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싱가포르식 개발 도입되나?
체질 개선 요구받는 LH, 싱가포르식 개발 도입되나?
이투데이 입력 2025-07-16 17:54
김지영 기자
택지 팔아 마진 남기는 구조 문제의식
싱가포르, 내 집 비율 90%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국유지 90%…25% 수준 국내와 실정 달라
LH 높은 부채도 걸림돌…“재원 뒷받침 필수”
이재명 정부가 집값을 잡을 방책으로 공공주택 확대에 힘을 실으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LH가 대규모 택지를 개발하고 이를 주택을 짓는 민간 기업에 팔아 마진을 남기는 현재의 수익 구조가 집값 상승에 결과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어서다.
이에 정부는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DB)처럼 LH가 주도해 공공주택을 늘리는 안을 검토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토지 대부분이 국유지인 싱가포르의 실정과 LH의 높은 부채 비율 등을 고려할 때 걸림돌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16일 정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산하 공기업인 LH의 공공성을 높이는 개혁안을 준비 중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전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면서 “LH 개혁은 구조적이고 판을 바꿀 수 있는 큰 규모의 개혁을 염두에 두고 능동적, 공격적으로 임해달라는 (이 대통령의) 주문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큰 폭의 변화가 예고됐다.
이 대통령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팔아 마진을 남기는 LH의 이른바 ‘땅 장사’에 대해 문제의식을 계속해서 드러내 왔다. 지난달 19일 국무회의에서도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LH는 택지 개발 분양을 통해 수익을 남기고 이를 임대주택 건설에 활용하는 식으로 사업을 해왔다.
이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에서 보다 능동적인 태도를 주문한 만큼 LH는 앞으로 토지 개발 비중을 줄이고 공공주택 중심의 포트폴리오 개편이 예상된다. 특히 싱가포르 HDB 모델처럼 정부가 국유화한 땅에 주택을 건설해 수요자에 공급하는 역할을 부여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싱가포르 도시 주택 정책을 언급하며 ‘모든 국민이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사회’를 강조했다.
싱가포르의 경우 좁은 국토 면적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내 집 보유율을 자랑한다. 가구의 80%가 공공주택에 거주하고 있으며, 주택 보유율은 90%에 달한다. 싱가포르의 공공주택은 99년 기한 영구 임대주택으로 사실상 내 집인데다 위치나 전반적인 질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5년 의무 거주 기간이 지난 후 매각도 할 수 있다.
다만 땅 대부분이 국유지인 싱가포르의 상황과 국내 실정을 비교할 때 국내 도입은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토지 90%가량이 국유지지만 한국은 25% 수준에 그친다. 이마저도 수도권 중심지보다는 임야, 도로, 하천 등이 대부분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싱가포르는 1965년 독립 이후 강력한 중앙집권을 토대로 토지 대부분을 국유화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방식”이라며 “국내에서도 일부 시도해 볼 수는 있겠지만 무리한 접근보다는 싱가포르와의 차이점을 충분히 반영하면서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H의 높은 부채도 걸림돌이다. LH는 국내 중앙 비금융 공기업 가운데 현재 부채 규모가 가장 크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5 대한민국 공공기관’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LH의 부채 총계는 136조9975억 원에 달한다. 이는 임대주택 등 정부의 정책사업 수행에 따른 차입과 사채 발행액 증가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LH의 부채 규모가 커지면 결국 이를 보전하기 위해 공공주택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LH가 신축 공공임대주택을 1가구 공급할 때마다 1억 원씩 손실을 보고 있다”며 “LH가 싱가포르 모델처럼 되려면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재원 투입과 함께 LH가 토지 개발 없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구조를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치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