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예상대로 공천권 놓고 '으르렁'
친박 "박근혜 비대위로 총선 치러야" vs 친이-쇄신파 "전대로 새로 뽑아야"
한나라당 3선이상 중진들은 이날 오전 친박 좌장 홍사덕 의원의 제안으로 국회 앞 한 호텔에서 긴급 모임을 갖고 박근혜 전 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 체제 발족에 원칙적 합의를 했다.
이날 모임에는 당내 3선 이상 중진 38명 중 29명이 참여했으며, 이재오, 정몽준 의원은 개인 사정을 들어 불참했으나 박 전 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 인선안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날 중진합의에 따라 오후 의총에서 박근혜 비대위 체제를 의원들에게 공식 추인받고, 비대위원 인선작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비대위 활동기한을 놓고 계파간 뚜렷한 입장차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
친박계 일부 의원들은 비대위 활동기한을 내년 4월 총선까지 하자는 입장이다. 이는 비대위가 공천심사위원회와 선대위 구성에 대한 전권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정통성 시비가 발생할 경우 전국위원회를 열어 해결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일종의 약식행위로 '박근혜 대표 체제'를 부활시키겠다는 것.
한 친박 의원은 "친이계 일부에서 주장하듯 전대를 통해 새 지도부를 뽑는다는 것은 박근혜 대표에게 한두달만 한시적으로 일해 당을 살린 뒤 자리에서 내려오라는 얘기나 다름없다"며 "설령 박 대표가 새 전대에 나선다고 해도 박 대표를 물고 뜯어려는 친이계들 때문에 그야말로 집안싸움으로 당이 풍비박산이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친이계는 '박근혜 비대위'로 총선을 치르는 것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다. 정몽준 의원의 경우 비대위가 1~2월까지 재창당 작업을 수행한 뒤, 새로운 전당대회를 통해 새 정당을 창당하고 대표를 새로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쇄신파도 비슷한 입장이다. 권영진 의원은 이날 CBS 등과의 인터뷰에서 "당헌을 개정해 전권을 가진 비대위를 총선까지 끌고 가자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충신이 아니라 간신이 하는 짓"이라며 "이는 쇄신 의지를 당권투쟁으로 변질시키는 위험천만하고 바보같은 짓"이라고 친박계를 비판했다.
한 친이 쇄신파 의원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총선까지 박 전 대표가 당권을 떠맡겠다는 것은 박 전 대표에게 ‘유신헌법’식 비상대권을 달라는 것”이라면서 “‘독재자의 딸’이라고 공격 받는 박 전 대표의 권한이 새 당을 만드는 데에만 집중하지 않고 총선까지 독점하게 된다면 수도권 선거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까지 말했다.
친박 핵심 의원은 이와 관련, 본지와 통화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한 바 없다"며 "비대위로 총선까지 치러야 한다는 주장은 일부 친박의 사견에 불과하다"며 아직 박 전 대표가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는 상황임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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