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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박한 '경제 동물'들의 궤변

<뷰스 칼럼> '부시의 푸들'이냐, 최소한의 '국격'이냐

"이라크가 중동에서 풍부한 석유자원을 갖고 있고, 전쟁 이후 복구사업도 대규모로 시행될 것이다. 조금 더 있는 것이 후속 자원-경제 외교에 도움이 될 것이다."(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우리 기업의 대 이라크 수주 실적을 보면 2004년에는 3천300만 불, 2005년에는 4천500만 불, 2006년도에는 1천700만 불로 줄었다가 올해는 10월까지만 해도 3억 5천300만 불 정도로 수주 실적이 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의 경제의 효과도 굉장히 중요하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천호선 청와대 대변인)

"파병이후 국내기업이 현지 기업과 이라크의 석유개발권 등 체결한 사업양해각서만도 23조원 대에 이른다."(류근찬 국민중심당 대변인)

노무현 대통령이 23일 이라크 파병 재연장 담화를 발표한 직후 쏟아진 나온 찬성론자들의 말, 말, 말이다.

이들의 말만 듣고 있자면 이라크에서 결코 철군해선 안될 것 같아 보인다. 군대 숫자를 절반으로 줄여선 더욱 안된다. 도리어 군대 숫자를 대폭 늘려야 마땅하다. 또한 이라크에서 철군을 완료한 일본, 이탈리아, 네덜란드, 포르투칼 등은 완전 돌머리다. 우리처럼 이라크가 검은 황금이 넘쳐흐르는 기회의 땅임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위선'이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이라크와 체결한 사업양해각서만 23조원에 달한다는 류근찬 국중당 대변인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그런 숫자는 지구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형적 혹세무민이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 주장도 궁색하기 짝이 없다. 이라크전 발발후 발주한 2천여건의 재건공사중 우리 기업이 수주한 것은 한건도 없다. 천 대변인이 내민 숫자는 우리기업이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수치에 불과하다. 공사를 발주할 돈이 없는 쿠르드정부는 외국기업이 직접 투자를 유치할 경우에만 발주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 돈 들여 공사해 놓고 돈을 떼일 위험성이 다분한 수주일뿐이다.

"이라크의 풍부한 석유자원" 운운한 이명박 후보 주장도 일국의 유력 대선후보답지 못한 경솔한 발언이다. 이라크에 석유가 많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누가 있나. 그 석유는 지금 누가 틀어쥐고 있다. 미국의 석유재벌들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왜 침공했나. 이라크 국민의 인권 때문에? 대량살상무기 때문에? 대다수 미국인들조차 콧방귀 뀌는 얘기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연준 의장조차 며칠 전 "석유때문에 이라크를 침공했다"며 부시 미대통령을 공개비판했을 정도다. 그런 마당에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에 더 주둔하면 우리나라가 이라크 석유자원을 장악할 수 있다? 지나가던 소가 웃을 얘기다. 해외에 알려지면 국제사회의 조롱을 받을 강변이다.

이들은 차라리 솔직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죽으나사나 미국 눈치를 봐야 한다. 그것만이 살길이다"라고. 그렇게 적나라하게 말하기는 자존심이 상하나. 왜 엉뚱하게 말도 안되는 경제 운운하며 "저급한 경제동물"이란 국제적 비난을 자초하나.

물론 미국은 우리에게 중요한 존재다. 그러나 '미국'과 '부시'를 착각 말아야 한다. 현재 미국인 절대다수도 '부시'의 이라크 침공을 비판하고 있다. 침공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부시'의 거짓말을 질타하고 있다. 부시 인기는 그 결과 2차 세계대전후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이라크 파병 재연장을 요구하는 것은 '부시'이지, '미국'이 아닌 것이다. 한국이 '부시' 요구를 거부했다고 한국을 "배신자" 운운할 미국인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시 미대통령의 요구에 또다시 굴복함으로써 한국의 '국격'을 위기에 몰아넣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짚자. 북핵문제가 아직 완전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선 부시와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노대통령 주장이다. 미안하지만 궁색한 논리다.

객관적으로 짚어보자. 부시가 북한과 협상에 나선 것이 우리가 이라크에 파병했기 때문인가. 3년전 파병을 한 이후에도 부시는 여러차례 북한을 폭격하려 했다. 체니 부통령 등 네오콘은 그 과정에 남한이 쑥대밭이 돼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국 국익'이 최우선이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못했다. 왜? 미국이 이라크에서 '사막의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라크와 북한 두곳에서 동시전쟁을 치룰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부시는 '악의 축' 북한과 대화의 길로 나서야 했다. 집요한 이라크의 저항이 한반도를 전쟁위기에서 구한 셈이다.

현재 진행중인 북-미 수교도 마찬가지다. 부시가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려 할 때 국내의 숱한 보수진영 인사들은 "이럴 수가. 부시가 우리를 배신하다니"라고 절규했다. "시청 앞에서 그렇게 성조기를 들고 흔들었는데 이럴 수가"라는 식의 배신감이었다.

그렇다. 지금 급진전하고 있는 '북-미 수교'는 미국의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한국 때문이 아니다. 더욱이 한국의 이라크 파병 때문은 결코 아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국민에게 넘어왔다. 지금의 '대선 전야'다. 국민은 지금 정치권의 목줄을 쥐고 있다. 5년만에 오는 기회다.

우리 국민은 지금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부시의 푸들'이 될 것인가, 아니면 뒤늦게나마 최소한의 '국격(國格)'을 지킬 것인가.
박태견 대표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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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3 개 있습니다.

  • 68 52
    쭈굴본심

    미국으로 튀려면 밉보이면 되냐?
    김정일이 퍼준 미그기타고 쳐내려오면
    굴비챙겨 튈데는 미국밖에 더있냐?

  • 68 74
    asdf

    국민과의 약속 어기기를 손바닥 뒤집듯
    이러니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못얻고 있지요.
    잃어버린 10년에서 잃어버린 것이 무어냐고 정부가 반문하던데
    바로 국민의 신뢰입니다.

  • 50 63
    독자

    오랫만에 좋은 컬럼을 읽었습니다
    안목을 깨우쳐주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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