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논한다
이번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한 부분은 한미 정부의 대북정책, 한반도 위기에 대한 입장이 과연 변화를 보일것이냐에 있었다. 특히 지난 존 케리 미 국무장관 한중일 순방과 그에 앞선 박근혜 정부의 대북대화 제의로 대치 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 전환하는것 아니냐는 기대가 있었기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획기적인 대화 제안이 나올수도 있다는 예상도 있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미 정부는 북한과 대화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특히 중요한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한반도 대결프로세스>라는 진의를 세계에 알린것이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대통령으로 출마하기전부터 준비되고 기획되었다가 후보시절 정연하게 다듬어진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이다. 박정희 정부때 나왔던 7.4남북공동선언, 노태우 정부에서 나온 남북기본합의서 그리고 김대중 정부때 나온 6.15남북공동선언과 노무현 정부때 나온 10.4선언 등 남북사이에 맺은 합의들을 존중한다는 것이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핵심골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인 지난해 직접 언급하기도 했었다.
5년내내 남북관계를 얼어붙게 만들었던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과 곧바로 비교되었다. 이른바 난리였다. 달라도 어쩜 그리 다를수 있느냐며 많은 전문가들이 놀라워했다. 새누리당에서는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다들 획기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남북간에 맺은 그 합의들을 존중한다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입장은 무엇보다도 남북대화를 확고하게 담보하는 것이었다. 그 합의들은 남북대화의 정치적 성과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것은 남북간의 기존 합의들이 남북간의 대화를 보장해주는 것은 말할것도 없고 조국통일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는 방향이나 이정표 그리고 그 구체적인 실행방도 등 조국통일과 관련된 수많은 것들을 망라하고 있는 것들이라는 사실이다.
지난기간 남북 혹은 북미 간에 있어왔던 모든 대화의 기저에 뚜렷하게 확인되는 것이 하나있다. 사상과 체제와 제도의 차이를 인정해야만이 대화가 이루어지며 진전된다고 하는 사실이 그것이다. 7.4남북공동선언, 남북기본합의서, 6.15남북공동선언, 10.4선언은 물론이고 북미간에 맺은 94년 북미제네바합의와 2000년 북미공동코뮤니케등에서도 분명히 확인되는것들이다.
이러한 합의들은 북한에 대한 사상이나 체제 그리고 제도 등에 대한 차이를 앞세우면 대화는 결코 이루지지 않는다는 것을 상식적인 차원에서 보여주는 것으로 된다.
북한은 자신의 핵을 헌법에 명기하는 조치를 취했다. 2012년 4월이었다. 획기적인 것이었고 특기할만한것이었다. 수많은 분석가들이 주목했으며 지금 역시도 그 주목은 거두어들여지지 않고 있다.
북한의 주장이나 해설에 의하면 북핵은 한반도비핵화나 한반도 평화와는 더 이상 관련을 갖지 않는다. 세계비핵화와 관계를 갖는 문제로 되어있는 것이 그들이 주장하는 북핵이다. 구체적으로 핵군축으로 표현되고 있다.
북한이 핵을 헌법에 명기하는 것에 대해 분석가들이 현재까지 도달시켜놓고 있는 결론은 북핵을 제도화 즉 체제내화 시켜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동맹 60년 기념선언>에 나오는 ‘비핵화에 입각한 평화통일’은 따라서 북의 체제를 부정하는데서 통일을 출발시키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것이다. 다시말해 한미는 체제통일을 도모하겠다는 것을 세계앞에 공언을 한것이다. 시장경제 즉 자본주의 체제로의 흡수통일인것이다. 여기에는 그 어떤 논쟁도 끼어들지 못한다. ‘자유시장경제원칙에 입각한 평화통일’이라는 문구가 이를 확정시켜준다.
따라서 북한의 체제를 인정하지 않고 자본주의체제로의 흡수통일을 제창한 <한미동맹 60년 기념선언>을 통하여 남북간의 기존합의들을 인정할수밖에 없었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한반도 대결프로세스>로 전락되고 만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방미기간중에 북한의 경제 및 핵무력 건설노선인 병진노선에 대해 비판을 하고 나섰다. 북한의 병진노선은 전략노선이다. 북미대결전의 역사적 경험 그리고 남북간 대화의 역사는 북한의 전략노선을 건드리면서 시도되는 대화는 대화가 아니라는 것을 수도 없이 보여준다. 북한의 전략노선에 대한 비판은 어떤 경우에도 대결선언 그 자체이다.
따라서 <비핵화,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원칙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한다>라는 체제통일, 흡수통일의 기치앞에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이번 방미로 자기의 정치적 종말을 고한 윤창웅 청와대 대변인과 함께 신뢰프로세스로서의 종말을 고하고 <한반도 대결프로세스>로서 그 진의를 세계에 인정시키게 된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