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서울대, 문제점 많지만 해체가 정답은 아니다"
"민주당, 섣부른 개혁안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준구 교수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서울대 해체가 정답이 될 수는 없다>는 글을 통해 "지금처럼 서울대의 등록금을 낮춰서 받는 것은 부유층 자제의 무임승차(free riding)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며 "현재 서울대학교 학생의 가정 배경을 보면 다른 대학보다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것이 사실이고 서울대학교 출신이 사회에서 평균보다 더 높은 소득을 얻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솔직히 말해 난 '서울대 폐지론'이 등장할 때마다 가슴이 섬뜩하다. 우리 서울대학교가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지 못해 이런 말이 나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요"라며 "사실 국립대 혹은 국립대학법인으로서의 서울대가 국민의 기대에 100% 부응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거듭 서울대의 문제점을 시인했다.
그는 그러나 서울대를 포함한 전국 국공립대를 하나로 통폐합하는 민주당의 서울대 해체론에 대해선 "나는 이것이 현재 서을대학교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의 대학시스템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정답이 될 수 없다고 믿는다"며 "통합된 국립대학 체제가 장점만 가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도 순진한 태도다. 실제로 운영해 보면 장점 못지 않게 많은 문제점이 등장하게 될 것이 너무나도 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의 서울대학교가 갖고 있는 문제점은 대략 입시과열을 부추기고 학벌사회를 조장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이런 문제점이 있다는 데 전혀 이의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런 문제점은 정공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정답이다. 통합 국립대학 체제의 출범이라는 방법으로 에둘러 가는 것은 정답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현재 서울대학교가 갖고 있는 특권적 지위 중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사회가 그것을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면 흔쾌히 사회의 요구에 응하는 것이 국립대학법인의 자세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모든 일은 관련 당사자들이 머리를 짜내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처리되어야 한다. 민주통합당이 몇몇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으로 섣부른 개혁안을 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에 유감을 표시했다.
다음은 이 교수의 글 전문.
서울대 해체가 정답이 될 수는 없다
내 강의를 들어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난 매 학기 재정학 시간에 학생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질문을 하나 던집니다.
"여러분은 사립대의 1/3 내지 1/2에 그치는 등록금만 내고 대학을 다닙니다.
그렇다면 그 차액을 국민의 세금으로 보조해준다는 뜻이지요.
여러분이 그런 보조금을 받으며 대학을 다녀야 할 이유가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학생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가며 내 도발에 맞짱으로 뜨려 합니다.
그러나 번번히 내 반론에 밀려 꼬리를 내리고 맙니다.
내가 말을 잘 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논리 그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드는 정당화의 논리는 "가난한 학생들에게도 대학 교육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난한 학생들에게 대학교육의 기회를 주는 더욱 바람직한 방법은 그들에게 선별적으로 장학금을 주는 방법입니다.
지금처럼 서울대의 등록금을 낮춰서 받는 것은 부유층 자제의 무임승차(free riding)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현재 서울대학교 학생의 가정 배경을 보면 다른 대학보다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서울대학교 출신이 사회에서 평균보다 더 높은 소득을 얻고 있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현 체제는 현재 부유층의 자제들이며 미래에 부유층이 될 사람들을 위해 전 국민이 낸 세금으로 보조금을 지불하는 체제인 것입니다.
내가 이 말로 논쟁의 매듭을 짓고 나면 학생들은 깊은 침묵으로 빠져 듭니다.
현 체제의 "불편한 진실"에 어떤 반론도 제기할 수 없음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그때 나는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여러분에게 그 돈을 뱉어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나도 대학생 때 그런 보조금 받으면서 교육을 받았지만, 단 한 푼도 뱉어낸 적이 없습니다.
내가 이 점과 관련해서 여러분에게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은 여러분이 대학을 다니면서 그와 같은 사회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 난 "서울대 폐지론"이 등장할 때마다 가슴이 섬뜩합니다.
우리 서울대학교가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지 못해 이런 말이 나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사실 국립대 혹은 국립대학법인으로서의 서울대가 국민의 기대에 100% 부응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오늘 신문을 보니 서울대 폐지론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민주통합당이 서울대학교를 포함한 전국 국공립대를 하나로 통폐합하는 방안을 대선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는데, 이는 현재의 서울대학교를 해체하겠다는 말이나 다름 없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나는 이것이 현재 서을대학교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의 대학시스템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정답이 될 수 없다고 믿습니다.
통합된 국립대학 체제가 장점만 가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도 순진한 태도입니다.
실제로 운영해 보면 장점 못지 않게 많은 문제점이 등장하게 될 것이 너무나도 뻔합니다.
지금의 체제를 버리고 통합 국립대학 체제로 간다는 것은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인프라를 한꺼번에 허물어 버린다는 것을 뜻합니다.
지금의 체제가 많은 문제점을 갖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구축된 인프라의 보이지 않는 힘 역시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한 가지 예로 새로 구축된 체제가 자리를 잡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할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한 대학에서 학사시스템을 조금만 바꿔도 큰 혼란이 일어나고 이에 따라 엄청난 비용이 드는데, 그런 식으로 뿌리채 바꾼다면 얼마나 큰 비용이 들겠습니까?
지금 새로운 체제의 청사진을 그리는 사람들은 그것의 장점만 보일 테지만, 사실은 그것이 갖는 보이지 않는 문제점에 더욱 신경을 써야 마땅한 일입니다.
개혁을 표방한 제도의 변화가 많은 경우에'개악'으로 끝나고 마는 것은 장점만 생각하고 문제점을 충분히 생각하지 않은 탓입니다.
그래서 나는 정부가 개혁을 시도할 때 지극히 신중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습니다.
누가 봐도 제도를 바꿀 때의 이득이 이에 따르는 비용을 크게 초과한다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한해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몇몇이 생각하기에 그렇게 바꾸면 좋을 것이다라는 식으로 추진된 개혁은 반드시 실패하고 맙니다.
MB정부 출범 초에 내가 그와 같은 경고를 한 것을 기억하고 계시는 분이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MB정부는 이것저것 모두 다 바꾸겠다고 욕심을 부린 나머지 막대한 사회적 비용만 초래하는 것으로 끝냈습니다.
이 정부가 바꾼 것이 셀 수도 없이 많지만 그 중에 잘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게 과연 몇 개나 되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현재의 서울대학교가 갖고 있는 문제점은 대략 입시과열을 부추기고 학벌사회를 조장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겁니다.
나도 이런 문제점이 있다는 데 전혀 이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은 정공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통합 국립대학 체제의 출범이라는 방법으로 에둘러 가는 것은 정답이 될 수 없습니다.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현재 서울대학교가 갖고 있는 특권적 지위 중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나는 사회가 그것을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면 흔쾌히 사회의 요구에 응하는 것이 국립대학법인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모든 일은 관련 당사자들이 머리를 짜내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처리되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하려 시도한 변화가 새로운 문제점을 낳지는 않는지 신중하게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민주통합당이 몇몇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으로 섣부른 개혁안을 내지는 않았으면 좋겠군요.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