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가 미끼 던지면 트럼프는 물었다"
미국 첫 TV토론. 해리스 '예상밖 공세'로 트럼프 자극
두 후보는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ABC방송 주관으로 예정된 90분간을 넘겨 100여분간 진행된 토론에서 간단히 악수를 나눈 뒤 모두발언 없이 곧바로 토론에 들어갔다.
토론은 예상과는 달리 해리스가 '공격적', 트럼프가 '방어적'이란 평가를 얻었다. 특히 해리스에게 불리한 경제, 이민, 낙태 문제 등에서 해리스가 트럼프의 맹공에 "나는 바이든이 아니다"라며 역공으로 맞받아 트럼프의 신경질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해리스는 계속해서 트럼프를 짜증나게 했다”며 “해리스가 미끼를 던지면 트럼프는 계속해서 물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폭스뉴스>의 분석가 브릿 흄도 “해리스가 트럼프를 찌르자 미끼를 물었다”며 “이날은 해리스의 밤이었다”라고 촌평했다.
트럼프는 우선 경제와 관련, "나는 (재임 기간에) 인플레이션이 없었다"면서 "그들은 경제를 파괴했다"며 바이든 정권 시절 물가폭등을 물고 들어갔다. 그러면서 “해리스의 경제정책은 아무 계획도 없고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을 답습한 것에 불과하다”며 “중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도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고 중국과 그동안 이득을 본 국가들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리스는 "트럼프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실업률, 세기의 최악 공중 보건 전염병, 남북전쟁 이후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최악의 공격을 남겼다"며 "트럼프의 경제 정책엔 부자감세밖에 없다. 트럼프의 경제 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키고 소득 감소와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고 맞받았다.
트럼프는 이민 문제와 관련해선 “그들은 스프링필드에서 개를 잡아먹고 있다”며 “고양이도 먹고 있으며 그들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반려동물을 잡아먹고 있고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며 부끄러운 일”이라며 SNS 루머를 갖고 공세를 폈다.
해리스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사실이 아니다”라며 “당신은 극단적인 말을 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토론진행자 데이비드 뮤어도 트럼프 발언후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의 이민자 커뮤니티에서 반려동물이 다치거나 학대받았다고 믿을 만한 보고는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낙태와 관련해선 "해리스가 출생 후 사형 집행을 지지한다"며 낙태권을 지지하는 해리스를 공격했다. 이에 대해 해리스는 "트럼프가 다시 선출되면 전국적인 낙태 금지법에 서명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토론 진행자 린지 데이비스는 "미국엔 출생 후 아기를 죽이는 것을 합법화하는 주가 없다"라며 트럼프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트럼프는 이에 언성을 높이며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
해리스는 외교안보 문제 등에선 먼저 공세를 폈다.
해리스는 "나는 미국 부통령으로서 세계를 돌았는데 세계 정상들은 도널드 트럼프를 비웃고 있다. 난 군사 지도자들과 대화했고, 그들 일부는 당신과 일했는데 당신이 수치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빅터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전언이라면서 “3년 전엔 중국, 북한, 러시아가 나를 두려워했다”며 “지금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라”고 맞받았다.
그러자 해리스는 “김정은과 러브레터를 교환해왔고 독재자들이 아첨을 통해 트럼프를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었다”며 “그래서 트럼프와 같이 일한 이들도 나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은 토론후 악수도 하지 않고 토론장을 떠났다.
일각에서는 이번 토론이 첫 토론이자 마지막 토론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는 토론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나는 내 역대 최고의 토론이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3대1의 대결이었기 때문"이라며, 토론진행자인 ABC뉴스 앵커 데이비드 뮤어와 린지 데이비스를 싸잡아 비난했다.
해리스는 토론후 지지자들을 만나 "오늘은 좋은 날이었다"며 자신이 토론에서 이겼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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