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황 풍광' 3가지...거품파열 쓰나미 강타
<뷰스칼럼> 대불황의 근원은 다름아닌 '부동산거품'이다
풍광 1. 거품 파열 융단폭격 맞은 충청도시들
"아파트 대세일, 평당 360만원"
"30평 아파트 전세, 현금 6천만원에 즉각 입주 가능"
지난 주말, 2년만에 둘러본 충청권 여러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플래카드다. 기존 분양가의 절반이하로 뚝 떨어진 숫자들이다. 1억 남짓 현금만 있으면 아파트를 살 수 있을 정도였다. 충청은 '행복도시 이전' 기대로 지방에서도 가장 투기바람이 거셌던 지역이었다. 그러다가 미분양대란의 역풍을 가장 호되게 맞는 양상이었다.
곳곳에서 공사가 중단된 썰렁한 아파트 신축 현장들도 목격됐다. 건자재 납품업체들이 건자재 값을 제때 못받다보니 건자재 공급이 끊기면서 나타난 흉물스런 풍광이다.
휴양지도 마찬가지였다. D온천은 주말에도 폐촌을 연상케 했다. 나들이객은 완전히 발길이 끊겨 예전에 불야성을 이루던 온천 지대는 암흑천지에 가까왔다. 음식점들도 예외없이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곳곳에 온천장 건물과 식당들이 매물로 나와 있었고, 20층짜리 신축 호텔도 공사가 중단된 채 을씨년스러웠다.
2년전, '지방도시들이 저렇게 미친듯 아파트들을 짓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려고...'라던 걱정이 그대로 현실로 나타났다. 지금 대다수 지방도시들은 공급이 30%이상 초과 상태다.
지금 지방은 부동산거품 파열로 지금 융단폭격을 받고 쑥대밭이 된 모습이었다.
풍광 2. 은평 뉴타운도 밤에는 암흑천지
북한산성 계곡에서 20여년째 음식점을 하고 있는 주인장. 그의 입에서도 "IMF때보다 힘들다"는 신음이 절로 나왔다.
"솔직히 IMF때는 어려웠다 했지만 잠시 어려웠다가 곧 회복됐다. 하지만 이번엔 2년여 전부터 조금씩 나빠지더니 지금은 직원들 월급주기조차 힘들 정도로 최악이다. 눈물을 머금고 식구같던 직원들을 줄였다."
그는 입구쪽의 초대형 은평 뉴타운 얘기도 했다.
"은평 뉴타운에 아직 20~30%정도만 입주를 안하고 있다고 하나, 내가 보기엔 거짓말이다. 밤에 보면 아파트 절반 이상이 암흑천지다. 다음 단지를 짓기로 한 S물산도 공사를 2~3년 늦춘다고 하더라. 지금 지어봤자 분양도 안되고 생돈만 꼴아박아야 하기 때문이란다."
그는 미분양 원인을 '고분양가'에서 찾았다.
"원주민들이 처음엔 평당 500만원 남짓만 보상금을 받고 입이 쩍 벌어졌었다. 평생 처음으로 목돈을 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기가 죽었다. 분양가가 최고 1천600만원이나 됐기 때문이다.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평당 1천만원을 더 넣고 입주할 수 있겠나. 떠나는 수밖에 없지. 그런데 평당 500만원 갖고 수도권 어디서 집을 구할 수 있나. 지금 신나게 욕들만 하고 있다."
지방뿐 아니라, 서울 등 수도권도 부동산거품 파열의 쓰나미가 휩쓸기 시작한 형국이다.
풍광 3. 백화점 의류도 땡처리
"불황이 오면 가장 먼저 남자 기성복이 안 팔리고, 이어 여성복이 안 팔리고, 마지막으로 아동복이 안 팔린다."
모 대형백화점 의류 코너 책임자가 수십년 경험끝에 터득한 '불황의 법칙'이다.
