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네오콘'이 독도 도발에 집착하는 속내
<기고> '동맹 없는 한국'의 독도영토 분쟁, 그리고 미국의 계산
한일간의 독도에 대한 영토 분쟁이 외교적 논쟁을 넘어서서 군사적 충돌까지 확대될까 걱정스럽다. 일본은 자국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일정한 물리적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비장한 결심을 한 것 같다.
여기서 우리는 일본과의 영토분쟁에서 두 가지의 사실을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 일본은 왜 독도문제에 이토록 집착을 하는 것인지 그 배경과 이유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둘째, 독도 문제로 일본과의 군사적인 충돌을 하게 될 경우 발생될 수 있는 함정은 어떤 것이고, 우리의 방어체제가 안고 있는 약점은 어떤 것인지를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우선 일본이 독도 문제에 집착하게 된 이유부터 간단히 분석해 보자.
일본이 독도에 집착하는 이유
가장 큰 이유는 다름아닌 한반도란 지정학적 가치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있는 한반도는 문자 그대로 반이 섬인 지역이다. 우리는 그래서 엄격히 말해 절반이 섬인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해양세력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대륙을 향한 일정한 징검다리 역할이 될 수 있고, 대륙세력들에겐 해양으로 뻗어 나가기 위한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한반도는 예나 지금이나 대륙세력과 해양세력간의 패권경쟁의 장이 되어 온 것이다. 바로 갈등론적 측면에서 한반도의 지정학을 평가할 경우, 한반도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간의 세력확장을 위한 일종의 각축지대가 될 수 있고, 발전론적인 측면에서 해석할 경우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모두를 한 군데 조합할 수 있는 중심축(Hub)이 될 수 있다. 전자는 러-일전쟁,청-일전쟁, 한국전쟁등이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고, 후자는 우리나라가 꿈꾸는 동북아 허브 국가 모델이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이런 역사와 지정학적 문제의식을 잃고 살아 왔다. 해양을 무시했고, 해양에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늘 상 해양세력들로부터 공격을 받아 왔고 그들의 위협 속에서 살아 왔다. 그것이 바로 일본으로부터의 공격인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육지이기 때문에 대륙국가와 더 가까울 뿐만 아니라 대륙국가인 줄 착각하고 국가전략을 세워 왔었다.
최근 들어 일본이 독도 영토분쟁을 촉발시킨 것도 다름 아닌 이상과 같은 배경하에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가치가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4대 강대국들에게 그들의 패권추구를 위해, 아니 그들의 세력확장을 위해서 얼마나 중요한 지대인 것인가를 망각하고 있다. 제대로 분석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중구난방식 해석을 하고 있거나,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엉뚱한 해석들을 내놓고 있다.
일본 네오콘이 공격적으로 돌변한 속내
최근 들어 일본의 독도 영토분쟁이 왜 공격적인 정책으로 돌변하고 있는 것일까?
일본에게는 우리 정부의 대중(對中國) 일방주의 외교정책이 자신들의 안보에 치명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대륙국가와 해양국가의 중간지점에 있기 때문에 바다위에 떠있는 해양국가 일본으로서는 대륙진출의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 한반도가 대륙으로 편속되면 자신들의 세력확장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진다고 보고 있다. 즉 일본은 한반도를 대륙진출의 전략적 보루 혹은 전초기지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 말을 역으로 해석한다면 , 한반도가 대륙국가들과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맺게 되면 대륙국가는 해양 국가 일본을 공격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한반도를 활용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일본은 대륙국가들의 위협에 그 만큼 쉽게 노출되어 국가안보가 심각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지금 일본은 대한민국 정부가 북쪽으로 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그래서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들의 한반도 전략에도 치명적 손실이 시작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을 갖고 있다.
일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는 좌파 신자유주의 정부”라고 한 발언에서 일본의 네오콘들은 신경이 곤두설 만큼 내심 자극 받았을 것이다.
