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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는 정치지향적 수구세력”

[토론회] “대중 지지 잃은 진보진영도 반성 필요”

지난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퇴조 양상을 보였던 보수진영이 ‘뉴라이트’ 또는 ‘신보수주의’라는 이름을 내걸고 최근 한국사회 전면에 복귀했다.

특히 최근 보수단체들 사이에서 나타난 이념적 분화와 함께 본격 등장한 ‘뉴라이트’는 보수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며 북한인권 문제 등을 무기로 대학가, 교회, 인터넷 등을 통해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은 연일 보수언론의 각 지면마다 대서특필되고 칼럼, 사설마다 등장하는가 하면 핵심 인사들은 인터뷰를 하느라 숨가쁘게 보일 정도다.

이들에 대해 진보진영은 아직까지 이들의 실체나 향후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하지 못한 채, 다분히 보수언론을 통해 전달되는 이들의 활동에 대해 위압감을 느끼는 동시에 공세적인 이들 뉴라이트들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한국사회포럼 ‘반(反)운동을 말한다:뉴라이트 및 신보수주의 비판’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에 열중하고 있다. ⓒ 김홍국 기자


24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한국사회포럼 ‘반(反)운동을 말한다:뉴라이트 및 신보수주의 비판’ 토론회에서 참석한 진보진영 학자와 운동가들은 “뉴라이트는 새로움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수구적”이라며 “진보진영이 불필요한 논쟁에서 벗어나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시민사회에 대한 책임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진보진영의 성찰을 촉구했다.

이들은 “뉴라이트 진영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통해 국민의 희망을 담아내는 대응방식으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대중의 감수성에 맞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좋은 인재를 길러내는 등 장기적인 전략전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라이트 등 보수단체들이 변신하도록 민주화.개혁 지속해야”

'한국의 보수단체의 이념적 분화'라는 주제발표를 한 이나미 고려대 강사는 "뉴라이트(신보수)를 비롯한 일부 보수 단체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단체의 활동과 성격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나 일부는 여전히 낡은 이념적 대결을 지속하고 있다"며 "뉴라이트는 기존 보수진영과 비교해 자유주의적 보수주의로 자신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결국 올드라이트(구보수)와 결별이라기보다는 역할분담과 상호보완으로 여겨진다"고 평가했다.

이나미 고려대 강사 ⓒ 김홍국 기자


이씨는 "노동문제와 사회적 약자 등의 이슈에 대해 보수 단체가 비교적 변화된 태도를 보여주고 있으나 이러한 변화가 노동자의 전반적인 권익 향상과 노조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이들이 친일과 반공 등에 대해서도 '친일 과거사 청산이 우리가 한번은 거쳐야 할 역사적 과제'라는 식의 변화된 태도를 보이기는 하지만 '과거에 매달려 미래를 대비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는 내용으로 미뤄 전폭적인 지지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들이 변신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인식한 일부 보수단체들이 국민통합과 다양성, 국익과 민족주의 강조로 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냉전적이고 추상적인 이념을 제시하고 있다”며 “이들 단체들은 친미와 민족주의를 번갈아 부르짖고, 김구의 이상주의와 이승만의 현실주의를 오가는 등 이념적 방향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또 "이들 일부 보수단체는 중도보수로 나아가는 듯 하다가 기회가 있으면 다시 수구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지속적인 민주화와 개혁을 통해 보수단체가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하도록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중적 지지를 잃어버린 진보진영 진지한 성찰 필요”

‘뉴라이트’를 비웃지만 역시 대중적 지지를 잃어버린 진보진영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제시됐다. 진보진영은 뉴라이트가 ‘조·중·동-한나라당과의 연대’를 빼면 아무 내용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진보진영이 간과하는 부분을 파고드는 뉴라이트와 선명한 정책경쟁을 통해 대중의 지지를 가져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재중 월간 말지 기자 ⓒ 김홍국 기자