최근 백화점에서 남성 기성복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 평소 50~60만원 하던 유명 브랜드 양복을 10만원대로, 최고 80%까지 땡처리 수준으로 판매하고 있으나 파리만 날리고 있다. 불황이 도래하자 가장들이 우선 자신의 소비부터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통계수치를 봐도 지난달 대형 할인점의 의류 매출이 1년 전보다 19%나 줄었고, 백화점도 13.8%가 감소했다. 그러자 의류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365억 원으로 남성정장업계 9위였던 모 회사를 비롯해 중견의류업체 3곳이 최근 최종 부도를 냈다.
해외 유명 브랜드들도 잇따라 한국사업을 접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140개 해외유명브랜드 가운데 5개 브랜드가 올 가을 매장 개편때 한국사업을 접었다. 한국 원화가 휴지값이 되면서 옷값이 갑자기 50%이상 뛰자 한국에서 더이상 자신의 제품을 팔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 철수에는 원화 휴지값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한국 비관론도 작용하고 있다.
백화점에 따르면, 의류뿐 아니라 지난해부터 붐이 일었던 일본 식품 수입 등도 거의 중단상태다. 1000원 하던 원-엔 환율이 1,500원으로 폭등하니, 판매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고소득층을 상대로 하는 백화점에도 예외없이 대불황의 쓰나미가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로 나타난 거제 지역유지의 탄식
2년여전 거제에 갔을 때 일이다. 여타 지방도시들과 마찬가지로 거제도 곳곳에도 대규모 아파트단지들이 경쟁적으로 빼곡히 세워지고 있었다.
한 지역유지가 "모두들 아파트 투기에 미쳤다"고 개탄했다. 그는 "지금 해안가에 있는 기존 단독주택들은 거래가 끊겨 사람들이 살지 않는 텅빈 흉가가 돼가고 있다"며 "모두가 아파트에 들어가려 하고, 단독주택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기 때문"이라 했다.
그는 "지금 지역주민 가구수보다 아파트 등 주택이 30%이상 초과공급 상태"라며 "지금은 은행들이 앞다퉈 돈을 빌려주니 살던 단독주택이 안팔려도 아파트로 입주들을 하고 있으나 이런 상태가 얼마나 갈 수 있겠나. 곧 돈 빌려 아파트 산 주민들도 망하고, 무작정 아파트 짓고 있는 건설사들도 망하고, 겁없이 돈 빌려준 은행들도 망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탄식이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무주식 상팔자" "무주택 상팔자"
지금 세간엔 "무주식 상팔자" "무주택 상팔자"란 얘기까지 나돈다. 왜 집도 주식도 없는 사람이 '상팔자'이겠나. 대불황에 1차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집도 주식도 없는 가난한 서민들이거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주식 등 자산거품이 터지면서 중산층-상류층마저 "무주식-무주택 상팔자"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환율 폭등, 주가 폭락, 집값 급락 등, 지금 한국이 직면한 위기의 근원은 '부동산거품'이다. 부동산 폭등기에 금융기관들은 앞다퉈 가계대출과 건설대출을 늘려왔다. 빌려줄 돈이 부족하자 겁없이 외국에서 달러를 꿔와 대출을 해줬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예금보다 대출을 더 많이 해줌에도 모른 척 '예대율 감독'을 하지 않아 오늘날의 대재앙을 키웠다. 선거를 끼고 있던 정치권력들은 한표라도 더 얻기 위해 거품을 막기 위한 한국은행의 금리대출을 막아왔고, 한은은 이에 대항하지 못했다.
지금 우리경제가 당면한 대불황은 건설업계가 '단군이래 최대호황'을 구가한 데 따른 무서운 인과응보다. 외국인 한국을 불안하게 보는 핵심도 바로 '부동산거품'이다. 향후 수년간 극한적 고통이 불가피할 가능성이 높다. 거품을 막기는커녕 거품 확산에 앞장서온 언론, 정부, 관료, 정치권, 업자 모두의 공동책임이다.