일본의 네오콘들은 지금의 대한민국 참여정부의 이와 같은 이념노선이 보수 우파를 지향하고 있는 미국, 일본의 국체와는 도저히 이념적으로 공유할 수 없는 이질적인 국가로 전환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한반도가 대륙의 영향권으로 급속히 진입해 들어가고 있고, 대륙국가(중국)의 영향력 역시 한반도로 급습해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본은 지금 이 점을 두려워 하고 있는 것이다.한반도가 더 이상 북쪽에 있는 대륙국가들로 진입하기 전에 한반도를 다시 현상유지 상태로 묶어 놓고, 대륙국가들의 한반도 진입을 차단하면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일정정도 갖기 위해 절박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국가전략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한반도에 대해서 갖고 있는 그들의 국가안보의 핵심전략인 것이다.
일본은 한반도의 중국 편입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은 항상 자신들의 세력 팽창을 위해 한반도를 대륙진출의 교두보로 삼고자 했기 때문에 한반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전략을 펼쳐 왔었다.
첫째, 한반도를 완전 장악하는 속국전략이다. 이것은 정명가도를 내세우면서 한반도를 36년동안이나 속국화하여 자국의 영토로 합병하고 우리의 주권을 사문화시킨데서 이미 증명된 것이다. 한때 한반도에 주둔했던 러시아나 청나라 군이 일본과의 전쟁에서 패하자 만주이북 지역으로 철수했고 그 공간을 해양세력인 일본이 차지했었다.
둘째, 첫째조건이 실현되지 않거나 못할 경우에는 그 차선책으로 군사 안보적 동맹국 수준으로 관계를 밀착시켜 대륙 국가들의 한반도 진출을 막고 자신들의 대륙진출에 대한 간접전략지역으로서 한반도를 이용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지난 냉전 50년 동안의 한미일 삼각 안보체제의 틀 유지는 가장 적합한 모델이었던 셈이다.
미국은 구소련과 중국이라는 대륙세력이 태평양으로 팽창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기지로서 일본의 지정학적 가치를 높이 샀다면, 일본은 바로 한반도를 대륙세력의 자국 진출로의 진입을 적극 차단할 수 있는 전략적 방어기지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일본은 우리 정부가 중국이란 대륙과 좀 더 밀착된 관계를 진행 시켜 나가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한미일 삼각안보 체제에서도 거의 탈퇴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자신들과는 전략적 이해관계가 판이하게 다른 국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미-일이 잠재적으로 가장 위협적인 적대국가로 설정해 놓고 있는 중국의 우방국가로 남한이 빠져 나가자 이는 곧 일본에게도 적대적 위협 국가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독도 분쟁을 더욱 공략적인 정책으로 펼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이다.
일본은 남한 정부가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한미일 삼각안보동맹체제로 다시 복귀하길 바라고 있고 이런 상황이 회복될 때 까지 일본은 독도에 대한 영토분쟁을 강화시켜 나갈 것이다.
우리정부는 우리의 국익증진을 위해 대륙으로의 무한질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일본의 입장에서는 대륙세력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고 방어해야할 일종의 방어전선이 무너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외교란 전방위를 모두 살펴야 되는 매우 섬세하고 치밀한 인간의 종합예술인 것이다. 우리 정부는 지금 이 점을 놓치고 있다.
셋째, 일본은 한반도를 직접 지배 하거나 혹은 군사 안보적으로 동맹관계에 버금가는 협력 국가로 만들지 못할 경우엔, 최소한 한반도가 대륙으로 편속되는 것만큼은 어떠한 경우에도 막아야 한다는 국가안보전략을 갖고 있다.
일본이 최근 들어 독도분쟁을 격화시키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배경에서 기인한 것이다.
일본은 그동안 대륙세력(중국)의 위협과 영향력이 평양에서 정지되고 멈추었다고 판단해 왔었는데, 최근 참여정부가 대륙외교를 일방적으로 강화시켜 나가자 어느덧 그 영향력은 평양에서 시모노세키가 훤히 바라다 보이는 부산 앞 바다까지 이동해 내려 왔다는 것에 심각한 안보 위협을 느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일환으로 한반도가 더 이상 대륙세력권에 편속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여 내린 결정이 곧 일본의 독도영토분쟁에 대한 공세적 전략인 것이다.
