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힘'만 믿는 주식강세론자들
[송기균의 '마켓 뷰'] 버블 붕괴 전야, 돌아온 투기세력
하물며 주가가 폭등한 것은 버블이 극도로 팽창하여 붕괴지점에 가까워진 것을 의미한다. 버블은 반드시 꺼지고 버블이 꺼지면 과다하게 올랐던 가격은 단기간에 폭락한다는 것은 우리가 역사에서 배운 교훈이다. 그리고 엄청난 규모의 버블이 붕괴할 때 피해자들의 고통이 얼마나 극심한 것인지는 지금 미국 등 여러 나라가 겪고 있는 현실이다.
바닥에서 50%나 오른 주가가 버블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50% 오른 현재의 주가가 적정가격인지를 따져 보자.
지금의 주가수준이 적정가격이라면 기업이익이 올해부터 두 자리수로 증가해야 한다. 만약 상장기업의 이익이 늘지 않는다면 주가는 오른 폭의 상당부분을 반납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기업이익이 크게 감소한다면 주가는 전저점을 깨고 내려갈 수도 있다.
주가 향방을 결정할 기업이익이 향후 어떻게 될까? 기업이익을 알려면 경제를 보아야 한다. 기업이익과 경제성장률과는 상관관계가 아주 높으니까.
올해 우리 경제가 좋아질지 나빠질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세계경제, 특히 미국경제가 어떨지를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GDP의 55%를 수출이 점하고 있으니까 수출이 살지 않는데 경제가 좋아질 거라는 주장은 공상소설을 쓰는 것과 같다. 현실성이 없다는 이야기다.
전세계 GDP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5%다. 세계경제 전망을 보려면 미국경제를 보라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온다.
요약하면 이렇다. 우리 경제의 정확한 전망을 위해서는 미국경제가 어떨지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우리 기업들의 향후 이익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국경제라는 것이다.
미국경제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단기간에 회복세로 돌아설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최고의 낙관론자인 버냉키 연방은행 총재마저도 14일 애틀란타에 있는 대학교에서 한 연설에서 “급격했던 미국경제의 위축 속도가 둔화되는 조짐들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침체 속도가 둔화된다는 것도 아니고 그럴 것 같은 조짐이 보인다는 말이다. 그래도 기쁘다고 한다.
그런데도 미국경제가 올해 안에 회복세로 돌아서고 이에 힘입어 우리경제도 곧 회복할 것이라고 우기는 사람이 있을까 봐 한 가지 중요한 경제지식을 덧붙이겠다.
미국 GDP의 70%가 소비이므로 소비가 회복되지 않고는 경제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소비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두 요소는 집값과 실업률이다. 이 둘이 좋아지지 않는데 미국경제가 좋아질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넌센스다.
집값은 지난 1년 동안에 19%나 하락하였고 향후 추가로 15% 더 하락할 것이라는 게 다수 의견이다. 실업률은 어떤가? GM이 파산하면 실업률이 현재의 8.5%에서 11.5%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한다. GM은 현재 파산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경제에 더는 기댈 수 없으니까 중국경제를 들이대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 수출 비중이 미국보다 중국이 더 크고, 중국이 미국보다 먼저 경제가 회복된다는 논리다.
최근 발표된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은 6.3%로 10년래 최저치다. 전분기 6.8%보다 더 낮아졌다. 그리고 분명한 사실은 미국경제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중국경제가 회복된다 해도 오래 갈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이 세계경제의 25%를 점하고, 중국도 아직까지는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그렇다.
긴 시간과 노력을 들여 따져 본 결과 결론은 명백하다. 최근의 주가 폭등 현상을 경제 혹은 기업이익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진실은 이렇다. 지금 주식에 풀베팅하는 사람들은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 여하튼 주가만 오르면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인 것 같다. 전형적인 버블 논리다.
적정가치(Fair Value)에 관계 없이 돈의 힘으로 얼마든지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용기가 대단한 사람들이다. 버블의 끝이 어디인지를 우리는 현재도 미국을 비롯한 수많은 국가에서 목격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들이 진정으로 믿는 것은 '돈의 힘'이다. 부동자금이 800조라니까 그 중 1%인 8조만 증시에 들어와도 코스피가 1400P는 간다는 믿음으로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수한 것이다.
주가는 그들이 말한 1400P 근처까지 왔는데 믿었던 부동자금은 들어 오지 않는다. 예탁금이 늘긴 했지만 차익거래자금과 외국인 매수자금을 빼면 신규 유입자금은 얼마 되지 않는다. 주식형 펀드 투자자들은 그나마 손실이 줄자 서서히 환매에 나서고 있다. 주가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면 환매속도가 급속히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혀 근거가 없는 경제회복-지금 당장이 아니라 향후 6개월 내지 9개월 후라는 무책임한 기간을 제시하면서- 논리를 들고 나오는 저의가 나는 몹시 궁금하다.
주식 강세론자들-주가가 바닥에서 50%나 오른 후에도 주식을 사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다소 뻔뻔스럽기까지 한-이 믿는 돈의 힘의 정체가 과연 무엇이고, 그것의 위력이 얼마나 지속될지를 아는 것도 향후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는데 대단히 중요하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심도 있는 논의를 전개하도록 하겠다.
필자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1982), 동원증권 런던현지법인 대표, 코스닥시장 상장팀장, 코스모창업투자 대표, 경기신용보증재단 신용보증본부장, (현) 기업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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