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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중진들 "우린 총선에서 살아남을까"

모두 총선 채비 들어갔으나 깜깜절벽, 초선들 "5석이나 건질까"

530만표의 사상최대 참패후 대통합민주신당에 궤멸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수도권-충청권 초선의원들의 선상반란이 일어나는 등 진통이 심하다. 상황이 심각하기란 신당 경선에 출마했던 대선 예비주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부 호남권을 제외하곤 아무리 거물급이라 할지라도 내년 총선에서 당선을 기대하기 힘든 까닭이다.

정동영, 전북에 출마하면 안전하나...

우선 정동영 후보는 지난 16대 총선 당시 노인비하 발언 파문으로 스스로 원외인사를 자청한 까닭에 현재 자신의 지역구를 갖고 있지 않다. 14, 15대 연속으로 정 후보를 전국 최다득표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줬던 전주 덕진구는 현재 채수찬 의원의 지역구다.

이번 대선에서 90.8%의 몰표를 몰아줬던 정 후보의 고향 전북 순창 역시 같은 당 소속 이강래 의원이 3선을 노리고 있는 지역구다.

정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호남에서는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때문에 텃밭인 전북에 출마하면 당선 가능성이 높다. 그는 특히 대선참패직후 전주를 찾아 "큰 꿈을 계속 키워나가겠다"며 차기 대선 도전 의지를 드러내, 우선 전주 등지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당내 분위기는 간단치 않다. 정 후보 이름을 직접 들지는 않았으나 그가 출마할 경우 텃밭이 아닌 서울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주문이 다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역 정치인으로 전락하면 다음 대선을 꿈도 꾸기 힘들 것이라는 게 당의 압박성 경고다.

현재 정후보 주소지는 서울 서대문구. 때문에 정 후보가 출마를 한다면 서대문구가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정작 당사자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손학규, 총선보다는 당권. 출마하면 파주

손학규 전 지사도 현재까지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과 함께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차기 당권주자다. 그도 자신의 출마보다는 신당을 어떻게 환골탈태시킬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손 전 지사는 대선 이후 지난 주말부터 서대문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자택에서 칩거중이다. 손 전 지사 측근은 “본인이 일단 쉬시겠다고 하고 있다. 총선이나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나올 단계가 아니다”라며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으며 참모들에게도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전지사가 정치활동을 계속하려면 본인도 총선에 출마해야 한다는 게 당의 지배적 주문이다. 그럴 경우 경기도 파주가 1순위로 꼽히고 있다. 경기도지사 재임때 필립스를 유치해 지역발전에 기여한 공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도는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당선자의 득표율이 과반을 넘었다는 점에서 만만한 곳은 사실상 한 곳도 없는 실정이라 출마 자체가 모험일 수밖에 없다.

신당 다선 중진들조차 내년 총선에서 당선을 자신못할 정도로 신당이 처한 상황은 최악이다. ⓒ연합뉴스

이해찬, 관악에 6선 도전

이해찬, 천정배, 김근태, 신기남, 김한길 등 수도권 다선 의원들도 이미 총선 채비에 착수한 상태다. 이들 지역구는 예전 같으면 당선이 보증된 철옹성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완전 딴판이다.

이해찬 전 총리는 서울 관악 을에서 6선을 노린다. 이 전 총리의 관악 을은 이번 대선에서 29.09%가 정동영 후보를 지지했다. 전국 평균(26.2%)과 서울 평균(24.5%)를 모두 웃돌며 서울 48개 지역구에서 가장 높은 신당 지지표가 나온 곳. 하지만 이곳에서도 이명박 당선자는 40%대의 높은 득표를 했다.

이 전 총리는 더욱이 2004년 탄핵 역풍에도 40.78%의 표밖에 얻지 못해 한나라당 후보와 7%포인트 남짓밖에 차이를 벌이지 못한 바 있고, 더욱 지금은 친노세력의 대명사 격으로 네거티브 이미지가 극에 달한 상태여서 수성은 자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근태, 도봉갑에서 4선 도전

김근태 의원도 도봉갑에서 4선을 노린다. 김 의원은 지난 한 해동안 중앙에서의 역할에 치중하면서 지역구에 소홀했다는 자체평가에 따라 올 연말부터 본격적인 지역구 챙기기에 나섰다.

그러나 김 의원측 관계자는 “이번 대선 분위기와 도봉 갑의 분위기가 별반 다르지 않아 어느 선거때보다도 긴장하고 있다”고 지역구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대선에서 도봉 갑의 정동영 후보 득표율은 24.81%로 서울 평균 득표율에 가깝다.

2004년 총선에서 김 의원은 51.7%로 과반을 넘어섰었으나, 지금은 누구도 당선을 자신 못하고 있다.

천정배, 안산에서 4선 도전

'목포 천재'로 불리는 천정배 의원은 일각에서 3선 지역구인 경기도 안산을 버리고 고향인 목포 출마설이 거론됐지만 천 의원측은 단 한번도 검토된 적이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특히 목포는 대선막판 정동영 후보를 지지하며 민주당을 탈당해 신당에 합류한 이상열 의원이 지역구인 데다, 지난 총선에서의 열린우리당 출마자는 그의 매제인 김대중 전 시의회의장이어서 그가 목포로 옮길 가능성은 전무한 상태다.