일본이 타이완, 댜오위다오, 쿠릴 북방 4개섬 그리고 독도에 대한 영토 분쟁을 쉬지 않고 있는 것도 이들을 일본 열도에 대한 안보외곽 방어선으로 획정하여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대륙세력이 일본으로 남하하지 못하도록 세력을 차단하기 위한 해양전략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일본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방어기지가 다름아닌 한반도인데 그 이유는 구소련의 해체와 더불어 중국이 새로운 세계 패권국가로 발돋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전세계에 파견나가 있는 일본 외무성 직원들 가운데 우리 나라에 파견나와 있는 일본 대사관 직원들의 수준은 미국 다음으로 높다. 어쩌면 미국의 워싱턴에 파견 나가 있는 외교관들의 수준과 차별이 없을 정도로 우수한 인재들이 파견 나와서 활동을 한다. 이것은 다름 아닌 한반도야말로 일본의 외교 안보전략에 있어서 미국 다음으로 중요한 요충지라는 것을 웅변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게 독도는 국가안보 차원의 전략 문제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가 얼마나 일본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안보적 전략적 가치를 갖고 있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나라의 안보만 생각해 왔었지, 역으로 주변 국가들의 안보위협이나 전략을 생각하는 데까지는 별로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본이 왜 독도를 자국의 영토라 우기고 있는지를 이해 못한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일본이 독도문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물고 늘어지고 있는 배경과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서 독도 문제는 영토주권의 문제이지만 일본에게 있어서 독도 문제는 국가안보차원의 전략 문제인 것이다.
일본이 독도를 영토분쟁 지대화 시키는 전략을 지속시켜 나가고 있는 과정을 면밀히 분석해 보면 한반도에 대한 다음과 같은 미래의 불길한 가정까지 깔고 있다.
만일, 미래에 한반도가 대륙 국가들의 속국이 되어 주권을 상실하고 일제식민지배와 같은 상황에서 독립국가의 틀 유지 자체도 불가능하게 되었을 경우, 일본은 독도를 자국의 영토라고 계속해서 주장해 나가야만이 대륙국가의 세력남하를 막을 수 있고, 일본이 다시 한반도로 재진입해 들어갈 수 있는 명분을 잃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일본은 우리나라가 자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거나, 우리나라가 대륙국가들과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할 때는 독도문제에 대해 공세적 입장을 취하진 않는다. 취하더라도 매우 형식적인 언급만 하고 끝난다. 그러나 그 반대의 상황에 놓일 때는 지금처럼 아주 격렬한 공격적 자세를 취한다. 일본이 독도에 대한 영토분쟁을 가장 공세적 위협적으로 태도를 취한 경우는 우리 정부가 대륙쪽으로 기울어 짐과 동시에 지도자의 리더십이 극도로 약화되었다고 판단한 경우이다. 일본은 지금 이 두 가지 현상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이승만 정권 때는 반일정책이 지배적이었지만 대륙국가인 중국과 구소련을 일본과 함께 ‘공동의 적국’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일본은 우리나라에 별반 큰 저항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 때는 반공과 친일의 경력까지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은 매우 우호적인 경제원조까지 지속해 왔었다. 전두환 정권을 살려준 것도 일본과 미국의 레이건이었다.
나카소네 전수상은 지금도 한국의 역대 지도자들 가운데 전두환씨를 가장 존경하고 좋아한다고 공개적으로 언명한다. 그러나 일본은 노태우 정부(북방정책)와 김영삼 문민정부(중앙청철거) 그리고 노무현 참여 정부(과거사 진상위원회)들어 반일정책과 친대륙정책이 강화되어 불편한 관계에 놓였던 점과 더불어 이들 정권들어 반일 감정이 심화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이 세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았거나 혹은 맞고 있다고 판단하여 독도영토분쟁에 대한 정책을 매우 공격적으로 취했고 또 취하고 있는 것이다.
강대국들의 약소국에 대한 정책은 이처럼 하이에나처럼 힘이 없다고 판단되면 공격하고 힘이 있다고 판단되면 숨을 죽이고 관찰하는 것이다.
김대중 국민의 정부시절에는 일본은 숨을 죽이고 관찰했었다. 물론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지 간에 일본은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간헐적으로 그렇게 해 왔다.
그것은 다름 아닌 대륙국가들의 공격으로 침몰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국가방위의 생존전략이 바로 독도에 있기 때문이다.
