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연준 의장이 9일(현지시간) 향후 2년간 금리를 현재의 제로금리로 동결하겠다고 밝힌 데 힘입어 미국주가가 급반등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429.92포인트(3.98%) 급등한 11,239.77에서 거래를 마쳐 전날 폭락했던 지수의 상당 부분을 만회했다. 전날 다우지수는 634.76포인트(5.55%) 폭락했다.

S&P 500 지수도 53.07포인트(4.74%) 오른 1,172.53, 나스닥 종합지수는 124.83포인트(5.29%) 상승한 2,482.52에서 각각 장을 마감했다.

미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지난 6월 개최된 FOMC 회의 이후 수집된 정보는 올들어 지금까지 경제성장세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히 느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각종 지표는 전반적인 노동시장 상황이 최근 몇개월간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실업률도 높아졌다. 가계의 소비지출은 둔화되고 있으며, 비(非)주거용 건축물에 대한 투자도 여전히 취약하고 주택시장도 계속 침체돼 있다"며 현재 미국 실물경제가 심각한 상황임을 실토했다.

미연준은 결론적으로 "경제 전망의 하방리스크는 더 증가했다"며 "연방기금금리의 목표범위를 연 0~0.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으며, 경제상황이 이례적으로 낮은 연방기금금리 수준을 최소한 오는 2013년 중반까지 유지하는 것을 정당화시켜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2년간 현재의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미연준의 성명에서 당초 시장에서 기대했던 이른바 제3차 양적완화(QE) 조치나 단기국채의 장기 전환 등 `특단의 조치'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앞으로 물가안정의 범위내에서 더 강력한 경제회복세를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수단의 범위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미연준 발표를 접한 시장은 당초 기대했던 3차 양적완화 조치가 빠졌다는 실망감에 급락했으나 곧바로 제로금리를 2년간 유지한다는 대목에 주목하면서 급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미연준이 이처럼 시한을 정해 금리동결을 발표한 것은 초유의 일이기 때문이다.

유럽증시도 폭락세를 멈추고 진정돼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1.89% 상승한 5,164.92로 장을 마쳤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도 1.63% 오르면서 3,176.19로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0.10% 떨어진 5,917.08로 약보합세로 장을 종료했다.

그러나 미연준의 미국경제 악화 시인에 더블딥 우려가 확산되면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종가보다 2.01달러(2.5%) 떨어진 배럴당 79.30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WTI의 종가는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반면에 12월 인도분 금은 전날 종가보다 29.80달러(1.7%) 오른 온스당 1,743달러로 또다시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며 거래를 마쳤다.

시장 불안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