천 의원측 관계자는 “목포는 낭설이고 안산에서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며 “전체 분위기가 좋지는 않지만 천 의원의 지역구는 이번 대선 득표율에서 경기도 평균을 훨씬 웃돌며 경기지역 전체 1등을 차지한 지역”이라며 지역구 수성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러나 수도권 분위기가 워낙 삼엄한 만큼 그 역시 당선을 100% 자신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신기남은 강서 갑에서 4선 도전

친노 핵심인 신기남 의원도 강서 갑에서 4선에 도전한다. 강서 갑의 대선 득표율은 25.2%로 전국 평균에는 못 미치지만 서울 평균은 웃돈다. 신 의원 역시 김근태 전 의장과 마찬가지로 강서갑에서 50.7%의 표를 얻은 과반 획득 당선자였다.

신 의원측 관계자는 “이번 대선 결과를 보면 어느 곳도 만만치가 않다. 한나라당이 후보를 구체화할 경우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명숙, 일산에 재선 도전하나...

한명숙 전 총리도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일산 갑에서 재선을 노릴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망은 어둡다.

한 전 총리는 탄핵역풍이 거세된 17대 당시에도 홍사덕 한나라당 후보와 불과 2천3백여표 차이의 박빙의 승부를 펼친 끝에 어렵게 당선됐었다.

이번 대선 득표율도 일산 갑은 21.89%로 경기도 평균 득표율(23.6%)에도 못 미쳤다.

김한길, 문국현과 충돌할 수도

비노계열을 이끌고 있는 김한길 의원은 구로 을에서 17대에 이어 지역구 재선을 노리고 있다. 3선 의원이지만 15대와 16대 총선 당시 각각 새정치국민회의와 민주당 비례의원으로 당선돼 이번이 사실상 두 번째 치르는 지역구 선거.

이 지역 또한 서울에서 금천구와 함께 호남표가 가장 많은 곳으로 뽑혀왔지만 이번 대선에선 26.4%를 얻는 데 그쳤다.

더욱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도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경우 이 지역을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꼽고 저울질하고 있어, 김 의원은 한나라당, 창조한국당과 치열한 3파전을 벌여야 하는 최악의 구도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영남에 도전장 내는 유시민-김두관은 '장기적 명분쌓기'

이밖에 유시민 의원과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대구와 경남에서 출마한다. 유 의원은 공언대로 한나라당의 아성인 대구 수성 을에 도전하며 김 전 장관은 남해 하동에 선거 캠프를 차렸다. 두 사람의 맞상대는 이명박 당선자의 핵심측근인 주호영 의원과, 이명박계 원로격인 박희태 한나라당 의원이다.

따라서 유의원과 김 전장관 당선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나, 차기대선 재도전 의지를 갖고 있는 이들은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헌신했다는 노무현식 정치명분의 축적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밖에 탄핵역풍에 휘말려 3선에 실패했던 추미애 전 공동선대위원장은 자신의 지역구였던 광진 을에 재도전한다. 그러나 17대 총선에서 맞상대했던 김형주 의원과 이제는 같은 당 소속이라 공천과정에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둘 중 한 명은 무소속 김영춘 의원이 문국현 후보를 지지하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 공석으로 남아있는 광진 갑으로 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소장파들 “중진들, 당 회생 위한 진정성 있나”

이처럼 당내 중진들은 물밑에서 총선 채비를 서두르고 있지만 당내 안팎의 시선은 따갑다. 특히 당내 초선의원들이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론을 거론하며 당 쇄신 카드로 ‘공천혁명’과 이들의 ‘총선 불출마’를 들고 나온 것은 이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다.

벌써부터 자칫 2선 후퇴론이 거세질 경우, 설령 공천을 따낸다 해도 총선을 앞두고 이미지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중진 측근은 “아직까지는 당 지도부 사퇴 주장 정도로 그치고 있지만 지난 정풍운동처럼 당 쇄신 차원에서 특정인이 거론되면 총선에 나간다 해도 상처투성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지금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우리를 철저히 외면한 것”이라며 “각자 계파별 입장을 내세울 때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바닥으로 내려가서 고민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하나 과연 당 중진들 중 누가 그런 진정성을 보이고 있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계파들의 기득권 다툼이 총선까지 이어진다면 신당 간판을 내걸고 나서봤자 수도권에서는 잘해야 5석 안팎을 얻는 참패로 이어질 게 뻔하다”며 “중진들이 대선 패배를 책임지지 않고 구호 차원의 당 쇄신에 그친다면 모두 죽는 길로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압승에도 불구하고 총선마저 압승을 거두기 위해 이명박계 좌장 이재오 의원이 당내 최대 계파를 해산하는 등 총선 공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과,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내홍이 심화되고 있는 신당은 여러모로 대조가 되고 있다.
최병성, 김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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