일본 뒤에는 미국이 있다
이제 우리 정부는 일본과의 독도영토분쟁을 통해서 어떻게 하면 독도를 지킬 수 있고, 일본으로부터 안보위협을 받지 않을 것인가를 숙고해야 할 시점에 왔다.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대륙으로만 질주해 가는 그런 외교정책을 계속 유지해 나갈 경우엔, 우리나라는 분명 일본으로부터 더 큰 안보위협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독도영토분쟁에 대한 공격적 정책은 더욱 격렬해질 것이다.
일본과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우리는 미국에게도 그리고 중국에게도 협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동맹 없는 영토분쟁에 휘말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한미동맹은 지금 이완되고 있고, 중국과는 아직 군사적 동맹으로까지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설령, 중국과의 군사적 동맹관계에 돌입한다 하더라도 독도영토분쟁이 일본과의 군사적 충돌로까지 확대될 경우에 중국은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개입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일본 뒤에는 미국이 있고 중국은 미국과의 대결을 감수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이런 위험부담을 안으려 하겠는가?
일본의 위협을 잠재우고, 독도영토분쟁을 잠복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한미동맹을 더 이상 이완시키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한미일 삼각안보틀을 다시 재조정해 나가면서 대륙외교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것은 미국만이 일본의 공세적 자세를 잠재울 수 있는 힘이 있고, 한미일 삼각안보틀을 유지해 나간다는 것은 미국으로 하여금 일본의 위협을 억지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외교전략에 용미(用美)의 지혜와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은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와 쌍방간의 군사동맹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독도문제로 한일간 군사적 충돌현상이 발생한다하더라도 독도분쟁에 개입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저 형식적인 중재역할의 제스쳐만 펼치면서 팔짱을 끼고 지켜볼 것이다. 오히려 한미동맹의 강력한 필요성이 일본과의 영토분쟁을 통해 느껴지길 바랄 것이다. 어쩌면 일본의 독도분쟁이 공세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부분도 미일간의 묵시적 합의에 의해 남한 정부를 한미일 삼각안보동맹체제의 틀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되었건 우리나라는 지금 '동맹없는 영토분쟁 외교'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필자 소개
김대중 정부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맡았던 장성민씨는 현재 평화방송 시사프로그램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를 진행하는 동시에,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한반도문제 전문가이다.
여기서 우리는 일본과의 영토분쟁에서 두 가지의 사실을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 일본은 왜 독도문제에 이토록 집착을 하는 것인지 그 배경과 이유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둘째, 독도 문제로 일본과의 군사적인 충돌을 하게 될 경우 발생될 수 있는 함정은 어떤 것이고, 우리의 방어체제가 안고 있는 약점은 어떤 것인지를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우선 일본이 독도 문제에 집착하게 된 이유부터 간단히 분석해 보자.
일본이 독도에 집착하는 이유
가장 큰 이유는 다름아닌 한반도란 지정학적 가치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있는 한반도는 문자 그대로 반이 섬인 지역이다. 우리는 그래서 엄격히 말해 절반이 섬인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해양세력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대륙을 향한 일정한 징검다리 역할이 될 수 있고, 대륙세력들에겐 해양으로 뻗어 나가기 위한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한반도는 예나 지금이나 대륙세력과 해양세력간의 패권경쟁의 장이 되어 온 것이다. 바로 갈등론적 측면에서 한반도의 지정학을 평가할 경우, 한반도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간의 세력확장을 위한 일종의 각축지대가 될 수 있고, 발전론적인 측면에서 해석할 경우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모두를 한 군데 조합할 수 있는 중심축(Hub)이 될 수 있다. 전자는 러-일전쟁,청-일전쟁, 한국전쟁등이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고, 후자는 우리나라가 꿈꾸는 동북아 허브 국가 모델이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이런 역사와 지정학적 문제의식을 잃고 살아 왔다. 해양을 무시했고, 해양에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늘 상 해양세력들로부터 공격을 받아 왔고 그들의 위협 속에서 살아 왔다. 그것이 바로 일본으로부터의 공격인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육지이기 때문에 대륙국가와 더 가까울 뿐만 아니라 대륙국가인 줄 착각하고 국가전략을 세워 왔었다.
