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인권위원 2명, 현병철 비판하며 동반사퇴
현병철의 '인권위 무력화'에 반발하며 사퇴
유남영, 문경란 상임위원은 이날 오전 위원장과 상임위원 3명이 참석한 상임위 간담회에서 현 위원장에게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민변 출신의 유남영 위원은 '사임의 변'을 통해 "인권위가 인권위법에 따라 주어진 권한조차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며 "밖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요구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안으로는 인권위 운영에 있어서 인권위답지 못한 파행을 계속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으로 인권위의 현 실상을 알릴 필요가 있었다"며 "최근 상황을 보며 그만둘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탄식했다다.
<중앙일보> 논설위원 출신으로 한나라당에 의해 추천된 문경란 상임위원도 "현 위원장 부임 이후 인권위는 파행과 왜곡의 길을 거쳐 이제 고사(枯死) 단계로 전락하는 듯하다"며 "위원장 독주는 갈수록 심각해져 이제는 주변의 아픈 지적마저 아랑곳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인권위는 인권 관점에서 판단해야 하는 데 권력 눈치를 보고 있다. 정파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현 위원장이 취임하고 나서 그만둘까 생각했다"며 "최근의 상황은 안타까움과 슬픔, 절망의 시간이었다"고 현위원장을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 2월 국회에서 전원위 의결이 나지 않은 북한인권법안 관련 안건을 인권위 입장인 것처럼 보고한 일, 용산참사 의견서 제출 과정에서 일방적인 회의 진행, 국회에서 독립성 훼손 의심 발언 등 현 위원장의 발언이나 행보를 문제 삼아 왔다.
이들은 또한 MBC <PD수첩> 건과 박원순 변호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 건, 야간시위 위헌법률심판제청 건, 국가기관의 민간인 사찰 건 등 현안이 전원위에서 부결되거나 중요 안건으로 다뤄지지 않은 데 대해서도 현 위원장을 비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의 사퇴 표명에는 최근 상임위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인권위 운영규칙 개정안이 지난달 25일 전원위원회에 상정된 게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상임위원 3명이 특정 안건에 합의해도 위원장의 판단으로 전원위에 상정할 수 있게 했고, 상임위 의결로만 가능했던 긴급 현안에 대한 의견 표명도 전원위를 거치도록 하는 등 상임위 역할과 권한을 대폭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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