 단연 발군"이라고 언급한바 있다. 공간활용 능력면에서 박지성은 매우 우수한 선수라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올 시즌 박지성이 화려한 맨유의 미드필드 라인에서 좀 더 확실한 위상정립을 위해서는 공격포인트를 올릴 수 있는 위치선정과 공간활용이 필요하다.

동료인 호날두가 올 시즌들어 3경기 연속 '멀티골'을 기록하는 등 맨유의 선두질주에 일등공신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은 지난 시즌 "불필요하게 볼을 끈다"는 비난 속에서도 경기중에 끊임없이 골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며 문전에서 다양한 득점시도를 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박지성이 시즌의 막판까지 현재의 어정쩡한 플레이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지 못한다면 내년 시즌 국내 팬들은 맨유의 유니폼이 아닌 다른 구단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박지성의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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