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계 원외좌장인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13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한나라당 공천을 '박근혜 죽이기'로 규정한 뒤, 강력한 투쟁을 선언해 '박근혜 무소속 연대' 출범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해 한나라당 공천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서 전대표는 그동안 공천에서 탈락했거나 탈락위기에 몰린 박근혜계 의원 및 당협위원장들과 만나 '무소속 연대'를 만들어 4월 총선에 출마하는 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다.

서청원 "박근혜계, 시나리오대로 암살 당하고 있다"

서 전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여의도 한나라 당사에서 열 예정인 기자회견에 앞서 배포한 기자회견문에서 "작금의 한나라당 공천 파동을 지켜보며, 피눈물을 쏟는 심정으로 경고한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나라당의 공천은 공천이 아니다"라고 이명박계를 맹비난했다.

그는 "이번 공천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마치 대선승리의 전리품을 챙기듯 철저하게 사당화(私黨化)해 나가고 있다"며 "입에는 '개혁'을 외치면서 뒤로는 모든 암수를 동원해 무자비하게 반대편을 숙청해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정권창출을 위해 음지에서 헌신했던 수많은 동지들이 밀실에서 작성된 원칙도 기준도 없는 공천리스트에 의해 시나리오대로 암살당하고 있다"며 "'계파 나눠먹기'는 안된다고 말하면서 철저하게 승자독식만 있다. 일부 언론에서 지적했듯이, '친이를 뺀곳은 친이, 친박을 뺀 곳에도 친이'만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화살을 공심위로 돌려 "실세들의 뒷배를 봐주는 것으로 회자되고 있는 외부 공천심사위원들이 최소한 비례대표 불출마 선언부터 하고 나서 공천에 임해야 할 것"이라며 외부 공심위원들이 비례대표를 노려 박근혜계 죽이기에 동참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결국 나서야 한다면 주저없이 앞장서 싸울 것"이라며 "과거 제 정치인생의 모든 것을 걸었던 '반독재투쟁'에 다시 나서는 일이 없기를 고대한다"고 말해, 사실상 영남권 공천 이후 '무소속연대'를 이끌 것임을 강력 시사했다.

14일 무소속 연대 출범 전망

서청원 전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은 그가 그동안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탈락위기에 몰린 박근혜계 의원 및 당협위원장들과 빈번한 접촉을 갖고 '무소속 연대'를 주도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무소속 연대 출범을 위한 명분쌓기가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한 예로 서 전대표는 지난 10일 충남 아산지역 공천에서 탈락한 이진구 의원과 친박 측 원외 위원장 등 30여명과 오찬을 함께하며 집단 행동을 결의한 바 있다. 이밖에 역시 공천탈락한 이규택 의원 등과도 빈번한 접촉을 갖고 무소속 연대 출범을 논의했으며, '살생부'에 이름이 오른 영남권 박근혜계 의원 등과도 잦은 접촉을 갖고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서 전대표 기자회견은 이규택 의원이 "오는 14일 무소속연대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힌 직후 나온 것이어서, 무소속 연대 출범을 위한 명분쌓기로 해석돼 한나라당 공천갈등은 파국으로 치닫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