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파, '제2의 독수리 5형제' 되나? 글쎄...
열린우리당 때와는 달라, 통합야당은 지금 문전성시
정태근·김성식 의원은 탈당을 하면서 "허허벌판에 나가겠다"고 밝혔다. 당분간 무소속 또는 '구락부' 형태의 행보를 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하지만 이들이 지난 서울시장 보선때 험악한 민심이 드러난 성북·관악 지역의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는 한, 끝까지 무소속으로 내년 총선에 도전장을 낼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적다. 야권의 압승이 예상되는 이들 지역에서 무소속 출마란 자살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이 어떤 행태로든 '정치세력'과의 연대를 도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정가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들이 향후 독자적 '수도권 친이계 신당'을 만들 것이라든지, '박세일 신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등 각종 관측이 나돌고 있다.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는 박세일 신당 쪽에서는 일부 언론에 "전·현직 한나라당 의원 30여명과 접촉중"이라고 말하는 등 은연중 이들의 합류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그러나 초선인 이들에게는 독자적 창당을 할만한 힘이 없다. 그렇다고 박세일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개혁 목소리를 내온 이들이 보수성향의 박세일 신당에 합류하기에는 성향도 안 맞고 명분도 적기 때문이다.
'안철수 신당'이라도 떴다면 명분을 앞세워 적극 합류할 가능성이 높았겠으나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창당 부인으로 이 또한 물 건너간 상태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들이 '제2의 독수리 5형제'의 길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노무현 정부 초반인 지난 2003년 7월 세칭 ‘독수리 5형제(이부영, 김부겸, 김영춘, 안영근, 이우재)’가 한나라당을 탈당, 열린우리당 창당에 적극 참여했다. 이들 가운데 이부영 의원은 그후 열린우리당 당의장까지 맡는 등 승승장구했다.
현재 민주당과 시민통합당은 야권통합에 급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 일부 원외의 강력 반발이 있기는 하나 통합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탈당파가 통합야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일각에서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김성식 의원의 경우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에 정무부지사를 맡았던 인연도 있다.
하지만 '제2의 독수리 5형제'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 시각도 많다. 과거 극소수가 열린우리당을 만들었을 때와는 달리 현재 야권통합당은 문전성시 상태다. '야권 단일후보'라는 마크만 달 수 있으면 수도권 당선이 거의 확실하다는 판단아래 내로라 하는 인사들이 치열한 경합중이다. 평균 '5대 1', '10대 1'이란 이야기까지 나돌 정도다.
이런 마당에 한나라 탈당파의 영입 필요성은 거의 전무하며, 도리어 기존 출마희망자들의 신경만 날카롭게 만들 공산이 크다. 또한 탈당파가 야권이 강력 반대해온 4대강 사업과 한미FTA, 미디어법 등에 동조 또는 침묵해왔다는 전력도 이들의 입당을 어렵게 만들 걸림돌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
이들이 1~2년 전에 MB 독주에 맞서 싸우다 탈당했다면 여기저기서 모셔가려 했겠지만, 총선 넉달을 앞둔 시점의 탈당이었기에 설땅이 좁은 모양새다. 정치는 그래서 '때'가 중요하다는 얘기들을 하는 것이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