"아파트 대세일, 평당 360만원"
"30평 아파트 전세, 현금 6천만원에 즉각 입주 가능"
지난 주말, 2년만에 둘러본 충청권 여러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플래카드다. 기존 분양가의 절반이하로 뚝 떨어진 숫자들이다. 1억 남짓 현금만 있으면 아파트를 살 수 있을 정도였다. 충청은 '행복도시 이전' 기대로 지방에서도 가장 투기바람이 거셌던 지역이었다. 그러다가 미분양대란의 역풍을 가장 호되게 맞는 양상이었다.
곳곳에서 공사가 중단된 썰렁한 아파트 신축 현장들도 목격됐다. 건자재 납품업체들이 건자재 값을 제때 못받다보니 건자재 공급이 끊기면서 나타난 흉물스런 풍광이다.
휴양지도 마찬가지였다. D온천은 주말에도 폐촌을 연상케 했다. 나들이객은 완전히 발길이 끊겨 예전에 불야성을 이루던 온천 지대는 암흑천지에 가까왔다. 음식점들도 예외없이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곳곳에 온천장 건물과 식당들이 매물로 나와 있었고, 20층짜리 신축 호텔도 공사가 중단된 채 을씨년스러웠다.
2년전, '지방도시들이 저렇게 미친듯 아파트들을 짓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려고...'라던 걱정이 그대로 현실로 나타났다. 지금 대다수 지방도시들은 공급이 30%이상 초과 상태다.
지금 지방은 부동산거품 파열로 지금 융단폭격을 받고 쑥대밭이 된 모습이었다.
풍광 2. 은평 뉴타운도 밤에는 암흑천지
북한산성 계곡에서 20여년째 음식점을 하고 있는 주인장. 그의 입에서도 "IMF때보다 힘들다"는 신음이 절로 나왔다.
"솔직히 IMF때는 어려웠다 했지만 잠시 어려웠다가 곧 회복됐다. 하지만 이번엔 2년여 전부터 조금씩 나빠지더니 지금은 직원들 월급주기조차 힘들 정도로 최악이다. 눈물을 머금고 식구같던 직원들을 줄였다."
그는 입구쪽의 초대형 은평 뉴타운 얘기도 했다.
"은평 뉴타운에 아직 20~30%정도만 입주를 안하고 있다고 하나, 내가 보기엔 거짓말이다. 밤에 보면 아파트 절반 이상이 암흑천지다. 다음 단지를 짓기로 한 S물산도 공사를 2~3년 늦춘다고 하더라. 지금 지어봤자 분양도 안되고 생돈만 꼴아박아야 하기 때문이란다."
그는 미분양 원인을 '고분양가'에서 찾았다.
"원주민들이 처음엔 평당 500만원 남짓만 보상금을 받고 입이 쩍 벌어졌었다. 평생 처음으로 목돈을 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기가 죽었다. 분양가가 최고 1천600만원이나 됐기 때문이다.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평당 1천만원을 더 넣고 입주할 수 있겠나. 떠나는 수밖에 없지. 그런데 평당 500만원 갖고 수도권 어디서 집을 구할 수 있나. 지금 신나게 욕들만 하고 있다."
지방뿐 아니라, 서울 등 수도권도 부동산거품 파열의 쓰나미가 휩쓸기 시작한 형국이다.
풍광 3. 백화점 의류도 땡처리
"불황이 오면 가장 먼저 남자 기성복이 안 팔리고, 이어 여성복이 안 팔리고, 마지막으로 아동복이 안 팔린다."
모 대형백화점 의류 코너 책임자가 수십년 경험끝에 터득한 '불황의 법칙'이다.
