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 다르고 속 다른, 3개의 '시늉'
<뷰스칼럼> 아파트대출 규제, 전세 과세, 저연비차 중과세
강남권 아파트를 필두로 버블세븐 아파트 값이 폭등을 거듭해 일부지역은 전고점까지 돌파하면서 비난여론이 들끓자, 금융감독원이 7일부터 아파트담보대출 비율을 60%에서 50%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외형적으로 보면 마치 '큰 결단'을 한 것처럼 보인다. 이명박 정부 출범후 처음으로 취한 부동산관련 규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꺼풀만 들춰보면 '시늉'일뿐이다.
우선 아파트값 폭등의 진원지인 강남권은 투기지역으로 묶여 지금까지 50% 규제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과잉유동성과 저금리 정책으로 돈이 넘쳐나면서 강남 아파트값을 수직으로 끌어올려왔다. 이번 정부 조치는 강남권에 관한 한,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조치다.
강남이 아닌 다른 지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은행들의 아파트담보대출 비율은 평균 47%다. 정부가 새로 도입한 50%보다도 낮다. 은행들도 과도한 아파트 대출이 초래할 위험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무리한 대출은 피하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정부가 큰 맘 먹고 내린 결단처럼 보이나, 실상은 아무런 효력도 없는 생색내기 엄포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연일 부동산관련 토지규제와 세금규제를 풀어 아파트값 폭등을 부채질한 뒤 상황이 통제불능 단계로까지 접어들 조짐을 보이자 기껏 내놓은 대책이 이 정도니, 아파트값이 잡히길 기대한다는 건 애당초 과욕이다.
시늉 2. 전세 과세가 과연 '부자 증세'일까
정부가 6일 "부자에게서 세금을 더 거두겠다"며 내놓은 전세 과세 방침도 엇비슷하다. 물론 현재 월세에만 소득세를 물리고 전세에는 물리지 않는 방식은 외형상 형평성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종전에 정부가 왜 이런 어깃장 정책을 취해왔는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금리가 떨어지자 집주인들이 고리의 월세만 주려 하고, 전세를 기피하는 대란이 발생했기 때문에 취했던 정책이었다. 따라서 전세에도 세금을 물리기 시작하면, 집주인들이 다시 월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또는 집주인들이 세금 붙는 만큼 전세값을 올릴 가능성도 농후하다. 또한 법리적으로도 집주인이 전세를 받아 은행에 맡기는 경우 현재도 이자수익에 대해 세금을 내고 있어, 전세 과세는 이중과세 소지도 크다.
요즘은 가뜩이나 아파트값 상승에 편승해 전세값도 동반급등, 집 없는 서민들의 허리를 휘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통계에는 이 부담이 잘 안 잡히고 있다.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집값 가중치가 턱없이 낮게 잡혀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 없는 서민들, 사옥 없는 중소기업들이 지금 느끼고 있는 전세값 인상 부담은 살인적이다.
이처럼 가뜩이나 전세값이 급등하고 있는 판에 전세 과세를 추진하면 집주인들은 이를 빙자해 전세값을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씩 올리고, 그러면 집 없는 서민이나 중소기업은 말 그대로 등골이 다 빠져나갈 위기에 처할 공산이 크다.
전세 과세 방침은 외형적으론 '부자 증세'로 비칠지 모르나, 현실은 '서민 증세'로 전가될 소지가 농후한 게 객관적 현실이다.
시늉 3. 저연비-저효율 제품 중과세
정부는 6일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앞으론 연비가 낮은 자동차에 세금을 더 많이 물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정부가 에너지효율이 낮은 가전제품 등에 에너지세를 신설하겠다던 구상과 맥을 같이 하는 내용이다. 세금을 많이 때려 소비자가 연비와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사도록 하겠다는 구상인 셈.
문제는 연비와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은 상류층이 소비하는 제품이고, 반대로 낮은 제품은 서민들이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데 있다. 녹색성장이란 미명아래 결국은 서민들의 세금 부담만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이러다 초인플레에다가 서민 증세까지..."
"집값이 다시 미쳐 날뛰니 이러다가 얼마 뒤 인플레가 크게 발생하는데다가 세금 부담까지 급증하면서 서민들이 다 죽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사회경험을 할만치 한 50대 가장의 걱정이다. 가뜩이나 절대소득이 줄어들어 예금 까먹고 빚내 살아가고 있는 판에 인플레에다가 세금 부담까지 늘어난다면 죽으란 소리밖에 더 되겠냐는 게 그의 우려였다.
불행하게도 지금 돌아가는 모양새는 그의 우려대로 될 공산이 크다.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제대로 된 근원책을 내놓지는 않고, '시늉'만 하는 미봉책만 넘실대기 때문이다.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상황이 날로 악화되는데도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에서 정부여당이 요행으로 선전하기를 바란다면 그건 연목구어일 것이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