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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욕쟁이 할머니'는 낙원동에 없었다!

한나라 "강남 국밥집이 너무 깔끔해 허름한 낙원동 빌린 것"

오늘(29일) 점심 때 요즘 세간의 관심이 되고 있는, 이명박 후보가 등장하는 TV 광고 속 종로 낙원동 국밥집을 찾았다. 내가 이 국밥집을 찾은 이유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정치적 호불호와는 아무 관계없다. 다만 광고 내용이 꽤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도 낙원동 국밥집 골목이 <평화방송>에서 10여분 거리밖에 안 되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였기 때문이다.

이미 가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낙원동 국밥집 골목에는 소머리순대국밥집(이하 국밥집)이 6~7곳 정도 나란히 늘어서 있다. 그리 길지 않은 골목이다. 나는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첫 머리에 자리잡은 국밥집 여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이명박 후보가 TV에 등장한 국밥집이 어디입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 여주인은 “저~기 강원집”이라며 골목 끄트머리께 자리잡은 강원국밥집을 손으로 가리켰다. 망설임없이 가르쳐 주는 것을 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 국밥집을 찾는 것 같았다.

안을 얼핏 들여다보니 손님들로 가득차 있었다. 나처럼 TV 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이 집이 이명박 후보가 TV에 나온 그 국밥집이 맞습니까?”하고 묻자 식당 입구에 있던 여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대뜸 "네, 이 집이에요, 안으로 들어가세요”라고 서두른다. 그런데 TV에서 봤던 그 할머니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할머니는 안 보이시네요?”라고 하자, “할머니 오늘 편찮으셔서 집에서 쉬세요”라는 것이었다. 아쉬움에 내가 "아, 할머니 얼굴 좀 보려고 왔더니 안계시네~”라고 하자 그 여주인이 의외의 답변을 해 깜짝 놀랐다.

"TV에 나오는 할머니는 우리 집 할머니 아니에요, 연기자 할머니예요."

TV에 나온 할머니가 연기자였다? 나는 순간 ‘속았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순진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TV 광고를 그대로 믿다니, 내가 순진하지.” 그러나 한편으로는 TV를 본 많은 국민들은 그 할머니를 진짜 낙원국밥집 할머니로 생각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니 뒷맛이 씁쓸했다.

그래도 그 집 국밥 맛만큼은 괜찮았다. 고기와 밥을 꾹꾹 말아줘 말 그대로 배터지게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값도 3천원으로 저렴한 편이었다.

나는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면서도 혹시나 해서 다시 확인했다. 그러자 “우리 집 할머니 아니에요, 연기자 할머니예요”라는 식당 여주인으로부터 똑같은 대답이 들려왔다.

나는 회사로 돌아와 이번 이명박 후보 TV 광고를 기획한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에게 곧바로 전화를 돌렸다. 통화는 바로 이뤄졌다. 정병국 의원 대답이 “그 할머니 국밥집 할머니인 것은 맞습니다, 강남에서 국밥집을 하는 분인데 욕쟁이로 유명한 분이고 우리 콘셉트와 맞아 그 할머니를 섭외한 것입니다”라는 것이었다. 강남 국밥집? 그러면 낙원동 국밥집은 뭔가?

그때서야 나는 명색이 방송국에 다니는 나의 순진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낙원동 국밥집에 가면 TV 속 할머니가 꼭 계실 것’이란 첫 번째 순진함에 뒤이은 ‘TV 광고와 헌팅의 중요성’이라는 사실을 미처 생각 못했던 두번째 순진함이었다.

그때 정병국 의원이 “그 욕쟁이 할머니 국밥집이 강남이고 거기서 욕잘하는 할머니로 유명한데 거기는 장소가 너무 깔끔해서 우리 콘셉트와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허름한 낙원국밥집을 빌린 것이죠”라고 말한다. 강남 국밥집은 장소가 깔끔해서 낙원동을 헌팅했다는 것인데 그것도 모르고….

“어쨌든 오늘 가보니 TV 광고 때문인지 손님도 많고 장사가 잘 됩디다”라고 했더니 정 의원이 “우리가 이틀 연속 거기서 촬영을 했는데 그 집 주인이 손해 많이 봤다고 뭐라하던데 장사가 잘 된다니 다행이네요" 한다.

낙원동 국밥집 할머니와 350억원 갑부 이명박 후보의 TV 광고! 콘셉트가 잘 맞는다고 자화자찬하는 정병국 의원의 발언…, 2007 대선의 의미를 곰곰히 생각해본다.
오동선 <평화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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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73 79
    성수

    왠지..
    어찌보면 별거아닌건데
    곧 대선이라그런지 예민한 기사로 받아들여지는거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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