최근 백화점에서 남성 기성복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 평소 50~60만원 하던 유명 브랜드 양복을 10만원대로, 최고 80%까지 땡처리 수준으로 판매하고 있으나 파리만 날리고 있다. 불황이 도래하자 가장들이 우선 자신의 소비부터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통계수치를 봐도 지난달 대형 할인점의 의류 매출이 1년 전보다 19%나 줄었고, 백화점도 13.8%가 감소했다. 그러자 의류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365억 원으로 남성정장업계 9위였던 모 회사를 비롯해 중견의류업체 3곳이 최근 최종 부도를 냈다.
해외 유명 브랜드들도 잇따라 한국사업을 접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140개 해외유명브랜드 가운데 5개 브랜드가 올 가을 매장 개편때 한국사업을 접었다. 한국 원화가 휴지값이 되면서 옷값이 갑자기 50%이상 뛰자 한국에서 더이상 자신의 제품을 팔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 철수에는 원화 휴지값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한국 비관론도 작용하고 있다.
백화점에 따르면, 의류뿐 아니라 지난해부터 붐이 일었던 일본 식품 수입 등도 거의 중단상태다. 1000원 하던 원-엔 환율이 1,500원으로 폭등하니, 판매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고소득층을 상대로 하는 백화점에도 예외없이 대불황의 쓰나미가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로 나타난 거제 지역유지의 탄식
2년여전 거제에 갔을 때 일이다. 여타 지방도시들과 마찬가지로 거제도 곳곳에도 대규모 아파트단지들이 경쟁적으로 빼곡히 세워지고 있었다.
한 지역유지가 "모두들 아파트 투기에 미쳤다"고 개탄했다. 그는 "지금 해안가에 있는 기존 단독주택들은 거래가 끊겨 사람들이 살지 않는 텅빈 흉가가 돼가고 있다"며 "모두가 아파트에 들어가려 하고, 단독주택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기 때문"이라 했다.
그는 "지금 지역주민 가구수보다 아파트 등 주택이 30%이상 초과공급 상태"라며 "지금은 은행들이 앞다퉈 돈을 빌려주니 살던 단독주택이 안팔려도 아파트로 입주들을 하고 있으나 이런 상태가 얼마나 갈 수 있겠나. 곧 돈 빌려 아파트 산 주민들도 망하고, 무작정 아파트 짓고 있는 건설사들도 망하고, 겁없이 돈 빌려준 은행들도 망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탄식이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무주식 상팔자" "무주택 상팔자"
지금 세간엔 "무주식 상팔자" "무주택 상팔자"란 얘기까지 나돈다. 왜 집도 주식도 없는 사람이 '상팔자'이겠나. 대불황에 1차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집도 주식도 없는 가난한 서민들이거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주식 등 자산거품이 터지면서 중산층-상류층마저 "무주식-무주택 상팔자"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환율 폭등, 주가 폭락, 집값 급락 등, 지금 한국이 직면한 위기의 근원은 '부동산거품'이다. 부동산 폭등기에 금융기관들은 앞다퉈 가계대출과 건설대출을 늘려왔다. 빌려줄 돈이 부족하자 겁없이 외국에서 달러를 꿔와 대출을 해줬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예금보다 대출을 더 많이 해줌에도 모른 척 '예대율 감독'을 하지 않아 오늘날의 대재앙을 키웠다. 선거를 끼고 있던 정치권력들은 한표라도 더 얻기 위해 거품을 막기 위한 한국은행의 금리대출을 막아왔고, 한은은 이에 대항하지 못했다.
지금 우리경제가 당면한 대불황은 건설업계가 '단군이래 최대호황'을 구가한 데 따른 무서운 인과응보다. 외국인 한국을 불안하게 보는 핵심도 바로 '부동산거품'이다. 향후 수년간 극한적 고통이 불가피할 가능성이 높다. 거품을 막기는커녕 거품 확산에 앞장서온 언론, 정부, 관료, 정치권, 업자 모두의 공동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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