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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 "2008년 대선 출마하겠다"

힐러리 초비상, 고어 일관되게 이라크침공-일방주의 반대

오는 2008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가장 유력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이 민주당 내에서 예기치 못한 강적과 만나게 됐다.

2000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부정선거 때문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대통령직을 빼앗겼던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앨 고어 "2008 대선에 출마하겠다"

<피츠버그 트리뷴>지가 19일 (현지시간)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가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민주당 당내 경선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2004년 대선 당시 하워드 딘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연설을 하고 있는 앨 고어. ⓒAP연합뉴스


고어 부통령은 2000년 대선때 투표에서 이기고도 부시 진영의 부정선거 때문에 선거에서 패할 처지에 몰려 미국내 여론이 두토막날 위기에 처하자 "미국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는 대승적 이유로 선거결과에 승복했던 인물로, 아직도 미국내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그는 2004년 대선때도 유력한 민주당 후보로 거명됐으나, "부시의 재선을 막기 위해 불출마하겠다"며 민주당의 대동단결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라크전 장기화로 부시대통령의 지지율이 사상최저로 급락하는 등 민주당의 정권탈환에 더없이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부시의 일방주의로 미국이 국제사회의 미아가 될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다는 판단아래 2008년 대선 출마결심을 굳혔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이처럼 막강한 영향력의 보유자인 고어의 2008년 대선 출마 선언은 힐러리 진영에 가장 충격적 뉴스가 아닐 수 없다.

후원금 모금전부터 치열할 전망

두 후보 간의 경쟁은 후원금 모금에서부터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1천7백10만달러를 모금했으며 올해 4천만달러의 후원금을 추가로 모금할 계획이다. 클린턴 상원의원 후원팀은 다른 후보들보다 먼저 후원회를 열어 후원금을 싹쓸이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그러나 "고어 전 부통령이 클린턴 상원의원보다 더 많은 선거모금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고어 전 부통령이 인터넷 모금 방식을 활용한다면 클린턴 상원의원보다 많은 금액을 모금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판단은 고어 전 부통령이 세계 최초로 '정보고속도로'의 중요성을 강조한 선구자로, 미국내 네티즌들 사이에 폭넓은 지지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비록 힐러리에게 오프라인 모금활동에서는 뒤졌다 할지라도, 인터넷 모금운동을 통해 충분한 실탄을 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반전 등 이념논쟁도 치열할 듯

힐러리 상원의원은 고어 전 부통령의 이념 논쟁에 대한 준비도 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고어가 경선에 나갈 경우 열렬한 반전후보라는 이미지로 힐러리 상원의원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려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힐러리는 미국의 아프간-이라크 침공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하지 못했다. 당시 이라크침공을 지지하던 미국내 다수 여론을 의식한 결과다. 때문에 힐러리는 부시 정권의 이라크침공을 비판하는 데 있어 적임자가 못된다는 게 고어의 판단이며, 이런 판단이 고어의 출마 결심을 굳히는 한 요인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에 고어는 이라크 침공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라크전쟁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전략적 재앙이 될 것"이라며 반대했고, 이라크침공후 미군의 야만적 이라크 포로 취급을 ‘미국판 강제노동수용소’라고 비난하는 등 이라크 침공을 일관되게 비판해왔다. 그는 또 부시의 일방주의에 대해서도 “부시 대통령이 법이 지배하는 국제사회의 공동목표를 외면했다”면서 “부시는 법 따위는 없고 미국 대통령의 판단만 있을 뿐이라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2004년 대선때 민주당 케리 후보 지지연설을 통해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 계획은 무능력 그 자체"라고 규정한 뒤 "부시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파문으로 지난 74년 사임한 리처드 닉슨 이후 가장 부정직한 대통령"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밖에 세계적 환경운동가로서도 이름을 떨치는 등 힐러리가 갖고 있지 못한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 고어 부통령은 클린턴 상원의원의 대선행로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힐러리의 큰 우군인 클린턴 전대통령도 고어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을 취할 수 없는 입장이어서, 힐러리에게 고어의 출현은 더없이 골치 아픈 복병이 아닐 수 없어 향후 힐러리의 대응이 주목된다.
임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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