최근 들어 일본이 독도 영토분쟁을 촉발시킨 것도 다름 아닌 이상과 같은 배경하에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가치가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4대 강대국들에게 그들의 패권추구를 위해, 아니 그들의 세력확장을 위해서 얼마나 중요한 지대인 것인가를 망각하고 있다. 제대로 분석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중구난방식 해석을 하고 있거나,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엉뚱한 해석들을 내놓고 있다.
일본 네오콘이 공격적으로 돌변한 속내
최근 들어 일본의 독도 영토분쟁이 왜 공격적인 정책으로 돌변하고 있는 것일까?
일본에게는 우리 정부의 대중(對中國) 일방주의 외교정책이 자신들의 안보에 치명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대륙국가와 해양국가의 중간지점에 있기 때문에 바다위에 떠있는 해양국가 일본으로서는 대륙진출의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 한반도가 대륙으로 편속되면 자신들의 세력확장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진다고 보고 있다. 즉 일본은 한반도를 대륙진출의 전략적 보루 혹은 전초기지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 말을 역으로 해석한다면 , 한반도가 대륙국가들과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맺게 되면 대륙국가는 해양 국가 일본을 공격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한반도를 활용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일본은 대륙국가들의 위협에 그 만큼 쉽게 노출되어 국가안보가 심각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지금 일본은 대한민국 정부가 북쪽으로 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그래서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들의 한반도 전략에도 치명적 손실이 시작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을 갖고 있다.
일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는 좌파 신자유주의 정부”라고 한 발언에서 일본의 네오콘들은 신경이 곤두설 만큼 내심 자극 받았을 것이다.
일본의 네오콘들은 지금의 대한민국 참여정부의 이와 같은 이념노선이 보수 우파를 지향하고 있는 미국, 일본의 국체와는 도저히 이념적으로 공유할 수 없는 이질적인 국가로 전환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한반도가 대륙의 영향권으로 급속히 진입해 들어가고 있고, 대륙국가(중국)의 영향력 역시 한반도로 급습해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본은 지금 이 점을 두려워 하고 있는 것이다.한반도가 더 이상 북쪽에 있는 대륙국가들로 진입하기 전에 한반도를 다시 현상유지 상태로 묶어 놓고, 대륙국가들의 한반도 진입을 차단하면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일정정도 갖기 위해 절박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국가전략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한반도에 대해서 갖고 있는 그들의 국가안보의 핵심전략인 것이다.
일본은 한반도의 중국 편입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은 항상 자신들의 세력 팽창을 위해 한반도를 대륙진출의 교두보로 삼고자 했기 때문에 한반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전략을 펼쳐 왔었다.
첫째, 한반도를 완전 장악하는 속국전략이다. 이것은 정명가도를 내세우면서 한반도를 36년동안이나 속국화하여 자국의 영토로 합병하고 우리의 주권을 사문화시킨데서 이미 증명된 것이다. 한때 한반도에 주둔했던 러시아나 청나라 군이 일본과의 전쟁에서 패하자 만주이북 지역으로 철수했고 그 공간을 해양세력인 일본이 차지했었다.
둘째, 첫째조건이 실현되지 않거나 못할 경우에는 그 차선책으로 군사 안보적 동맹국 수준으로 관계를 밀착시켜 대륙 국가들의 한반도 진출을 막고 자신들의 대륙진출에 대한 간접전략지역으로서 한반도를 이용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지난 냉전 50년 동안의 한미일 삼각 안보체제의 틀 유지는 가장 적합한 모델이었던 셈이다.
미국은 구소련과 중국이라는 대륙세력이 태평양으로 팽창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기지로서 일본의 지정학적 가치를 높이 샀다면, 일본은 바로 한반도를 대륙세력의 자국 진출로의 진입을 적극 차단할 수 있는 전략적 방어기지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일본은 우리 정부가 중국이란 대륙과 좀 더 밀착된 관계를 진행 시켜 나가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한미일 삼각안보 체제에서도 거의 탈퇴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자신들과는 전략적 이해관계가 판이하게 다른 국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미-일이 잠재적으로 가장 위협적인 적대국가로 설정해 놓고 있는 중국의 우방국가로 남한이 빠져 나가자 이는 곧 일본에게도 적대적 위협 국가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독도 분쟁을 더욱 공략적인 정책으로 펼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이다.
