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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에게 과연 '천막초심' 남아있나

<기자수첩> '대선필패의 법칙' 작동중

한나라당이 오는 20일부터 24일까지를 '천막당사 실천주간'으로 정했다. 지난 2004년 '차떼기당'의 오명을 벗기 위해 여의도 당사를 떠나 천막당사에서 생활하던 정신을 되살리자는 취지다.

정병국 홍보기획본부장은 지난 17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오는 24일이 천막당사 2주년이 되는 날인데 한나라당은 천막초심으로 돌아가서 새롭게 거듭나고 변화하는 한나라당의 모습을 보여주기로 하고 천막초심 실천주간으로 다음 주를 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기획하고 있는 행사들을 살펴보면 진정 '천막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한 것인지, 국민에게 보이기 위한 '이벤트'인지 헷갈린다.

한나라당은 20일 최고회의를 통해 천막초심 실천주간을 선언하고, 21일은 전북지역 현장에서 정책현안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22일에는 민생현장 간담회를 최고중진회의 대신 현장에 가서 민생의 소리를 청취하는 시간을 갖고 23일에는 컨테이너 당사에서 최고회의를 개최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천막당사의 초심을 갖기 위해 당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의 소리를 듣고 있다. ⓒ한나라당


이와 함께 지난 16일부터 당 홈페이지를 통해 받은 국민의 소리를 포스트잇에 적어 컨테이너 당사 전체를 장식, 주요당직자들이 국민의 소리를 한장 한장 떼어 읽으면서 그간의 소회를 밝히고 앞으로 한나라당이 새롭게 거듭나서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일련의 행사가 과연 국민들에게 감동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천막당사의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취지 자체는 나무랄 것이 없다. 그러나 컨테이너 당사에서 회의를 개최하고, 포스트잇으로 컨테이너 당사 전체에 국민의 목소리를 적어 장식하는 등의 행사는 '정치적 이벤트' 이상은 될 수 없어 보인다.

한 예로 최연희 성추행 사건과 관련,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지난 16일 "한나라당은 천막당사로 들어갔던 때의 헝그리 정신을 잊어선 안 된다"며 "최연희 의원 성추행 사건을 한나라당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야4당이 사퇴결의안을 내는 상황이 된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17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수요모임과 중견의원 모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가 개최한 '지방선거와 한나라당의 진로'라는 토론회에서는 "처음에는 개혁하겠다고 하다가 대세론에 젖어 안주하고, 그러다 다시 수구보수의 모습으로 돌아가 국민에게 버림받는 '대선필패의 법칙'을 답습하고 있다"는 질타의 소리가 쏟아졌다.

이날 나성린 한양대 교수는 "비전이 불분명하고 자체 개혁과 정책개발이 부진해 여전히 '보수꼴통당' '웰빙당'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대선승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런 안팎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근본적 자성없이 '이미지 정치'로 승부하려는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한나라당은 앞으로도 계속해 만년야당의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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