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학자 "한번 미친짓 하면 계속하게 돼"
국민보고회, 독일과 비교해 '4대강사업'과 '원전정책' 질타
지난 6월28일부터 7월5일까지 4대강사업의 모델이 된 독일 라인강의 보 공사장과 독일 원전 상황들을 둘러본 운하반대교수모임 등 21명의 각계 전문가들은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라인강과 탈핵정책'이란 국민보고회를 통해 독일 현지에서 목격한 생생한 현지상황을 전했다.
양기석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위원회 총무는 "라인강 유역에서 바지선과 같은 형태의 배가 수없이 모래와 자갈을 강 한복판에 뿌리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며 "이유는 모래와 자갈 없이 깨끗하게 정리된 인공강에는 물고기와 건강한 여러 생명체들이 살 수 없었기에 물고기와 수많은 생명체들이 알을 낳고 삶의 터전으로 삼을 수 있도록 모래와 자갈을 강으로 되돌려 주는 것이었다"고 현지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저 많은 모래와 자갈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하는 질문에 베른하르트 교수는 씁쓸하게 웃으며 '산에서 옵니다'라고 답했다"며 “'강의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또 다시 숲의 생태계를 파괴하느냐?'는 우리의 질문에 베른하르트 교수는 '그러게 말입니다. 한번 미친 짓을 하면, 계속 미친 짓을 하게 됩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교수모임 공동대표인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도 "라인강에 댐(4대강의 보)들을 쌓은 후에는 강 수위가 주변지역보다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이 나타나게 되었다는데 우리 4대강 사업과 꼭 닮았다"며 "라인강은 그래도 유량이 많아서 물이 흐른다는 것을 쉽게 볼 수가 있는데 강 수위가 낮아진 지역은 지하수위도 동시에 내려가 농사가 망가지고 강 수위가 높아진 지역은 홍수 피해가 잦아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강변에는 땅 주인의 동의를 받고 피해보상을 해주면서 범람원을 지정하고 홍수가 오면 강물을 그곳으로 빼서 범람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보고회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후 가동중이던 원전 17기를 오는 2022년까지 완전 폐기하기로 한 독일의 탈원전 정책 결정 과정도 소개됐다.
조한혜정 연세대 교수에 따르면, 독일의 정치가들과 시민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후 전국민적 집중토론을 통해 원전 폐기를 결정했다. 원전 폐기를 결정한 17인 위원회에 결정적 역할을 한 사흘간의 집중 토론과 11시간의 TV 토론 생방송을 한 위원회의 소통능력, 그리고 이 토론에 초대된 30여명의 외부 전문가들은 합리적 토론 때문에 원전 폐기 결정이 가능했다.
독일 국민들은 원전 폐기에 따라 대체 에너지 가격이 올라가더라도 엄청나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고 기름값 역시 오를 것이며, 가격이 올라도 이 합의는 투표로 한 것이므로 감내하기로 했다.
최서연 원불교 환경연대 교무는 "독일 사회는 ‘세대 간 형평성’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현세대가 누리는 이익이 후세대에게도 보장되어야 공평하다는 것"이라며 "전(前)세대가 라인강에 공사를 해서 현세대가 당해온 재해와 불안을 알기에 후세대를 위해 강을 공사하기 전의 모습으로 돌려놓도록 노력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현세대가 전기를 편리하게 사용하며 풍요를 누리는 것은 좋을지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을 후세대에게 남기는 것이 공평한가?’를 묻고, 쓰리마일섬, 체르노빌에 이어 후쿠시마가 보여주듯이 어느 누구도 해답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려 핵발전은 그만둬야 한다는 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용국 '영광핵발전소안전성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국민 1인당 소득이 4만 달러로 우리의 2배인 독일이 우리나라보다 전력을 오히려 적게 쓰고 있다"며 "베를린에 도착한 시간은 거의 자정. 처음으로 온 느낌은 가로등이 많지 않아 밤에 도시가 굉장히 어두웠다. 대학이나, 정부기관의 대부분이 섭씨 32~33도시 정도로 땀이 조금씩 나는 날씨임에도 에어콘을 사용하지 않고 건물들의 대부분은 단열을 위하여 2중창으로 되어 있었다. 기본적으로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구조였다. 독일의 탈핵은 그저 앉아서 얻어진 결과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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