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 터진 임산부에게 '대체인력 알아보라'"
민주당-노조, 보상 거부하는 '엘카코리아' 맹성토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조연맹, 엘카코리아 노조는 장하나 민주당 의원과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신을 한 노동자가 의사 진단에 근거해 병가를 요구했음에도 이를 묵살한 것은 명백한 모성권 침해"라며 "고용노동부는 법제도에 근거해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사측을 맹질타했다.
엘카코리아 노조에 따르면, 화장품 수입판매업체 엘카코리아 소속으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테라피스트로 일하던 여성노동자 김모씨는 임신 이전 자궁경부암 수술 전력으로 조산 위험이 높다는 병원의 소견을 받고 지난 2월 사측에 2달간 무급 병가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결국 김씨는 지난 3월 18일 근무 중 양수가 터져 29주만에 아이를 출산했고, 아이는 현재 인큐베이터에서 폐, 심장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사측은 그러나 시종일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사태를 키웠다.
사측은 김씨가 홀로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하는 도중에도 대체인력을 구하거나 예약 고객 응대를 요구했고, 이후에도 "조산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방귀를 뀌다가도 아이를 조산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피해보상을 위한 노조와의 첫 번째 교섭자리에서 사측 관계자는 피해 여성노동자가 언론과 인터뷰한 것과 관련, 내부 기밀누설에 따른 윤리강령 위반으로 징계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 김씨는 "성실하게 6년동안 브랜드의 자부심을 갖고 일한 직원으로서 회사가 저에게 이렇게까지 했다는 사실에 화가 많이 난다"며 "양수가 터져 병원으로 가는 그 긴박한 상황에서도 다음 고객은 어떻게 하냐, 대체인력을 알아보라고 얘기하는데 정말 회사가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건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 남편 최모씨는 "우리는 회사측의 공식사과와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 아기 치료비용, 재발방지 대책 마련, 중간관리자 징계를 요구했지만 회사측이 모두 거부해 협상이 결렬됐다"며 "우리가 선례가 되면 회사 이미지가 나빠지고 이를 악용하는 직원이 나올 것이라는게 이유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조산은 안타깝지만 출산 전 2개월의 휴직을 승인했고, 스케줄 등에서 최대한 편의를 제공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장하나 의원은 이와 관련, "이번 사건은 단순히 개별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모성권마저 짓밟히고 있는 노동환경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사측이 어떤 보상도 해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며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6월 환노위에서 엘카코리아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나아가 백화점 매장 전체를 조사대상에 포함시켜 문제를 제기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엘카코리아는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기업 '에스티로더'의 한국지사로 국내 수입화장품업계 1위 업체. 총 11개의 고급브랜드를 주로 백화점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근무하는 직원은 1천600여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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