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미국산 쇠고기를 즉각 중단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알려진 것과는 달리 쇠고기 협정문 장관고시 등에 명문화되는 데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종훈 "서한으로 보완조치. 척추 횡돌기 등 수입금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20일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가진 한미 쇠고기 추가협의 브리핑에서 "양국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20조와 세계무역기구(WTO) 동식물검역협정(SPS)에 따라 국민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인정하기로 했다"며 "슈전 슈워브 대표와 지난 목요일 재협의 희망 의사를 전달했고, 추가협의를 가졌다. 추가협의 결과 서한교환 형태로 보완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서한의 내용과 관련, "우리가 제기한 내용은 한국이 국민건강이 보호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느냐는 것과 특정위해물질(SRM)에 대한 인식의 차이점을 어떻게 일치해서 명확히 하는 것이냐가 주된 내용이 됐다"고 밝혔다.

합의는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김 본부장과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서한을 교환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양국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20조와 세계무역기구(WTO) 동식물검역협정(SPS)에 따라 국민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인정하기로 했다.

양측은 또 광우병위험물질(SRM)과 관련해 미국이 내수용과 수출용 쇠고기에 대해 동일한 규정을 적용하고, 한국에 수출된 쇠고기가 이런 규정을 위반했을 때 한국 검역당국이 수입위생조건 23조와 24조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권리를 인정했다. 수입위생조건 23조는 해당 쇠고기의 반송 및 검사비율 증대이고 24조는 2회 위반했을 때 검역을 중단하는 것이다. 이로써 척추의 횡돌기.측돌기, '천추 정중천공능선(소 엉덩이 부분 등뼈의 일부)' 등도 기존 합의문과 달리 수입이 금지되는 SRM에 추가됐다.

김종훈 "명문화하겠다고 한 적 없다"

김 본부장의 발표는 이미 알려진 것과는 달리 장관고시 등을 통해 명문화되는 것이 아닌 서한 형태의 명문화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본부장은 "진전된 구체적 내용이 없다" "오늘 발표가 실망스럽다. 어제까지는 명문화 하겠다고 했는데 어느 부분이 명문화 됐다는 것인가"란 기자들의 질문에 "어제부터 명문화하겠다는 말을 언론에서 제목으로 쓰는데 저는 지금 발표를 하고 있다"며 "어제 명문화한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었는지 알 수 없고, 쓰신 분(기자)이 다른 사람이 말을 듣고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공식으로 발표한다면 발표가 보도의 기준이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물론 논평이나 해석이 있을 수는 있지만 명문화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며 거듭 자신이 명문화 얘기를 한 적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슈워브 대표는 분명 장관급이고, 장관급 인사가 서명을 담아 첨부물을 붙인 것은 효력이 있고 집행되어야 하는 문서로 생각한다"며 "장관고시의 경우 농림부 고시인데 어떤 방법으로 반영하는 게 적절할 지 검토할 것"이라고 답해, 애당초 장관고시를 통해 명문화하는 방안을 미국측과 협의한 것이 아님을 밝혔다.

그는 '국민건강에 위협이 된다'는 입증책임이 우리에게 있는 데 대해서도 "수입위생조건을 보면 광우병이 추가발생할 경우 미국이 즉각 철저히 조사하도록 돼 있고 우리도 즉각적으로 조사단을 보내겠다고 돼 있다. 이런 조치를 통해 상당 부분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며 "물론 입증책임은 우리에게 있고, 견해가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 협의를 통해 풀어갈 수 있고, 안 되면 분쟁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혀, 분쟁 가능성을 시인했다.

김 본부장은 그러나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해 국민건강이 위해에 처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며 이견 발생시 통상분쟁도 감수할 것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