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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위원장 “길거리 투쟁만으로는 안된다”

<이 사람> 정진화 신임 당선자, "학교 현장에서 지지받는 전교조 되겠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새 수장으로 선출된 정진화 신임 전교조 위원장은 “우리는 길거리에서 투쟁 일변도로 주장을 외치기보다는 우리의 내용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공론화와 논쟁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앞으로 상당한 방식의 전환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교조 내 상대적 온건파로 분류됐던 정 위원장의 이같은 취임일성으로 앞으로 전교조 내부에 상당한 기조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진화, “전교조 합법화 이후 국민들 기대에 부응 못해”

정 위원장은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교조 본부 사무실에서 ‘당선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의 전교조 운영 방향에 대해 밝혔다.

이 날 기자회견에서 정 위원장이 무엇보다 강조한 대목은 그동안 전교조 노선에 대한 ‘반성’이었다. 정 위원장은 ‘공교육 붕괴’라는 교육 실패에 대한 책임을 교육부와 정치권에 물어면서도 “전교조도 현재의 교육 현실에 책임이 있음을 깊이 통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합법화 이후 전교조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왔으며, 그 결과 국민들의 전교조에 대한 질타가 높아지고 있음을 무겁게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합원 동지들은 나름대로 실천하고 있지만, 학부모, 학생과 소통하고 함께 해나가는 교육실천을 조직적으로 만들어가는 데에 힘을 쏟지 못했다”고 전교조의 현실을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부족한 점을 성찰하면서, 공교육의 부실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덜고, 우리 사회와 학생들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교육혁신운동과 실천에 더욱 매진할 것을 국민들께 약속드린다”고 다짐했다.

신임 전교조 위원장에 당선된 정진화 전 서울지부장. 정 위원장 체제의 순항은 전교조 내부 반발 무마와 교육부의 태도 전환에 달렸다. ⓒ김동현 기자


“길거리 투쟁 일변도 만으로는 안된다”

특히 정 위원장은 길거리 투쟁 일변도 보다는 ‘대안 제시’에 치중하겠다며 향후 전교조 투쟁 노선 변화의 불가피성을 시사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연가투쟁’까지 불사한 교원평가제와 관련해서도 “수많은 교육 현안중의 하나”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내년 2월, 법제화 예정인 ‘교원평가제’에 분명히 반대한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벌써 2년간 교원평가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있었는데 소모적이었다”고 회의감을 표시한 뒤 “교원단체와 갈등을 일으키면서까지 교육부가 새로운 안(교원평가제)을 현장에 들고 나와서 과연 의도했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에 의문이 든다”고 교육부를 비판했다.

대신 그는 ▲공교육붕괴 ▲교육양극화 등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교육정책 수립을 위한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을 교육부에 제안했다. 그는 이같은 대화기구에서 교원평가제 논의를 비롯한 교육 현안을 논의한 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자”고 거듭 강조했다.

정진화, “현장에서 지지받는 전교조가 돼야 국민 지지 받을 수 있어”

전교조의 향후 사업 방향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은 “앞으로 전교조 내부의 관행과 사업방식을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한마디로 표현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수업과 학급운영에 관한 학생 의견수렴 활동을 자율적 참교육 운동으로 적극적으로 전개하여 교사와 학생간의 의사소통을 활성화하고, 나아가 학부모와 소통하기 위한 활동을 폭넓게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학교 현장에서의 실천’을 들었다. 그는 전교조가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학교 현장과의 소통이 중요함을 재차 강조하며 ▲학부모회 ▲학생회 ▲교사회 등 ‘교육 3주체’간의 빈번한 만남과 대화를 통한 ‘소통’의 중요성에 방점을 찍었다.

정 위원장의 이같은 사업 구상은 그의 이력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해직교사 출신인 정 위원장은 전교조 합법화 이후 집행부가 아닌 학교 현장으로 돌아갔다. 그는 “해직 이후 변화된 학교현장, 학교 문화를 체험하기 위한 나 자신의 선택이었다”고 그 이유를 들었다.

지난 99년부터 2004년까지 학교 현장을 지킨 정 위원장은 “달라진 학교 문화와 학교 현장을 읽을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후 서울지부장을 역임하면서 이같은 달라진 학교 문화와 학생들에게 절실한 과제들을 찾아가는 사업을 벌였다. 그는 저소득 층 아이들을 위한 방과 후 공부방 사업을 위해 ‘지역사회와 교사간 협약 맺기’를 비롯 학교 현장의 세심한 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왔다.

그는 이 날 기자회견에서도 “학교 현장에서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때, 결국 국민들께도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진화 체제’, 순항 가능할까?

그러나 ‘정진화 체제’가 순항 할지는 미지수다. 그는 이 날 기자회견에서도 “길거리 투쟁은 더는 안된다”고 하면서도 교육부의 일방통행식 교원평가제 강행에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했다.

그는 대화와 설득을 통해 ‘교원평가제의 허와 실’을 교육부와 국민들에게 알린다고 했지만, 교육부는 시간표대로 교원평가제를 밀어붙인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교원평가제 법제화 움직임이 내년 초 구체화 된다면 전교조로써도 다시 투쟁 카드를 꺼내들어야 한다.

더군다나 불과 한 달 전만해도 교원평가제 저지를 위해 연가 투쟁까지 한 전교조의 투쟁 노선을 위원장 한 마디로 그 기조를 바꾼다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장혜옥 전임 위원장과의 결선투표에서도 정 위원장은 60%가 못되는 지지율로 승리했다. 그만큼 반대 세력도 만만찮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내부 반발을 어떻게 잘 추스르냐에 따라 전교조 자체의 투쟁 노선도 결정될 듯하다. 아울러 교육부가 향후 전교조 신임 지도부에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에 따라서도 정 위원장의 가능한 행동 반경도 결정될 수 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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