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요일' 도래, 패닉의 시작인가
<분석> 외국인 18일째 무차별 매도, 한국정부 불신 심화
외국인 18일째 매도공세, 5조5천억 매도
이날 코스피 지수는 42.86포인트(2.57%) 내린 1,623.60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닥은 23.98포인트(4.13%) 폭락한 556.79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주가 폭락은 주범은 역시 외국인들이었다. 외국인들은 이날도 4천329억원어치의 대규모 매도로, 18일째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개인도 1천416억원을 순매도해 한때 1,600선 붕괴직전까지 갔으나 기관이 4천99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1,600선 붕괴를 막을 수 있었다.
문제는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쉽게 그치지 않을 것 같다는 데 있다. 외국인은 이미 6월 한달 동안에만 무려 5조원이 넘는 한국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는 연중 최저가로 추락한 지난 3월 외국인의 매도규모 4조3천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7월 들어서도 1, 2일 외국인들은 개장 초반부터 묻지마 매도를 계속했다. 업종, 종목 불문이다. 무조건 한국내 포지션(비중)을 줄이겠다는 식이다.
실제로 2006년 1월 말 42.7%에 달하던 우리 시장 내 외국인의 시가총액 비중은 올해 6월말 현재 33% 수준까지 낮아졌고, 여기에 최근 개인투자가들마저 패닉 상태에 빠져들면서 투매에 동참한 결과 지난 5월 1,900까지 회복됐던 주가는 1,600마저 붕괴 직전이다.
"신흥시장이 위험하다, 싫다"
지난해에 외국인은 한국 시장에서 주식을 판 반면 대만, 인도 시장을 비롯한 아시아 이머징 마켓에서는 주식을 사들였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국, 대만, 중국, 인도 시장에서 모두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 아시아뿐이 아니다. 남미, 동구권 등 여타 신흥시장에서도 앞다퉈 주식을 팔고 있다.
외국인이 이처럼 세계 신흥시장에서 손을 떼는 것은 신흥시장 곳곳에서 동시다발적 '외환위기' 발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슬랜드, 베트남, 아르헨티나 등이 이미 지뢰밭으로 꼽히고 있다. 국제유가 등 국제원자재값 폭등이 멈추지 않는다면 외환위기 발발은 시간문제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하지만 유가 등 국제원자재값 폭등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 자본이 주식과 부동산에서 빠져나가 원자재시장으로 몰려들면서 폭등을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서브프라임 사태로 골병 든 미국경제가 나날이 악화되면서 달러화가 휴지조작이 되가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제 원자재값 폭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말 그대로 세계자본주의가 악순환 고리에 빨려들면서 '공황 전야', 최악의 상황에 몰리고 있는 양상이다. 외국인은 이에 우선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신흥시장 비중을 줄여 피해를 최소화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를 보는 시선이 싸늘하다
문제는 한국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2일 "우리가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은 1, 2차 오일쇼크에 준하는 3차 오일쇼크라 할 만한 상황"이라며 최근 경제상황에 대한 극한 위기감을 나타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 인식이 당면한 위기를 '3차 오일쇼크' 정도로만 인식하는 게 아니냐는 데 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앞서 2차 오일쇼크때 현대건설 등이 오일머니가 쏠린 중동에서 매머드 건설 수주로 위기를 극복한 사실을 예로 들며, 중동 플랜트 수주에 전념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경제가 당면한 위기는 단순한 오일쇼크가 아닌, 금융공황적 위기를 동반한 '복합적 위기'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구촌 한곳에서 금융위기가 발발하기만 해도 모든 나라가 동반위기에 빠져들게 돼 있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지구촌 곳곳에서 동시다발적 위기가 발생한 가능성이 높다. 신금융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지금 상황은 이처럼 80년대초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지금 한국을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촛불시위 때문이 아니다. 지금 지구촌은 선진국, 후진국 할 것없이 매일같이 물가폭등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길거리에 넘쳐나고 있다.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선 한국은 약과다.
외국인이 외환보유고도 튼실하고 대기업들도 양호한 한국을 부정적으로 보는 근원적 이유는 한국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다. 외국인들은 시장주의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의 출범때만 해도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곧 싸늘해졌다. 시장주의를 외치던 이명박 정부가 반시장적 구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강만수 경제팀의 '환율 개입'이었다. IMF마저 공개리에 보고서를 통해 환율 개입 중단을 촉구할 정도로, 강만수 경제팀의 환율 개입이 초래한 대외신인도 타격은 컸다. 또한 오른손으로 환율개입으로 물가를 올리면서, 왼손으로는 MB물가를 잡겠다며 미봉책적 물가통제를 하는 모습도 냉소를 자초했다.
외국인들은 또 한국에 치명적 시한폭탄이 똑딱거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 수년간 누적돼온 부동산거품이 그것이다. 미국에 치명타를 입힌 것도 부동산거품 파열이었다. 미국보다 부동산거품이 더 많이 끼어있는 한국이 스태그플레이션이란 최악의 불황에 빠져들면 한국에서도 부동산거품이 터지면서 가계부실, 금융부실로 이어질 공산이 높다는 게 외국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국경제는 지금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국가정책, 특히 경제정책에는 시행착오란 있을 수 없다. 한번 잘못하면 국가경제가 치명상을 입게 된다. 이미 강만수 경제팀은 치명적 실수를 했다. 시장, 그리고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경제팀으로는 위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 위기 돌파의 스타트는 경제팀 교체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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