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분위기만 바깥과 딴판"
<뷰스 칼럼> '강만수 유임', 경제대란의 전주곡
청와대 출입기자의 전언이다. 장관 3명만 달랑 바꾼 '7.7 개각'이 왜 가능했는가를 미뤄 추측할 수 있는 증언이다.
"최중경만 바꾼다더라" vs "설마"
한 열흘 전 일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 등과 저녁 식사를 했다. 당연히 화제는 '강만수'였다. 모처에서 들은 얘기를 전했다.
"강만수 장관은 유임이라더라. 대신 최중경 차관이 옷을 벗는다더라."
사람들이 펄쩍 뛰었다.
"에이, 그런 말이 안되는 얘기가 어딨나. 최틀러(최중경 차관 별명)도 설치긴 했지만 헤딩한 것은 강만수라는 걸 누구나 다 아는데...그런 편법이 국민들에게 먹히겠나. 말도 안되는 루머다."
졸지에 '이상한 놈'이 됐다.
7일 개각 발표후 열흘전 식사를 했던 금융당국 관계자와 통화를 했다.
"정말 최틀러가 독박을 썼네. 하긴 며칠 전부터 금융계에도 그런 얘기가 돌기 시작하더구만. 설마설마했는데 정말 그렇게 하네. 더이상 유구무언."
믿고 싶지 않았던 '루머'가 '현실'로 나타난 데 대한 어이없음의 표출이었다. 7.7 개각에 대한 시장 반응은 이러하다.
"앞으로 누가 강만수 위해 분골쇄신하겠어?"
8일 국제금융전문가와 오찬을 했다. 이날 화제도 '강만수'였다. 그는 강만수 유임에 어이없어 했다.
"MB와 강만수 도대체 무슨 특수관계야? 왜 그렇게 강만수만 감싸는 거야? 소망교회래서? 아니, MB는 자칭 시장주의자라면서 시장에서 이미 끝났다고 사형선고 받은 사람을 경제수장에 앉혀놓고 뭘 어찌 하겠다는 거야?"
그는 며칠 전 만난 재정부 관리 얘기도 전했다.
"최중경이 모든 책임을 지기로 한 것을 이미 알고 있더라구. 그러면서 참 씁쓸하다고 그래. 이해 가는 일이지, 어떻게 부하가 책임을 지나, 밑에서 잘못 했어도 위에서 져야지. 그래 갖고서 누가 앞으로 강만수를 위해 분골쇄신하겠어? 잘못되면 밑에서 책임을 뒤집어써야 하는데 말이야. 앞으로 강만수가 나라살림은커녕 재정부 하나 제대로 다룰 수 있겠어? 밑에 마음들이 모두 떠났는데..."
그는 한국경제의 앞날도 걱정했다.
"하반기 정말 걱정이야. 지금 월가에선 곧 대형금융기관 한두개가 쓰러질 것이란 소문이 파다해. 아이슬란드나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가 한두 곳이 파산한다는 얘기도 함께 나돌고 있어.
이런 사고가 실제로 터지면 한국은 어떻게 되겠어. 외환보유고가 있으니 부도나는 일은 없을 거야. 하지만 큰 충격을 받게 될 건 분명해. 가산금리가 높아지면서 빚이 많은 몇몇 그룹은 휘청댈 거야. 특히 지난 수년간 빚을 내 M&A(기업 인수합병)를 많이 한 그룹들이 곤경에 빠질 게 불을 보듯 훤해. 가계대출-카드 부실도 급증하면서 은행들도 휘청댈 거야.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금리와 환율은 치솟고 한마디로 난리가 날 거야. 그런데 강만수 갖고 되겠어? 시장에서 아무도 안 믿는데."
'대략난감'
강만수 유임 소식을 접한 세간 분위기는 이렇듯 '대략난감'이다. 그런데도 단 한곳, 청와대만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잘 풀려가고 있다"는 분위기다.
우선 촛불집회가 끝나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일 30만명이 모여 마지막 카타르시스적 잔치를 벌였다는 식이다. "촛불집회를 이제 그만하자"는 여론이 많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동시에 봐야하는 여론이 있다. 이 대통령 지지율은 '20% 벽'에 꽁꽁 갇혀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언제든 다시 촛불이 활활 타오를 것이란 얘기다. 사제단의 한 신부는 "한달내로 다시 거리에 나서야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는 경고도 한다. 지금 촛불집회는 어디까지나 '시한부 중단' 상태인 것이다.
또한 '20% 벽'이란 아무 일도 할 수 없음을 의미하나, 청와대는 그것을 아직 실감 못하는듯 싶다. 한나라당에 '친정체제'를 구축한 데다가, 친박을 복당시키면 국회도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20% 벽'을 갖고선 사사건건 제동이 걸리며 아무 일도 할 수 없으리란 사실을 정말 모르는 것 같다.
한 중견언론인은 이런 비유를 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횃불을 들고 짚단더미에 뺑 둘러싸여 있는 상태다. 촛불이 다 꺼진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횃불을 한번 잘못 움직이면 순신간에 짚에 불이 붙어 빠져나올 수 없는 궁지에 처할 위태위태한 상황이다."
지금 공황에 준하는 경제위기가 해일처럼 밀려들고 있다. 향후 수년간 국민고통지수가 엄청나게 높아질듯 싶다. 국민고통지수가 높아진다는 건 정권에 적신호가 켜진다는 의미다. 볏집이 불 불기 좋게 바짝 말라간다는 얘기다. '강만수 유임'은 그런 면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최대 패착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강만수 장관은 국민고통지수를 결정적으로 끌어올린 실정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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