일본은 남한 정부가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한미일 삼각안보동맹체제로 다시 복귀하길 바라고 있고 이런 상황이 회복될 때 까지 일본은 독도에 대한 영토분쟁을 강화시켜 나갈 것이다.
우리정부는 우리의 국익증진을 위해 대륙으로의 무한질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일본의 입장에서는 대륙세력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고 방어해야할 일종의 방어전선이 무너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외교란 전방위를 모두 살펴야 되는 매우 섬세하고 치밀한 인간의 종합예술인 것이다. 우리 정부는 지금 이 점을 놓치고 있다.
셋째, 일본은 한반도를 직접 지배 하거나 혹은 군사 안보적으로 동맹관계에 버금가는 협력 국가로 만들지 못할 경우엔, 최소한 한반도가 대륙으로 편속되는 것만큼은 어떠한 경우에도 막아야 한다는 국가안보전략을 갖고 있다.
일본이 최근 들어 독도분쟁을 격화시키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배경에서 기인한 것이다.
일본은 그동안 대륙세력(중국)의 위협과 영향력이 평양에서 정지되고 멈추었다고 판단해 왔었는데, 최근 참여정부가 대륙외교를 일방적으로 강화시켜 나가자 어느덧 그 영향력은 평양에서 시모노세키가 훤히 바라다 보이는 부산 앞 바다까지 이동해 내려 왔다는 것에 심각한 안보 위협을 느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일환으로 한반도가 더 이상 대륙세력권에 편속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여 내린 결정이 곧 일본의 독도영토분쟁에 대한 공세적 전략인 것이다.
일본이 타이완, 댜오위다오, 쿠릴 북방 4개섬 그리고 독도에 대한 영토 분쟁을 쉬지 않고 있는 것도 이들을 일본 열도에 대한 안보외곽 방어선으로 획정하여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대륙세력이 일본으로 남하하지 못하도록 세력을 차단하기 위한 해양전략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일본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방어기지가 다름아닌 한반도인데 그 이유는 구소련의 해체와 더불어 중국이 새로운 세계 패권국가로 발돋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전세계에 파견나가 있는 일본 외무성 직원들 가운데 우리 나라에 파견나와 있는 일본 대사관 직원들의 수준은 미국 다음으로 높다. 어쩌면 미국의 워싱턴에 파견 나가 있는 외교관들의 수준과 차별이 없을 정도로 우수한 인재들이 파견 나와서 활동을 한다. 이것은 다름 아닌 한반도야말로 일본의 외교 안보전략에 있어서 미국 다음으로 중요한 요충지라는 것을 웅변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게 독도는 국가안보 차원의 전략 문제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가 얼마나 일본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안보적 전략적 가치를 갖고 있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나라의 안보만 생각해 왔었지, 역으로 주변 국가들의 안보위협이나 전략을 생각하는 데까지는 별로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본이 왜 독도를 자국의 영토라 우기고 있는지를 이해 못한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일본이 독도문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물고 늘어지고 있는 배경과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서 독도 문제는 영토주권의 문제이지만 일본에게 있어서 독도 문제는 국가안보차원의 전략 문제인 것이다.
일본이 독도를 영토분쟁 지대화 시키는 전략을 지속시켜 나가고 있는 과정을 면밀히 분석해 보면 한반도에 대한 다음과 같은 미래의 불길한 가정까지 깔고 있다.
