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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美대선 화두는 '실용주의'

[김동석의 뉴욕통신] 중산층 위한 실용주의 팽배할듯

매주 일요일 아침 방영되는 공중파 방송의 정치대담 프로그램은 정치권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에 걸쳐서 대단한 영향력을 띠고 있다.

지난 수년간 부동의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팀 러셀' 진행의 <NBC>의 'Meet the Press', <CBS>의 'Face the Nation'은 40년 경력의 정치부기자출신인 단 쉬퍼드가 진행하고 그리고 ABC의 'This Week'는 클린턴의 홍보비서 출신의 조지 스테파노 폴로스가 진행하고 있다. 연방의회의 의원들에게는 이 대담프로에 초청 받는 것이 능력있는 정치인으로 인정 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 최고의 전문가와 장관급 이상의 고위관료들 그리고 외국의 국가원수급들이 초청되는 것이 이 프로의 불변율이다. 정확한 입장과 논리적인 설명이 아니면 견딜수 없는 어렵고 날카로운 질문들로 진행한다.

이에 비해서 선정적인 방송으로 유명한 케이블 TV인 <Fox>에는 인기정치 대담프로로 '빌 오릴리 팩터'(Bill O'reily Factor)가 있다. 진행자 '빌 오릴리'는 대담자를 꼭 서로 경쟁관계나 논쟁관계에 있는 인사들을 초청한다. 그는 상대 대담자들끼리 격렬한 이데올로기 논쟁을 촉발시켜서 서로 싸우게 하고 그들을 특정 이데올로기에 집착하는 고집통이로 보이게 한 후, 스스로가 점잖게 중도적 실용성의 해결책을 제시하며 결론을 맺는다.

여러 가지 스캔들로 도덕적인 결함이 있었지만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재선대통령을 기록한 클린턴은 실용성의 정치인으로는 등소평의 '흑묘백묘'를 능가한다. 그는 민주당의 조직으로 대통령이 되었으면서도 일단 작동 가능하고 인기가 있을법한 대안이라면 이념적인 색채를 가리지 않고 과감하게 선택했다. 그는 부자를 더욱 살찌게 하는 공화당 주장의 감세안을 과감하게 채택했고, 사형제도의 도입과 범죄와의 전쟁이 범죄율을 떨어뜨린다면 민주당의 전통과 어긋나도 얼마든지 도입했다.

클린턴의 정당이념을 초월한 패키지 정책들은 문제 해결 중심이라는 철저한 실용주의가 깔려있다. 레이건의 단골 슬로건이었던 "큰 정부는 해결책이 아니다 (Big government is not the solution) "는 당시 양당의 정책 대결점이었음에도 클린턴은 현안해결의 방책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이를 주장했고 그런 이유로 강한 정부의 뉴딜정책을 옹호해 온 민주당 옹호론자들을 경악시키기도 했다.

길을 가는 시민들을(주로 흑인이나 남미계들) 무차별적으로 심문하여 몸수색을 함으로써 '범죄율'을 떨어뜨리고자 했던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시장 재임시 저소득층이나 특히 노숙자들에 대해서 잔혹한 정책을 펼침으로써 백인 중산층으로부터 높은 인기를 끌었다. 그의 브랜드 역시 효율성과 실용성이다.

그는 그것도 모자라서 범죄전문가들을 뉴욕시 공립학교에 투입하여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을 미리 선별하여 상담을 해주는 시스템을 만들기도 했었다. 그는 과학적 예측을 통해서 범죄가 예상되는 지역에 경찰력을 집중투입하여 당장 눈에 띄는 노숙자들을 무조건 교외로 추방하는 정책을 폈다. 그래서 주로 도심지 외곽인 슬럼가에서 장사를 하는 한인소상인들을 만나면 줄리아니의 인기는 정말로 대단하다. 그는 중산층의 지지만 확고하다면 정치생명엔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클린턴이나 줄리아니나 빌 오릴리나 근본적인 문제해결에는 관심이 없다. 이들의 공통점은 그저 눈에 보이는 것을 일단 해결하면 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클린턴이나 극우파 정치인인 줄리아니나 비이성적인 방송인인 오릴리나 당장 눈앞의 문제만 해결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미래가 어떻고 그래서 구조를 바꾸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근본적인 문제를 옳게 진단해야 한다는 것을 시간낭비로 여기는 것이다. 그렇게 했기 때문에 이들 세 사람들의 현실은 그들의 그곳에서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2008년 대선을 겨냥해서 양당의 주자들이 출마선언의 시기와 내용을 갖고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을 봐야 할 것이고 새 회기의 워싱턴의회 지도부의 면면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 지난 중간선거 결과를 보면 더 이상 '외교.안보' 잇슈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각 당의 전통적인 이념대결로 갈 것인데 자기당의 이념을 강조하는 당파적 입장을 갖게 되면 정작 본 선거에서의 득표엔 치명적인 걸림돌이 된다. 시민사회 가치체계의 변화시기이기 때문이다.

당내경선과 본선거의 경쟁력이 1백80도 차이가 있다. 안전한 길은 오직 하나인 '실용주의 길'이다. 어떻튼 서울만 가면되고 흰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는 방식의 전략경쟁이 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선 클린턴의 좌.우 날아다니기 패키지 전략은 정말로 절묘한 선견지명이었던 것 같다.

필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 김홍국 기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겸 본지 편집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인들의 정치 참여를 통한 권리 찾기와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 높이기를 목표로 93년 뉴욕 등 미 동부 대도시에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어 14년째 활동해온 대표적인 정치 비정부기구(NGO) 운동가다.

한인들의 정치력을 높여온 김 소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93년 당시 7%에 불과하던 한인들의 평균 투표율은 2004년 25%로 뛰어올랐고, 미국의 상원과 하원의원들이 한국어 정치광고를 할 정도로 한국의 위상을 높임에 따라 워싱턴 정가에서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한국인 출신 시민운동가로 꼽히고 있다.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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