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비밀투표'로 세종시 수정 강행?
진수희 "당론 변경 아닌 채택" 주장도, 중도파가 칼자루 쥐어
세종시 수정 당론이 채택되지 않을 경우 당론 변경을 지시한 이명박 대통령이나 친이계는 적잖은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게 불가피하다. 때문에 친이 직계는 당론 변경에 필요한 113명을 모으기 위해 말 그대로 총력전을 펼칠 전망이다.
문제는 일부 언론 조사에서 당론 변경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중립파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연합뉴스>의 17일 조사에 따르면, 24명의 중립파 의원들 가운데 '수정안 반대'가 7명, '찬성'이 4명, '유보'가 13명으로 나타났다. 생각보다 반대가 많은 것도 충격적이나, '유보' 세력이 만약 입장 표명에 부담을 느껴 표결에 불참한다면 세종시 당론 수정은 물 건너가게 된다.
같은 날 <조선일보> 조사 결과도 19명의 중립파가 모두 수정안에 찬성하고 일부 친박계까지 가세하지 않으면 당론 수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상황이 이렇듯 간단치 않다보니, 벌써부터 친이계가 각종 묘안(?)을 짜내기 시작했다.
친이 심재철 의원은 17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수정안 지지층이 100여명, 친박계가 40~50명, 유보층이 20~30명 정도"라며 "분위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말을 못 하지만 비밀투표를 하면 분명한 태도를 밝히겠다는 친박계 의원도 적지 않다"며 '비밀투표'를 주장하고 나섰다.
심 의원은 "실제 우리들이 접촉을 해보고 하면 분명히 수정안 쪽으로 마음은 기울어 있는데 자기가 처해있는 여건 때문에 그 부분들을 어디에 내 놓고 얘기를 하지 못하는 그런 분들이 꽤 있다"며 "그래서 그런 분들이 비밀투표로서 투표의 익명성이 보장이 되면 저는 분명한 태도를 보일 것이다, 그래서 113명의 숫자는 넘을 것이다, 낙관을 하는 것"이라며 거듭 비밀투표를 주장했다.
무기명 비밀투표는 박근혜 전 대표나 친박계가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밝힌 사안. 따라서 심 의원 발언은 친이계가 의총에서 '비밀투표'를 강행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세종시 수정은 '당론 변경'이 아닌 '당론 채택'인만큼 굳이 113명이 필요없다는 주장도 나오기 시작했다.
친이 진수희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2005년에 수도 이전안이 물건너가면서 새로 수도분할합의안이 넘어왔지만 당론 변경이 아닌 새로운 안에 대한 당론채택 과정이 이뤄졌다"며 "여기에 준용하면 세종시 수정안 자체를 놓고 찬성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당론 변경은 재적 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나, 당론 채택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가능한만큼 새로 당론을 채택할 경우 친이계 의원들만으로도 수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할 수 있는 주장인 셈.
진 의원 주장은 친이직계가 외형적으론 당론 수정을 자신하고 있으나, 내심으론 통과 여부를 자신 못해 불안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정을 가능케 하는 한다.
하지만 진 의원 주장대로 할 경우 이미 친이계가 '수세'에 몰렸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어서, 실제로 채택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친이계 대다수 중론이다.
결국 친이계가 무기명 비밀투표로 당론 변경을 추진하려 들 것이란 관측이 일반적이나, 친박계는 의총 보이콧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당론 변경을 강행할 경우 분당 위험을 우려하는 중도파들도 상당수가 기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수정 당론이 통과되기까지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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