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독재자는 그냥 독재자예요"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의 소설 "신"
제 1부「우리는 신」“69. 영역과 공격성”에 아래와 같은 문장이 나온다.
헤르메스 : “당시에 사람들은 공산주의와 나치즘이 서로 적대한다고 믿었어요. 그런데 느닷없이 히틀러와
스탈린이 악수를 했죠. 이 사건은 권력자들이 겉으로 내세우는 것을 고지식하게 믿으면 함정에 빠지기 쉽다는
것을 잘 보여 주고 있어요. 우리 신들의 입장에서 보면, 잔인한 독재자는 그냥 독재자에요. 그 자가 검은 깃발을
내세우든 빨간 깃발이나 초록 깃발을 내세우든 아무 차이가 없어요. 민병대원들이 곤봉을 들고 설쳐대든가
지식인들이 감옥에 갇혀 있다면, 이건 독재다 하고 생각해야죠. 징후들을 볼 줄 알아야 해요.”
한 가지 질문이 아까부터 내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그렇다면 저희가 이끄는 인간들은 언제나 쥐들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은 위계구조에 갇혀 있게 되는 건가요?”
“아니,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쥐들처럼 행동하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런 성향이에요. 인간은 폭력에 이끌리고,
위계 구조 속에서 편안함을 느낍니다. 뭔가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되면 불안해지고, 지도자가 그 책임을 덜어주면
안도하죠. 인간들은 그런 성향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여러분의 노력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많아요. 그들의 뿌리 깊은 본성을
거슬러 나아가기는 쉽지 않을 테니까요.” - 위에서 ‘나’는 신이 되고자 지망한 지망생의 하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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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독재자를 구분하는 기준은 아주 간명하다.
히틀러든 스탈린이든 그 당시 자기 나라의 상황에선 그 나라를 현대화시킨 훌륭한 정치가였다. 그러나
그런 그들을 오늘날 서구 역사가들은 물론 민중들은 한갓 독재자들로 구분한다.
그에 비해 우리 한국인들 중 상당수는 이승만과 박정희를 위대한 정치가로 본다. 그런 견해는
한국인들은 독재자에도 선한 독재자가 있고 악한 독재자가 있다는 식으로 이분화시키기 때문이다.
그처럼 한국식 인물평가론과 서구식 인물평가론은 완연히 다른데, 그렇다면 그런 평가 차이는 문화에서
오는 것일까, 아니면 민도차이에서 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