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는 빚, 줄어드는 소득...거품 파열 임박
[송기균의 '마켓 뷰'] 한국은행 보고서가 의미하는 것
29일자 <한겨레 신문>의 「늘어난 빚·줄어든 가계 소득 ‘가계 시름’」이란 기사의 내용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우리 경제의 버블이 위험수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은행 보고서를 자세히 보면 ‘가계와 기업의 채무부담 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채무부담 능력이란 가계와 기업이 번 돈(소득)으로 부채(대출)를 얼마나 잘 갚을 수 있느냐를 나타낸다.
가계소득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은 작년 5.8% 증가했는데 대출은 7.9%나 증가하여 가계의 채무부담 능력은 취약해졌다.
기업의 소득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지난 해 5.9%로 2007년의 6.6%보다 나빠졌다. (영업이익률 5.9%는 1600개 상장기업의 평균치이므로 비상장 중소기업을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낮아질 것이다.) 그런데 부채비율은 크게 늘었다. 소득은 감소하는데 빚은 늘었으니 기업의 채무부담 능력 역시 취약해진 것이다.
가계와 기업의 향후 채무부담 능력은 더 악화될 것이 틀림없다. 가계 소득의 가장 중요한 원천인 실질임금이 지난 해 4분기 5.9%나 감소하였는데 올해도 오를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이고, 기업의 영업이익 역시 올해 크게 줄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들어서도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은 큰 폭의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으니까 채무부담 능력은 가계와 기업부문 공히 급속히 나빠질 수밖에 없다.
요약하면 이렇다. 가계와 기업이 빚은 늘고 소득은 줄어 채무부담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달리 표현하면 경제가 나빠서 소득은 주는데 대출은 늘고 있다는 말이다.
대출 증가는 곧바로 통화량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은 앞글에서 논의했던 대로다. 그리고 통화량 증가가 시중 유동성을 늘려 800조원의 부동자금을 만들어냈다는 것 역시 앞글에서 논의했던 대로다. .(4월 24일자 및 29일자 ‘송기균의 마켓 뷰’ 참조)
풍부한 유동성이 우리 경제에 버블을 키워왔다는 것은 재삼 강조하지 않더라도 명백하다. ‘명목 GDP 대비 서울 아파트가격 배율’이 버블 팽창을 잘 보여준다. 명목 GDP란 전국민의 총소득을 말하는데 달리 말하면 전 국민의 주택구입능력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이것보다 아파트 가격이 더 빨리 오르는 것이야말로 버블현상을 나타내는 가장 훌륭한 지표다.
이 배율은 2001년 1분기 0.62였던 것이 2004년 0.82로 오르고 2008년 4분기에는 다시 1.00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한 달 간 강남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폭등세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이 배율은 올해 들어서도 급증했을 것으로 쉽게 추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겨레 신문>의 위 기사가 지적한 대로 ‘주택가격이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2009년 상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 얻은 결론은 이렇다. 가계와 기업이 빚을 늘려 부동자금이 800조로 증가하고 그 결과 자산가격에 버블을 키웠다. 그런데 가계와 기업의 소득이 크게 줄어 상환능력이 취약해졌으므로 더 이상 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버블 붕괴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한 이유다.
필자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1982), 동원증권 런던현지법인 대표, 코스닥시장 상장팀장, 코스모창업투자 대표, 경기신용보증재단 신용보증본부장, (현) 기업금융연구소 소장. 저서 <불황에서 살아남는 금융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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