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통합신당 강행 의지 재천명
"기득권에 집착하지 않겠다" 약속도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17일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서는 어떤 토도 달지 않고 사실을 직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노무현 대통령과 당 사수파에 직격탄을 날리며 통합신당 창당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무엇보다 국민의 마음 못 얻었음을 인정해야"
김 의장은 이날 비대위 워크숍에 앞서 배포한 '우리는 결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제목의 개인 칼럼을 통해 이같이 말하고 "무엇보다 제가 부족했으나 그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참여정부가) 무엇보다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음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예로 들어, "참여정부 4년 동안 부동산이 55%나 올랐고 이미 지불한 대가가 너무나 엄청나다"며 "분양원가를 공개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스스로 번복함으로써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외환위기 직후 5년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엄중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참여정부가 출범한 다음부터는 경제체질을 발전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며 "그러나 일부 관료가 주도해서 강자의 승리에만 축복을 내리는 시장지상주의에 의탁하는 길을 선택함으로써 정말로 한나라당과 차이가 뭐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역주의만 극복할 수 있다면 한나라당에 권력을 통째로 내줄 수 있다는 대연정 제안은 민주개혁 세력에게 큰 좌절과 배반감을 준 게 사실"이라며 "이런 잘못된 결정이 쌓이면서 지지자들은 혼돈과 좌절로 내몰렸고 결과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고립과 위기를 불렀다"고 말했다.
그는 "북악산 뒤쪽에 있는 부암동의 이웃들에게 “사랑의 연탄 나누기”행사에 참여하면서 '당신은 그 누군가에게 따뜻한 연탄이 된 적이 있었던가'라는 안도현 시인의 싯구가 떠올랐다"며 "우리당과 참여정부는 어떤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고 겉으로 웃었지만 목이 메었고, 가슴이 답답해졌다"고 말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어"
김 의장은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으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를 이루고, 중산층과 서민이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꿈은 양보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로 원칙 있는 反한나라당 전선을 시급히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논쟁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서 역사와 중대한 우리 모두의 미래와 관련된 문제"라며 "불필요한 대결적 측면이 부각되고 있어 걱정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신당을 지역당으로 규정한 데 대해서도, "대통령께서 '지역주의에 기대 민주당과 통합하는 것은 안 된다'고 하신 주장에 동의한다. 그런 통합은 가능하지도 않다"면서도 "정치권 밖에 있는 시민사회지도자, 전문가 그룹의 광범한 참여를 이뤄내는 일이 중요하고 반(反)한나라당 전선의 구축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통합신당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무엇보다 흩어져 있는 민주개혁 세력을 재결집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기득권을 철저하게 버릴 수 있어야 하고 이렇게 해야 모멘텀이 생길 수 있다"며 "정치생명 연장이나, 기득권에 집착하지 않고 수구냉전세력에 맞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을 모두 갖고 있다"고 말해, 유사시 자신도 대권주자라는 기득권을 버릴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아래는 김근태 당의장 칼럼 전문
우리는 결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 겨울입니다. 날씨가 매우 춥습니다.
추워지면 가난하고 소외된 분들의 가슴은 더욱 쓸쓸해집니다.
지난 주중에는 북악산 뒤쪽에 있는 부암동의 이웃들에게 “사랑의 연탄 나누기”행사에 참여했습니다.
“당신은 그 누군가에게 따뜻한 연탄이 된 적이 있었던가”라는 안도현 시인의 싯구가 떠올랐습니다. 우리당과 참여정부는 어떤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습니다. 겉으로 웃었지만 목이 메었고,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우리당과 참여정부는 정말로 잘하려고 했습니다. 선의를 갖고 일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감히 말씀드리면 잘한 것도 적지 않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우리당은 결과적으로 국민의 성원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5.31 지자제 선거 결과는 총체적인 민심이반이었습니다. 그 후 제가 당대표가 되어 두 번의 보궐선거를 치렀지만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음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구를 탓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입니다. 이탈한 항로를 바로잡고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서는 어떤 토도 달지 않고 사실을 직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수많은 지지자들이 우리 곁을 떠나갔습니다.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고, 실망이 분노로 변했습니다. 참여정부 4년 동안 부동산이 55%나 올랐다고 합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은 더하겠지요. 지금의 정책 방향은 보완할 것이 있지만 큰 방향은 맞다고 저도 확신합니다. 그러나 이미 지불한 대가가 너무나 엄청납니다. 분양원가를 공개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스스로 번복함으로써,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의심하게 만들었습니다. 지역주의만 극복할 수 있다면 한나라당에 권력을 통째로 내줄 수 있다는 대연정 제안은 민주개혁 세력에게 큰 좌절과 배반감을 준 게 사실입니다.
