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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정쟁, 개구리소년 공소시효 소멸 주범

"사학법, 청문회대립 정치권 정쟁으로 입법 미적미적"

개구리소년 실종.살인사건은 결국 지난 25일 범인을 잡지못한 채 15년 공소시효를 넘겼다. 경찰은 “공소시효를 넘긴다 하더라도 수사본부를 해체하지 않고 끝까지 범인을 잡겠다”는 입장이지만 앞으로 범인을 잡는다해도 그를 처벌할 법적인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결론적으로 공소시효를 사전에 충분히 늘일 수 있었지만 여야는 크고작은 정쟁으로 공소시효 연장안 처리에 미적거렸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됐다. 또한번 정치권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현 형사소송법은 살인죄와 같은 사형에 해당하는 강력범죄에 대해 15년간의 공소시효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소시효 기간 내에 범인을 잡지 못하면 검찰은 기소할 권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법에서는 공소시효라는 것을 규정하고 있을까?

당시 실종된 개구리소년을 찾는 포스터 ⓒ 뷰스앤뉴스


공소시효를 두는 이유는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우선 ▲불법은 (계속해서) 존재하지만 (세월이 흘러감에따라) 증거가 멸실되어 실체적 진실발견이 심히 어렵다는 점 ▲진실발견이 심히 어려운 상태에서 범인을 형사소추의 대상으로 한다면, 개인의 기본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또 ▲(해당 사건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의 약화로 형벌의 목적이 감소되었다는 점 ▲장기간의 도피로 범인에게도 (사실상의) 처벌의 효과가 발생했다고 볼수 있다는 점 ▲시간의 경과함에 따라 범인을 처벌할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점 ▲사실상의 변화를 법률적으로 존중하고 피고와 원고의 사회생활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점 등이 공소시효가 존재하는 목적이다. (이상 헌법재판소 1996.1.20. 94헌마246)

이러한 이유로 공소시효가 완성되면 검찰에서는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리고, 법원에서도 심판없이 면소판결을 선고해 사건을 종결하게 된다.

과학수사기법 발달, 화해효과도 글쎄... 법조계.학계는 시효연장 공감

그렇다면 위에 나열된 공소시효에 대해 일선 법조계와 학계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결과적으로 말해 “공소시효를 두는 것에는 찬성하나 시효가 너무 짧다”는 평이다.

특히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과학수사기법이 발달한 점은, 증거부족으로 인한 범인 색출의 어려움을 감소시켰다. 아울러 유가족들은 가해자와의 화해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한다.

살인범에 의해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 살인자에 대한 용서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살인자를 처벌하지 못해 피해자의 원혼을 달래줄 수 없다”고 분개하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 간 ‘화해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한인섭 서울대 법대교수는 “공소시효 연장 문제는 입법화 과정을 거치면 별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며 공소시효 연장에 대해 학계도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음을 시사했다.

상대적으로 법체계가 발달한 서구의 공소시효 기간과 비교하더라도 우리의 공소시효는 너무 짧다는 지적도 있다.

독일의 경우 살해범에게 적용되는 공소시효는 무려 30년이다. 우리 법이 모델로 삼고있는 일본의 경우에도 살인범의 공소시효를 25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경우 연방법과 대다수 주 형소법에서는 살인범에 대해서 아예 공소시효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법무법인 ‘정인’의 문한성 대표변호사는 “공소시효라는 것이 결국은 정의적 문제냐 법적인 안정성 문제냐의 문제인데 결국 법적인 안정성에 무게를 두고있다”면서 “사회적 강력범죄의 경우 짧은 공소시효 만료로 인해 가해자가 처벌을 받지 못하면 일반인의 사회적 법 감정에도 위배되고 한편으론 사회적 방어기제를 가지고있는 국가적 책무도 방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문 변호사는 “자기방어 능력이 없는 아동들에 대한 학살이나 부녀자 연쇄강간, 범죄조직에 의한 모살, 테러와 같은 반사회적 강력범죄에 있어서는 공소시효를 늘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정치권 정쟁에 공소시효 놓쳐...

이렇듯 법조계, 학계, 유가족들 마저도 공소시효 연장안에 대해 찬성하는 실정인데 왜 공소시효 연장 법안은 현실화되지 못하는 것일까? 책임은 법을 만드는 국회에 물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문병호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 해 8월 17일,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의 경우 현 15년→20년 ▲무기징역 공소시효 10년→15년으로 하는 형사소송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해 놓았다.

그러나 해당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된 지 7개월이 넘는 현재까지 국회는 묵묵부답이다.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겨우 법사위 소위를 통과했을 뿐이다.

오히려 개구리소년 살해사건의 공소시효를 하루 앞둔 지난 24일에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개정안 처리 실패의 책임을 민주노동당에 묻는 치졸함까지 보이며 정치권은 서로 네탓만하며 책임을 전가하기에 바빴다.

정 의장의 주장은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공소시효 연장안을 처리하려했으나 민노당이 2월 임시국회 막바지에 비정규직법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법사위를 점거하는 탓에 공소시효연장 처리를 못했다는 것.

하지만 한나라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공소시효 연장안에 대해 “형사소송법과 같은 기초법은 개정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면서 “추후 공청회를 열어 국민적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놓은 상태였다. 이에 여당 의원들도 "어쩔수 없는 상황"이라며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따라서 2월 임시국회 막바지, 민노당이 법사위를 점거하지 않았다해도 이미 공소시효 연장안은 통과되기 어려웠던 셈이다. 결국 코앞에 닥친 개구리소년 공소시효에 대한 여론의 질책을 피하기 위해 정치권은 서둘러 책임을 상대에게 물었던 셈이다.

그러나 공소시효 연장안 처리 실패의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있다. 개정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지난 8월이후 거대 양당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사학법 공방 ▲인사청문회 공방 등 정쟁과 힘겨루기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정작 절실한 민생법안에는 귀를 닫았다는 소리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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