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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스캔들'에 일본 쇼크

도쿄지검 특수부, 주주운동가 무라카미 연행 예정

주주운동을 펼쳐온 일본의 유명 펀드매니저가 내부자 거래 혐의로 쇠고랑을 찰 위기에 직면, 일본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2일 일본 증시는 하루종일 요동쳤다. 이날 미국증시 반등 소식에 상승 출발했던 닛케이 225 지수는 한 '충격적 소식'에 0.5% 급락한 채 오전장을 마쳤다. 오후 들어 낙폭을 만회하기 시작하면서 결국 전날보다 0.97% 오른 1만5789.31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증시를 뒤흔든 '충격적 소식'은 일본의 유명 주주운동가 무라카미 요시아키(46.村上世彰)가 증권거래법(내부자 거래) 위반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는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였다.

무라카미 펀드, 니혼방송 지분매각 관련 내부자거래 조사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무라카미 펀드가 검찰로부터 니혼방송 주식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내부자 정보를 이용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무라카미 펀드의 니혼방송 주식 처분과정에서의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의혹과 관련, 도쿄지검 특수부가 최근 이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무라카미씨를 임의로 연행해 의혹에 대한 사정을 청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관료 출신의 주주운동가 무라카미 요시아키의 성공 스토리를 다룬, 전 마이니치신문 기자이자 정치평론가인 이타가키 에이켄(板垣英憲)이 쓴 <나의 도전>. ⓒ 아사출판


이번 혐의는 올해초 부정회계로 상장폐지된 인터넷 포털 `라이브도어`의 경영진과도 관련돼 있다. 라이브도어는 지난해 니혼방송 인수를 위해 `후지 TV 네트워크`와 경쟁하던 중 대규모 니혼방송 지분을 취득했었는데, 이 지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니혼방송의 최대주주였던 무라카미 펀드는 후지 TV가 2005년 1월17일 니혼방송에 대한 공개매수를 선언하기 직전 추가지분을 적극적으로 매입했으며, 이중 상당 부분을 라이브도어에 매각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실제 2005년 2월8일 라이브도어는 시간외 거래를 통해 니혼방송의 지분 35%를 인수했으며, 무라카미 펀드의 지분은 2004년의 18%에서 2005년 2월말 3.44%로 급감했다.

무라카미, 99년 40억엔으로 설립한 펀드 현재 4천억엔대

무라카미 요시아키는 옛 통상산업성(현 경제산업성) 관료 출신으로, 지난 1999년 ‘오릭스 파이낸셜 서비스’ 등에서 조달한 40억엔을 밑천으로 무라카미 펀드를 설립했으며, 현재 이 펀드 규모는 4천억엔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무라카미는 1959년 오사카에서 태어났으며 당시 무역상이었던 부친으로부터 평생 용돈 대신 한꺼번에 받은 1백만엔을 자본으로 초등학교 4학년 10살때부터 주식투자를 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 때부터 투자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 도쿄 대학 법학부를 졸업할 당시에는 집을 살 수 있을 정도의 개인 자산을 모았다고 전해진다.

무라카미는 주주운동이 전무한 실정이었던 일본에서 의류업체 ‘도쿄 스타일’의 경영쇄신을 이끌어 내면서 처음 언론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그는 다수의 기업 지분을 대규모로 매입하고 비싸게 되파는 방식으로 큰 돈을 벌어들였고, 이에 따라 TV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으로 발탁되면서 유명인사로 급부상했다.

그는 무라카미 펀드 설립 후 오릭스를 포함한 그의 지원자들에게 수년 동안 연 15%에 달하는 고수익을 돌려주는 등 증시의 지존으로 등극, ‘신의 손’이란 별칭을 얻었다. 스스로를 ‘구조조정(turnaround) 아티스트’라고 부르기도 하는 무라카미가 운영하는 ‘무라카미 펀드’의 활동이 일반에 알려진 것은 작년 라이브도어가 니혼(日本)방송 경영권을 놓고 일본 최대 민방인 후지TV와 주식매수경쟁을 벌이면서부터다.

당시 니혼방송 주식을 대거 보유하고 있던 무라카미펀드의 동향은 매스컴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무라카미펀드는 보유주식을 라이브도어에 매각, 거액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신의 손'은 '반칙의 손'이었다

무라카미 펀드는 이밖에 인터넷 상거래 업체인 라쿠텐(樂天)이 도쿄 도심에 부동산이 많은 알짜기업 TBS주식을 매집하면서 경영권 쟁탈전을 벌이는 과정에서도 보유주식을 처분, 막대한 차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간사이(關西)지방의 토박이 재벌인 한신(阪神)전철 주식을 매집, 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후 백기사를 자처하며 한신과 경영통합을 추진 중인 한큐(阪急)홀딩스측과 주식양도가격을 놓고 협상을 벌이면서 또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무라카미 펀드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드림테크놀로지 주식에도 투자했다가 이 회사가 벤처기업 재건지원사업을 중지한다고 발표하기 직전 보유주식을 처분, '대박'을 터뜨리는 등 투자한 주식마다 대부분 큰 재미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무라카미 펀드는 "일본에서 활동하면 규제가 많고 세금이 많이 나간다"며 지난 달 운용자산과 활동거점을 몽땅 싱가포르로 옮겨 다시 매스컴을 탔다. 이후 싱가포르에 거주하며 활동해온 그는 지난달 말 일시 귀국,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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