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쇼크', 한국경제 강타하나
외국인의 '셀코리아' 진원지, 5월 들어 중국경제 적신호
표면적으로는 JP모건이 지난 7일 삼성전자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 것이란 보고서를 낸 것이 기폭제가 됐다. 외국인 매도세가 워낙 거세자 금융당국이 JP 보고서 발표과정에 외국인 작전세력 개입 여부를 내사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정부도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시장 일각에서도 "엔고로 수출환경이 개선될 텐데 JP모건이 잘못 짚은 게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듯 외형상으로는 '삼성전자 쇼크'가 주범인 것처럼 보이나, 한국 등 신흥국이 직면한 보다 근원적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는 게 국제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요즘 우리나라보다 더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나라는 일본이다. 지난 반년간 일본을 환호케 했던 '엔저'가 최근 급작스레 '엔고'로 돌변하면서 1만5천엔선을 크게 넘었던 닛케이지수는 1만3천엔선이 붕괴되고 장기채 금리가 폭등하면서 비명이 터져나오고 있다. 아베 정권은 연일 "일시적 조정일뿐"이라면서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부심하고 있으나 시장의 동요는 크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11일 밤 분석기사를 통해 "일본경제가 지금 걱정해야 하는 건 '엔고 쇼크'가 아니라 앞으로 도래할 '차이나 쇼크'"라고 지적했다. "현재의 '차이나 리스크'가 '차이나 쇼크'로 변할 위험성에 대비하지 않다간 중국을 최대 수출시장으로 삼고 있는 일본은 거대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경고였다.
왜 이런 경고가 나오는 걸까. 실제로 최근 며칠간 쏟아져나온 중국 경제지표는 심상치 않다.
지난 8일 중국 해관총서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5월 수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 늘어나는 데 그쳐, 당초 시장 전망치인 7.4%를 크게 밑돌았다. 더욱이 수입액은 0.3%나 감소해 6% 증가할 것이란 예상과 크게 엇갈렸다.
이같은 감소세는 전월인 4월에 수출 증가율이 14.7%, 수입 증가율이 16.8%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충격적 감소세여서 국제경제계를 바짝 긴장케 하기에 충분했다.
수출 급감은 중국당국이 무역결제로 위장한 위안화 투기를 엄격히 단속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으나, 수입 감소는 사정이 달라 중국경제가 급랭하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대출도 급감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이 집계한 은행 여신, 채권 발행, 신탁 차입 등을 포함한 사회융자총액은 5월 기준 1조1천900억위안(한화 약 217조원)으로 4월의 1조7천500억위안보다 32%나 급감했다. 중국 정부가 핫머니 유입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데 따른 것이기도 하나, 문제는 이같은 대출 급감이 이례적으로 시중금리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침체국면에 들어가면 금리가 낮아지는 게 정상이나, 최근 상하이 단기금리시장에서는 상하이은행간거래금리(SHIBOR) 익일물이 9%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단기금리가 폭등하고 있다. 이는 일부 중국 은행의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의문과 외국인의 자금 유출 등 불안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중국 국가 통계국이 지난 9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해 전월(2.4%)보다 0.3%포인트 낮아지면서 시장 전망치 2.5%를 크게 하회하는 등 내수경기 침체 조짐이 뚜렷히 나타나고 있다. 제조업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전년동월 대비 2.9% 하락하면서 지난해 9월 이래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렇듯, 세계경제의 3대 축 가운데 하나인 중국경제에 이상신호가 잡히면서 외국인들은 신흥시장에서 자금을 빼내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그 와중에 한국 대표주인 삼성전자 주식을 집중매도하면서 한국 금융시장도 크게 출렁이고 있는 셈이다. 중국경제가 침체에 빠질 경우 삼성전자 등 한국 수출기업들이 거대한 타격을 입을 것은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에 대한 한국의 지난해 수출액은 1천343억달러로, 2위인 미국(585억달러)과 3위인 일본(387억달러)에의 수출액을 합한 것보다도 1.5배에 달하고 있다. 현재의 '차이나 리스크'가 만에 하나 '차이나 쇼크'로 발전하면 한국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달말 박근혜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은 중국 방문길에 오른다. 최대 현안은 북한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현장검검과 위기 발발시 위기 대응책에 대한 모색도 시급해보인다. 어쩌면 앞서 발발했던 '월가 쇼크', '유럽 쇼크'보다 '차이나 쇼크'의 파괴력이 우리 경제엔 몇배나 더 클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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