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내정자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명동 KB금융 본사에서 열리는 이사회 간담회에 참석해 회장직 내정자에서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사회 관계자는 "강 행장이 회장 내정자에서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내정자에서 사퇴하더라도 행장 지위는 계속 유지되며, 사외이사 가운데 사퇴 의사를 밝힌 이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정원 행장의 임기는 2010년 10월까지다.
강 내정자는 앞서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예정에 없던 임원 회의를 열어 "한 해 동안 수고했다"며 "간담회에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동요되지 말고 믿고 따라달라"며 사실상 사퇴를 시사했다.
강 내정자는 이달초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 등이 선정과정의 불공정성을 주장하며 사퇴한 뒤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면접에 단독출마해 만장일치로 차기 회장에 내정됐으나, 그후 금융감독원이 예비감사를 비롯해 강 행장과 일부 사외이사들에 대한 고강도 조사에 나서면서 전방위 압박을 가하자 조직 안정을 위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강정원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31일 끝내 사의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강 회장내정자 사퇴에 따라 관치금융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경실련은 이날 성명을 통해 강 내정자 사의와 관련, "이는 금융당국이 KB금융지주 회장 선임과 관련해서 관치적 행태를 통해 결국에는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켰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이러한 관치금융 행태는 장기적 관점에서 금융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할 뿐 아니라 시장질서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이어서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금융당국을 질타했다.
경실련은 또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월초 특정 회장후보의 면접거부 사실을 담은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부하고,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비실명 보도를 전제로 '회장추천 절차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며 회추위와 사외이사들을 비난하여 회장 후보 선임절차를 사외이사제도에 대한 공격전으로 변질시키는 등 비정상적 행태를 보였다"며 그동안 금융당국의 행태를 비난했다.
경실련은 이어 "금융당국은 정예요원을 대거 투입해 강 회장 내정자의 운전기사까지 조사하는가 하면 사외이사에 대해서도 지난 2월에 한 차례 검사를 실시했었는데 이번에 또다시 검사를 했다"며 "강정원 행장 내정과 이를 승인한 사외이사들에 대한 흠집내기를 통해서 금융당국이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한 처사로 밖에는 볼 수 없다"며 금융당국의 전방위 압박을 비난했다.
경실련은 결론적으로 "이는 관치금융의 전면적 부활이며 금융당국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일순간에 무너뜨림과 동시에 외환위기 이후 그간에 쌓아왔던 민주적 시장발전을 통한 국가신인도를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개탄했다.
누구도 시장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특히 자본시장은. 우리라면 민간은행의 CEO를 권력이 좌지우지하는 나라에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을까요? 왜 국가와 권력이 자본시장에 다시 개입하려 하는지. 우리가 그 잘못된 관치와 부패의 사슬 때문에 IMF를 초래한 것 아니겠습니까? 왜 10여년이 지나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려고 하는지. 참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