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국정원을 '통제불능 괴물'로 만들어"
야당들, 남재준 국정원장 집중성토. "제 꾀에 제가 빠져"
남 국정원장은 영변 원자로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등 북한 관련 정보들을 일시에 대거 공개했으며, 북한 핵시설이나 군사동향 뿐만 아니라 김정은 제1비서의 리더십 문제와 부인 리설주 씨에 대한 최근 소문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보고하면서, 야당이 폐지를 요구하는 국내 수사파트를 도리어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10일 상무위 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무단 유출을 비롯한 국정원의 일탈행위를 계속해서 방치하고 용인해온 박근혜 대통령이 결국 국정원을 위험하고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괴물로 만들고 있다"며 박 대통령을 질타했다.
그는 남 원장의 대북정보 공개를 거론한 뒤, "하나같이 매우 민감한 대북 정보들이 국가 정보기관의 수장에 의해 함부로 공개된 것"이라며 "김정은 비서의 리더십 문제나 부인에 관한 소문을 국정원장이 공식적으로 확인해주는 행위가 대북관계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우려스럽다"고 탄식했다.
그는 "더욱이, 남재준 원장이 밝힌 영변 원자로와 동창리 미사일 관련 정보에 대해서는 국방부는 곧바로 '확인된 것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며 "안보 관련 정부부처끼리 서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함부로 발설한 것은 정보기관 수장으로서 부적절한 정도를 넘어 자격상실감"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결국, 남재준 원장의 이번 정보유출 행위는 지난 대선 국기문란 사건으로 국정원이 거센 비난과 개혁요구를 받고 있는데 대해 ‘우리가 북한 관련 정보를 이만큼 알고 있으니 우리를 건드리지 말라’는 대국회 시위이자 대국민 협박"이라며 "또한 많은 국민과 야권이 국정원 개혁을 위해 국내 수사파트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데 반해 남재준 원장은 오히려 대폭 보강을 주장하고 나섰다. 지금 국정원은 음지를 차고 나와서 정치의 중심에 서서 정치를 희롱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박 대통령에게 남 원장 해임을 촉구했다.
민주당 김정현 부대변인도 전날 논평을 통해 "국회정보위에서 남재준 국정원장이 이례적으로 북한문제에 대해 시시콜콜 브리핑한 것은 국정원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국내정치용"이라며 "평소에는 언급을 꺼리다가 재보선을 앞둔 미묘한 시기에 대북정보를 쏟아내는 국정원장의 모습은 너무 정치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게다가 국정원장의 일부 발언 내용을 국방부가 부인하고, 여기에 여당 정보위 간사가 느닷없이 '김정은이 총공격 명령 대기 지시했다'고 말해 순간 국민들에게 일대 혼란을 일으킨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는데 이 정도면 전 세계 정보기관이 혀를 찰 일"이라며 "이 발언이 주식시장이 문을 닫은 뒤 알려져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주가는 수십 포인트가 폭락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남재희 전 장관도 <시사인> 기고문을 통해 남재준 원장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재차 '여우와 사자'에 비유한 뒤 "언론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을 그 지모(智謀)이자 핵심으로 거론한다. 그런데 그들은 제 꾀에 제가 빠지고 있는 것"이라며 "왜? 그들은 박근혜 정권의 ‘숙녀의 우아함’을, 그 귀중한 자산을, 아낌없이 내팽개쳐버렸다. 그리고 무서운 존재로 만들었다. 공맹의 덕치라는 너울을 훨훨 벗어버렸다. 그리고 ‘여우와 사자’라는 권모술수의 세계를 노골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요즘 일부 언론에 ‘학습된 증오’ 같은 용어가 등장한다. 권력이 그렇게 공안몰이를 하니 국민들 사이에는 반공 규탄의 목소리도 폭발한다"며 "그러나 그 ‘학습된 증오’는 오래가지 않는다. 오래지 않아 가라앉게 되고 그 뒤로는 권력의 폭력 장치만 앙상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유기준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에서 국회 정보위 브리핑 내용을 두고 10.30재보선에 영향을 미치거나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외부 압력을 모면하려는 국내정치용이라며 평가절하하는 것을 보고 참담한 심정을 느꼈으며, 민주당이 과연 대한민국의 정당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었다"며 "여야가 초당적 협력을 기울여도 부족할 판에 한낮 시시콜콜한 국내정치용 내용을 운운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처한 안보상황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애써 외면하고 싶은 속내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닌가 묻고 싶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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