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너무 폭락한다고? 아직 멀었다
[송기균의 마켓뷰] 적정환율은 950원 수준
그러면 자연스레 이런 질문이 나올 것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환율이 폭등한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흔히 말하는 시장원리에 의한 것이었을까? 그러므로 환율이 폭등하여 천문학적인 금액이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빠져나와 수출대기업의 금고로 들어갔어도 불평할 수 없는 것일까?
여기에 동의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언론에서 별 거부감 없이 사용하는 ‘고환율 정책’이라는 말 자체가 환율 결정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면 정부의 인위적 시장개입이 없었다면 환율은 어느 정도 수준에 있을까? 적정환율을 이론적으로 산정하는 것은 어렵고도 복잡하다. 그러나 복잡한 이론 대신 아주 단순한 방법으로 환율의 적정수준을 산정할 수가 있다.
다른 통화들과 상대 비교를 하는 것이다. 같은 기간 동안 주요국가들의 통화가 달러화 대비하여 얼마나 올랐는지를 계산해 보면 403.93원이나 폭등한 것이 적정한 것이었는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는 주요국 통화의 상반기 평균환율을 비교하여야 하나 편의상 가장 최근의 환율을 비교하기로 한다. 2009. 10. 21일과 2008. 2. 25일의 주요국 통화의 변동률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참고로 2009. 10. 21일 평균환율은 1179.1원이다. 2008. 2. 25 환율이 947.2원이었으므로 환율이 24% 상승하였다. 원화가치의 하락률 계산은 상승률을 역산하여야 하는데 그 결과가 19.5%라는 것을 밝혀둔다.
주요 선진국 및 아시아 국가들과 단순 비교한 결과를 보고 나면 누구나 똑같은 생각이 들 것이다. 우리나라 환율이 터무니없이 높다(원화가치가 지나치게 많이 하락하였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우선 선진국들을 보자. 일본은 달러 대비 18%나 상승하였고 유럽국가들의 통화가치는 약간 상승하였다. 영국만 예외적으로 크게 하락하였는데, 그 이유는 서브프라임 위기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영국금융기관들에 천문학적인 금액의 구제금융을 지원하였고, 그 결과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위기에 처한 특수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시아 국가들을 보자. 통화가치가 상승한 중국을 제외하고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제수준인 홍콩과 싱가포르는 통화가치가 소폭이나마 상승하였다.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경제가 취약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도 통화가치가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선진국과 아시아 국가들의 환율 변동을 종합한 수치가 따로 있다. 달러 인덱스가 그것인데 일종의 환율종합지수 같은 것으로 모든 국가의 환율변동을 종합한 것이다. 이 달러 인덱스는 2008.2.25일과 2009.10.22일이 같은 수준이었다. 다시 말하면 달러 대비 다른 모든 국가들의 환율 평균치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환율이 다른 국가들의 평균치를 따른다면 2008.2.25일의 950원 수준이 적정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현재의 환율보다 230원 정도 낮은 수준이다.
물론 다른 요인들은 고려하지 않고 단지 주요국 통화들과 상대 비교한 결과이므로 오차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 상황과 금융상황을 세심하게 따지고 들면 환율이 오를 요인보다는 내려갈 요인이 더 많이 눈에 띈다.
특히 환율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주로 외국투자자금의 유출입)를 감안하면 이런 생각이 더 강해진다. 몇 달 전 경상수지가 연속 두 달간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였고, 외국인 투자자금은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가장 많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으니까 환율은 더 낮아야 마땅하다.
환율의 적정수준에 대해 분석한 결과는 이렇다.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여 단순 계산한 적정환율은 950원 수준이다. 1200원 인근의 현재 환율은 아직도 높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환율이 폭등하여 국민들이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은 것이 시장원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인위적 개입 때문이라는 결론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필자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1982), 동원증권 런던현지법인 대표, 코스닥시장 상장팀장, 코스모창업투자 대표, 경기신용보증재단 신용보증본부장, (현) 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 저서 <불황에서 살아남는 금융의 기술>과 <유동성파티> 최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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