이런 잘못된 결정이 쌓이면서 지지자들은 혼돈과 좌절로 내몰렸습니다. 결과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고립과 위기를 불러왔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경제정책이었습니다.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경제 체질이 크게 변했습니다. 저성장과 양극화가 구조화되고, 가장 큰 피해는 중산층과 서민에게 돌아갔습니다. 외환위기 직후 5년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엄중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참여정부가 출범한 다음부터는 경제체질을 발전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했습니다. 중산층과 서민의 삶을 공포 속에서 구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일부 관료가 주도해서 강자의 승리에만 축복을 내리는 시장지상주의에 의탁하는 길을 선택함으로써 중산층과 서민을 생존의 공포 앞으로 몰고 갔습니다. 정말로 한나라당과 차이가 뭐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할 시점입니다.
2007년 6월 민주항쟁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민주개혁세력이 집권한지 10년째를 맞는 해이기도 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국민 여러분께서는 민주개혁세력을 지지하고 성원하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민주개혁세력은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그 네 달 후 총선이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한반도에서 국지전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막무가내 세력, 양극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특권주의 신봉자들이 역사의 전면에 복귀하게 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고 있습니다. 두려운 일입니다.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일입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습니다.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를 이루고, 중산층과 서민이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꿈은 양보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지자들에게 용기를 줘야 합니다. 원칙 있는 反한나라당 전선을 시급히 세워야 합니다.
두 가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무엇을 위한 새출발이냐 하는 점입니다. 평화와 번영 그리고 개혁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누구와 함께 새로운 출발을 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대통령께서 ‘지역주의에 기대 민주당과 통합하는 것은 안된다’고 하신 주장에 동의합니다. 그런 통합은 가능하지도 않고, 또 한다고 하더라도 일부 정치인이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벌이는 일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흩어져 있는 민주개혁 세력을 재결집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기득권을 철저하게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모멘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정치권 밖에 있는 시민사회지도자, 전문가 그룹의 광범한 참여를 이뤄내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런 일을 실현하기 위해 反한나라당 전선의 구축은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원칙 있는 대통합’을 해야 합니다.
평화와 번영, 개혁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이런 원칙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이 각자 기득권을 버리고 대통합에 동참해야 합니다. 국민의 가슴에 새로운 불씨를 지펴야 합니다. 희망이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망설이다가 이 글을 보냅니다.
지금 논쟁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서 역사와 중대한 우리 모두의 미래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그래서 보다 분명하고 선명한 논쟁이 요구됩니다. 적당히 얼버무려서는 안 되고 그럴 수도 없습니다. 저는 치열한 논쟁을 요청하고 기대하는 뜻에서 이 글을 썼습니다.
최근 열린 우리당 내부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불필요하게 대결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있어 걱정이긴 합니다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먼저 우리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자는 것입니다. 정치생명 연장이나, 기득권에 집착하지 않고 수구냉전세력에 맞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결론을 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우리는 희망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2005년 12월 17일
김 근 태
"무엇보다 국민의 마음 못 얻었음을 인정해야"
김 의장은 이날 비대위 워크숍에 앞서 배포한 '우리는 결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제목의 개인 칼럼을 통해 이같이 말하고 "무엇보다 제가 부족했으나 그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참여정부가) 무엇보다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음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예로 들어, "참여정부 4년 동안 부동산이 55%나 올랐고 이미 지불한 대가가 너무나 엄청나다"며 "분양원가를 공개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스스로 번복함으로써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외환위기 직후 5년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엄중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참여정부가 출범한 다음부터는 경제체질을 발전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며 "그러나 일부 관료가 주도해서 강자의 승리에만 축복을 내리는 시장지상주의에 의탁하는 길을 선택함으로써 정말로 한나라당과 차이가 뭐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역주의만 극복할 수 있다면 한나라당에 권력을 통째로 내줄 수 있다는 대연정 제안은 민주개혁 세력에게 큰 좌절과 배반감을 준 게 사실"이라며 "이런 잘못된 결정이 쌓이면서 지지자들은 혼돈과 좌절로 내몰렸고 결과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고립과 위기를 불렀다"고 말했다.
그는 "북악산 뒤쪽에 있는 부암동의 이웃들에게 “사랑의 연탄 나누기”행사에 참여하면서 '당신은 그 누군가에게 따뜻한 연탄이 된 적이 있었던가'라는 안도현 시인의 싯구가 떠올랐다"며 "우리당과 참여정부는 어떤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고 겉으로 웃었지만 목이 메었고, 가슴이 답답해졌다"고 말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어"
김 의장은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으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를 이루고, 중산층과 서민이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꿈은 양보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로 원칙 있는 反한나라당 전선을 시급히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논쟁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서 역사와 중대한 우리 모두의 미래와 관련된 문제"라며 "불필요한 대결적 측면이 부각되고 있어 걱정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신당을 지역당으로 규정한 데 대해서도, "대통령께서 '지역주의에 기대 민주당과 통합하는 것은 안 된다'고 하신 주장에 동의한다. 그런 통합은 가능하지도 않다"면서도 "정치권 밖에 있는 시민사회지도자, 전문가 그룹의 광범한 참여를 이뤄내는 일이 중요하고 반(反)한나라당 전선의 구축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통합신당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무엇보다 흩어져 있는 민주개혁 세력을 재결집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기득권을 철저하게 버릴 수 있어야 하고 이렇게 해야 모멘텀이 생길 수 있다"며 "정치생명 연장이나, 기득권에 집착하지 않고 수구냉전세력에 맞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을 모두 갖고 있다"고 말해, 유사시 자신도 대권주자라는 기득권을 버릴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아래는 김근태 당의장 칼럼 전문
우리는 결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 겨울입니다. 날씨가 매우 춥습니다.