‘진보가 뉴라이트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라는 발제를 한 김재중 월간 <말>지 기자는 “뉴라이트의 공허함과 특히 ‘반노무현 포퓰리즘’에 가장 속편하게 얹혀 사는 것이 바로 뉴라이트 자신이라는 점에 대해 공감한다”면서 “그러나 뉴라이트는 시장절대주의를 밀고 나가는 이들임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세금 적게 내자는데 반대할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시장 대신 공공성을 강화하자며 숱한 파업을 한 진보진영이 파업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경험한 적이 있는가”라고 묻고 “대중은 ‘경험한 만큼’ 지지한다는 점에서 공공성을 강화하고 정책을 내세우고 집행하면서 대중의 지지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라이트는 실체의 개연성이 충분하며 줄기세포 이상 수준”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는 토론을 통해 “현재의 좌파와 우파는 폐쇄적이고 소통이 불가하며 비이성적이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며 “양 진영은 서로 닮은 꼴이라는 대중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좌우진영을 함께 비판했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 ⓒ 김홍국 기자


은 연구원은 “비정규직 입법 과정에서 차별이 뭔지, 시행 과정에서 시정능력이 있는지, 어떻게 시정해야 하는지, 누가 행정지도를 해야할 지 등 중요한 내용은 이야기된 적도 없었다”며 “이런 중요한 문제에 대해 좌우 어느 쪽도 검증하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양측 모두 성찰적 관점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뉴라이트는 실체의 개연성이 충분하며 논리적으로 보면 줄기세포 이상의 수준에 올라섰다”며 “이에 따라 이들이 성장해온 사회적 배경과 역사 등을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 연구원은 “뉴라이트가 경제적 경쟁력을 내세우는 사회 분위기에 힘입어 성장하는 동안 진보진영은 각 단체마다 무능력한 고연령자들로 가득해 인적 경쟁력을 상실한 상황”이라며 “시민사회단체에 생동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바른 인재들을 키우고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경석도 충격인데 김진홍에 이석연까지...한없이 괴롭다”

김재석 광주경실련 사무처장은 “지방에도 뉴라이트 단체들이 출몰하고 있는데 누가 하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보려고 하면 실체 파악이 전혀 안된다”며 “지역사회에서는 진보나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활동을 해온 사람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석 광주경실련 사무처장 ⓒ 김홍국 기자


김 사무처장은 “문제는 지역사회에도 대중들이 진보와 같은 이념적 가치가 훼손되더라도 잘 살아보자는 욕구가 심화돼있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다양하게 분화돼 있던 시민사회단체들의 통합을 추진하는 등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십년 동안 알고 지내던 서경석 목사 한 사람의 변신만으로도 충격적인 데 김진홍 목사에 이석연 변호사까지 가세해 한없이 괴롭다”며 “새로운 집중과 연대를 확보하면서 지역사회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역사논쟁, 경제교과서 편찬 등 총공세에 전략적 대응 필요”

김성란 통일연대 대외협력위원장 “뉴라이트가 자신들은 올드라이트와 다르다고 강조하지만 정치지향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결국 보수진영을 통합해 세력화를 도모할 것”이라며 “이들은 앞으로 친미적 자유주의, 흡수통일과 영구분단 중심의 대북정책, 공공성을 말살하는 경제제일주의를 내세울 것”으로 전망했다.

김 위원장은 “이들은 실제 해방전후사의 인식과 관련된 역사논쟁, 전국경제인연합 등과 함께 하는 기업중심의 경제교과서 편찬, 사유재산 등 시장주의를 헌법에 포함시키려는 개헌론 등을 통해 현실사회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며 “뉴라이트가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서 압박을 가하고 있는 점을 쉽게 보지말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민주진영이 기존의 시민사회운동 수준에 머무르지 말고 사회적인 책임감을 회복해야 할 것”이라며 “뉴라이트가 미국식 개인주의에 기반한 가치관을 통한 사회재편에 나설 것이므로 대중과 호흡하는 새로운 지향점을 찾는 논의틀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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