만일, 미래에 한반도가 대륙 국가들의 속국이 되어 주권을 상실하고 일제식민지배와 같은 상황에서 독립국가의 틀 유지 자체도 불가능하게 되었을 경우, 일본은 독도를 자국의 영토라고 계속해서 주장해 나가야만이 대륙국가의 세력남하를 막을 수 있고, 일본이 다시 한반도로 재진입해 들어갈 수 있는 명분을 잃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일본은 우리나라가 자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거나, 우리나라가 대륙국가들과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할 때는 독도문제에 대해 공세적 입장을 취하진 않는다. 취하더라도 매우 형식적인 언급만 하고 끝난다. 그러나 그 반대의 상황에 놓일 때는 지금처럼 아주 격렬한 공격적 자세를 취한다. 일본이 독도에 대한 영토분쟁을 가장 공세적 위협적으로 태도를 취한 경우는 우리 정부가 대륙쪽으로 기울어 짐과 동시에 지도자의 리더십이 극도로 약화되었다고 판단한 경우이다. 일본은 지금 이 두 가지 현상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이승만 정권 때는 반일정책이 지배적이었지만 대륙국가인 중국과 구소련을 일본과 함께 ‘공동의 적국’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일본은 우리나라에 별반 큰 저항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 때는 반공과 친일의 경력까지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은 매우 우호적인 경제원조까지 지속해 왔었다. 전두환 정권을 살려준 것도 일본과 미국의 레이건이었다.
나카소네 전수상은 지금도 한국의 역대 지도자들 가운데 전두환씨를 가장 존경하고 좋아한다고 공개적으로 언명한다. 그러나 일본은 노태우 정부(북방정책)와 김영삼 문민정부(중앙청철거) 그리고 노무현 참여 정부(과거사 진상위원회)들어 반일정책과 친대륙정책이 강화되어 불편한 관계에 놓였던 점과 더불어 이들 정권들어 반일 감정이 심화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이 세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았거나 혹은 맞고 있다고 판단하여 독도영토분쟁에 대한 정책을 매우 공격적으로 취했고 또 취하고 있는 것이다.
강대국들의 약소국에 대한 정책은 이처럼 하이에나처럼 힘이 없다고 판단되면 공격하고 힘이 있다고 판단되면 숨을 죽이고 관찰하는 것이다.
김대중 국민의 정부시절에는 일본은 숨을 죽이고 관찰했었다. 물론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지 간에 일본은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간헐적으로 그렇게 해 왔다.
그것은 다름 아닌 대륙국가들의 공격으로 침몰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국가방위의 생존전략이 바로 독도에 있기 때문이다.
일본 뒤에는 미국이 있다
이제 우리 정부는 일본과의 독도영토분쟁을 통해서 어떻게 하면 독도를 지킬 수 있고, 일본으로부터 안보위협을 받지 않을 것인가를 숙고해야 할 시점에 왔다.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대륙으로만 질주해 가는 그런 외교정책을 계속 유지해 나갈 경우엔, 우리나라는 분명 일본으로부터 더 큰 안보위협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독도영토분쟁에 대한 공격적 정책은 더욱 격렬해질 것이다.
일본과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우리는 미국에게도 그리고 중국에게도 협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동맹 없는 영토분쟁에 휘말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한미동맹은 지금 이완되고 있고, 중국과는 아직 군사적 동맹으로까지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설령, 중국과의 군사적 동맹관계에 돌입한다 하더라도 독도영토분쟁이 일본과의 군사적 충돌로까지 확대될 경우에 중국은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개입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일본 뒤에는 미국이 있고 중국은 미국과의 대결을 감수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이런 위험부담을 안으려 하겠는가?
일본의 위협을 잠재우고, 독도영토분쟁을 잠복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한미동맹을 더 이상 이완시키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한미일 삼각안보틀을 다시 재조정해 나가면서 대륙외교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것은 미국만이 일본의 공세적 자세를 잠재울 수 있는 힘이 있고, 한미일 삼각안보틀을 유지해 나간다는 것은 미국으로 하여금 일본의 위협을 억지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외교전략에 용미(用美)의 지혜와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은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와 쌍방간의 군사동맹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독도문제로 한일간 군사적 충돌현상이 발생한다하더라도 독도분쟁에 개입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저 형식적인 중재역할의 제스쳐만 펼치면서 팔짱을 끼고 지켜볼 것이다. 오히려 한미동맹의 강력한 필요성이 일본과의 영토분쟁을 통해 느껴지길 바랄 것이다. 어쩌면 일본의 독도분쟁이 공세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부분도 미일간의 묵시적 합의에 의해 남한 정부를 한미일 삼각안보동맹체제의 틀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되었건 우리나라는 지금 '동맹없는 영토분쟁 외교'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필자 소개
김대중 정부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맡았던 장성민씨는 현재 평화방송 시사프로그램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를 진행하는 동시에,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한반도문제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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