추워지면 가난하고 소외된 분들의 가슴은 더욱 쓸쓸해집니다.
지난 주중에는 북악산 뒤쪽에 있는 부암동의 이웃들에게 “사랑의 연탄 나누기”행사에 참여했습니다.
“당신은 그 누군가에게 따뜻한 연탄이 된 적이 있었던가”라는 안도현 시인의 싯구가 떠올랐습니다. 우리당과 참여정부는 어떤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습니다. 겉으로 웃었지만 목이 메었고,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우리당과 참여정부는 정말로 잘하려고 했습니다. 선의를 갖고 일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감히 말씀드리면 잘한 것도 적지 않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우리당은 결과적으로 국민의 성원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5.31 지자제 선거 결과는 총체적인 민심이반이었습니다. 그 후 제가 당대표가 되어 두 번의 보궐선거를 치렀지만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음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구를 탓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입니다. 이탈한 항로를 바로잡고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서는 어떤 토도 달지 않고 사실을 직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수많은 지지자들이 우리 곁을 떠나갔습니다.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고, 실망이 분노로 변했습니다. 참여정부 4년 동안 부동산이 55%나 올랐다고 합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은 더하겠지요. 지금의 정책 방향은 보완할 것이 있지만 큰 방향은 맞다고 저도 확신합니다. 그러나 이미 지불한 대가가 너무나 엄청납니다. 분양원가를 공개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스스로 번복함으로써,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의심하게 만들었습니다. 지역주의만 극복할 수 있다면 한나라당에 권력을 통째로 내줄 수 있다는 대연정 제안은 민주개혁 세력에게 큰 좌절과 배반감을 준 게 사실입니다.
이런 잘못된 결정이 쌓이면서 지지자들은 혼돈과 좌절로 내몰렸습니다. 결과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고립과 위기를 불러왔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경제정책이었습니다.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경제 체질이 크게 변했습니다. 저성장과 양극화가 구조화되고, 가장 큰 피해는 중산층과 서민에게 돌아갔습니다. 외환위기 직후 5년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엄중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참여정부가 출범한 다음부터는 경제체질을 발전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했습니다. 중산층과 서민의 삶을 공포 속에서 구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일부 관료가 주도해서 강자의 승리에만 축복을 내리는 시장지상주의에 의탁하는 길을 선택함으로써 중산층과 서민을 생존의 공포 앞으로 몰고 갔습니다. 정말로 한나라당과 차이가 뭐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할 시점입니다.
2007년 6월 민주항쟁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민주개혁세력이 집권한지 10년째를 맞는 해이기도 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국민 여러분께서는 민주개혁세력을 지지하고 성원하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민주개혁세력은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그 네 달 후 총선이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한반도에서 국지전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막무가내 세력, 양극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특권주의 신봉자들이 역사의 전면에 복귀하게 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고 있습니다. 두려운 일입니다.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일입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습니다.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를 이루고, 중산층과 서민이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꿈은 양보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지자들에게 용기를 줘야 합니다. 원칙 있는 反한나라당 전선을 시급히 세워야 합니다.
두 가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무엇을 위한 새출발이냐 하는 점입니다. 평화와 번영 그리고 개혁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누구와 함께 새로운 출발을 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대통령께서 ‘지역주의에 기대 민주당과 통합하는 것은 안된다’고 하신 주장에 동의합니다. 그런 통합은 가능하지도 않고, 또 한다고 하더라도 일부 정치인이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벌이는 일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흩어져 있는 민주개혁 세력을 재결집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기득권을 철저하게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모멘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정치권 밖에 있는 시민사회지도자, 전문가 그룹의 광범한 참여를 이뤄내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런 일을 실현하기 위해 反한나라당 전선의 구축은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원칙 있는 대통합’을 해야 합니다.
평화와 번영, 개혁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이런 원칙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이 각자 기득권을 버리고 대통합에 동참해야 합니다. 국민의 가슴에 새로운 불씨를 지펴야 합니다. 희망이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망설이다가 이 글을 보냅니다.
지금 논쟁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서 역사와 중대한 우리 모두의 미래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그래서 보다 분명하고 선명한 논쟁이 요구됩니다. 적당히 얼버무려서는 안 되고 그럴 수도 없습니다. 저는 치열한 논쟁을 요청하고 기대하는 뜻에서 이 글을 썼습니다.
최근 열린 우리당 내부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불필요하게 대결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있어 걱정이긴 합니다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먼저 우리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자는 것입니다. 정치생명 연장이나, 기득권에 집착하지 않고 수구냉전세력에 맞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결론을 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우리는 희망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2005년 12월 17일
김 근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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