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푼 돈이 '독버섯'을 키우고 있다"
[송기균의 '마켓 뷰'] 전세계 거품 꺼지는데 한국만 거품 팽창
과거 발생한 모든 버블은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를 수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풍부한 유동성을 먹고 자랐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시중에 돈이 많으면 버블이 형성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리고 돈이 엄청나게 풀리면 버블의 규모도 엄청날 개연성이 높다. 물론 붕괴 후의 후유증 역시 클 것은 자명한 이치다.
현재의 비이성적인 주가와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 바로 돈의 힘에 의해 자산가격이 수직 상승하는 버블의 전형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어떤 근거로 돈이 많이 풀렸다고 하느냐고 반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돈이 엄청나게 풀렸다고 하는데 그 근거가 어디 있느냐고 따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있다. 돈이 얼마나 많이 풀렸는지 정확히 말해주는 객관적인 근거가 있다. 그것도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집계하고 발표하는 통계수치다. 바로 통화량이 그 근거다.
통화량이란 말 그대로 시중에 유통되는 돈의 총 합계액이다.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이야기는 곧 통화량이 많다는 말과 같다.
요약하면 이렇다. 통화량이 크게 증가하면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고 그 결과 자산가격이 적정가치 이상으로 과다하게 오르는 버블이 생길 개연성이 높아진다. 버블이라는 독버섯을 키우는 것은 다름 아닌 통화량의 과다증가인 것이다.
통화량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알아보자. 한국은행이 지난 4월9일 발표한 ‘2009년 2월중 통화 및 유동성 지표 동향’에 의하면 2009년 2월 중 광의통화(혹은 총통화, M2)는 전년 동월 대비 11.4% 증가했다.
쉬운 말로 표현하면 지난 1년 간 시중에 돈이 11.4% 늘었다는 이야기다. 1년에 11.4% 증가했다면 엄청난 규모다.
더 큰 문제는 지난 3년 간 어마어마한 규모로 통화가 증가하였고 그 엄청남 금액의 돈이 시중 부동자금으로 떠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바로 버블이라는 독버섯을 키우는 토양을 만들어준 것이다.
2005년 말의 총통화(M2)의 규모는 1,021조였는데 올 2월 말에는 1,470조가 되었다. 불과 3년여 만에 44%나 증가했다. 가히 폭발적인 증가세였다.
이 수치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통화가 어느 정도 증가해야 정상인지 또 어느 정도가 지나친 것인지 평소 접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화량에 대한 기본지식이 없더라도 누구나 알 수 있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다. 버블이 생기는 근본 원인이 시중에 과다하게 풀린 돈 때문인데, 그것의 원인이 바로 통화량의 과다 증가라는 것이다.
미국이 금세기 들어 두 번이나 겪었던 버블이 과다한 통화량 증가 때문이었다고 때늦은 후회를 하며, 통화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중앙은행을 비난하는 것이 그 이유다. 우리도 지난 5년 간 겪었던 부동산 버블의 주범이 바로 이처럼 과다한 통화증가였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한 진실이다.
다시 통화량 증가로 돌아가자. 최근의 추이를 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2006년 하반기 이후 통화량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다.
2005년 이후 6~7%대였던 통화량 증가율이 2006년 하반기 두 자릿수로 급증하였다. 더 놀라운 것은 2008년 이후 엄청난 상승세를 보여 2008년 5월 15.8%까지 폭등하였다는 사실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버블의 후유증으로 통화량이 감소하고 있던 국면에서 우리만 유독 통화량이 줄기는커녕 두 자릿수도 모자라 통화증가에 가속도까지 붙었다는 사실은 놀라움의 경지를 넘어 기이하기까지 하다.
미국은 엄청난 버블이 꺼지고 통화량이 감소하는 중인데 우리는 그 기간 동안에도 통화량이 증가하였다. 다시 말하면 우리 경제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버블이 꺼지기는커녕 오히려 버블이 팽창하여 온 것이다. 그리고 그 극단적인 사례가 바로 주가와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라는 모습을 띠고 수면 위로 정체를 드러낸 것이다.
4월17일자 <한겨레 신문>에 의하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시중에 풀려 있는 800조원의 단기자금을 가리켜 ‘과잉 유동성’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통화량의 과다 증가가 바로 이 과잉 유동성의 근본 원인이고 결국 버블이라는 독버섯이 무럭무럭 자랄 서식지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따로 있다. 그것은 버블이 반드시 꺼지도록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서 논의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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