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2일 노무현 대통령이 전날 "군대에서 썩지않고 직장에 빨리 가고 결혼을 빨리 하는 제도를 개발하고 있다"고 한 발언과 관련해 군 복무기간 단축을 관계부처에서 검토중이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정부안을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혀, 야권에서 내년 대선을 의식한 선심정책 또는 개헌전략의 일환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盧 "장가 일찍 보내야 애 일찍 놓을 것 아니냐"

노무현 대통령은 21일 민주평통자문위원회 상임위에서 "요새 아이들도 많이 안 낳는데, 군대에 가서 몇 년씩 썩히지 말고 그동안에 열심히 활동하고 장가를 일찍 보내야 아이를 일찍 놓을 것 아니냐"며 "사회 제도를 장가 일찍 가고, 시집 일찍 가는, 결혼 일찍 가는 제도로 전부 바꿔 줘야 한다. 장가 빨리 보내는 정책, 이런 제도 개발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노 대통령의 발언이 '모병제'를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모병제는 이른 제도라고 판단돼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모병제를 제외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단, 국방개혁 2020의 병력 수급과 맞아 떨어져야 하는 만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군복무도 있지만 독일의 경우에는 사회복무도 있다"고 언급, 사실상 대체복무인 사회복무제도 검토대상에 올라와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군복무가 시간낭비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하면서 생애 총 근로시간이 늘어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변화된 병역제도가 내년 상반기 중 공개되면 여론수렴과 정치권 협의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병역법 제19조 1항3호는 '정원 또는 정원의 조정이 필요한 경우 6개월의 기간 내에서 단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국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복무기간을 6개월 이내에서 조정할 수 있다. 현행 군 복무기관은 육군과 해병대 24개월, 해군 26개월, 공군 27개월이다.

야권 "남북정상회담뒤 군축-군복무기간 단축 의도 아니냐"

그러나 한나라당 등 야당은 이같은 청와대의 군 복무기간 단축이 내년 대선을 겨냥한 젊은 표심 끌어들이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병력 규모에서는 갑자기 군 복무 기간을 반년 가까이 단축하고 군 복무 대신 사회에서 복무하는 사회복무제를 도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노 대통령이 내년초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 뒤 이를 명분으로 군축으로 가면서 군 복무기간을 줄여 다시 젊은층 지지를 획득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또 "청와대가 내년 상반기 중에 군 복무기간 단축에 대한 여론수렴을 하겠다는 것은 평화체제로의 전환 및 군 복무기간 단축,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을 명분으로 내세운 개헌과 국민투표를 단행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