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좀비의 저주'가 세계를 망치고 있다"
<뷰스칼럼> 좀비은행, 좀비공장, 좀비국가...'좀비 전성시대'
"지금 오바마 정권은 온통 '씨티 살리기'에만 매달려 있다. 오바마 경제팀이 모두 씨티 관계자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을 다녀온 '미국통'인 한 교수의 말이다. 가이트너 재무장관 등 오바마 경제팀이 예외없이 클린턴정권 시절 5년간 재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의 휘하 사단이기 때문에, 씨티에게 최대한 유리한 방법을 찾느라 시간을 탕진하며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는 "월가에선 벌써부터 오바마가 재선을 하지 못할 것이란 냉소적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오마바 경제팀이 요즘 하는 모양새를 보면 갈팡질팡이다. 미정부는 씨티 주식 36%를 정부주로 전환시켰다. 누가 봐도 국유화다. 그러나 미정부는 절대로 국유화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씨티 경영에도 관여하지 않겠다고 천명하고 있고 인책도 하지 않고 있다.
첫 단추인 씨티를 이렇게 엉성하게 푸니, BOA, 와코비아, AIG 등 다른 부실금융기관들 처리도 미적지근하다. 밑빠진 독에 열심히 물만 퍼붓고 있을뿐이다. <블룸버그>의 여성애널리스트 캐롤린 바움같은 경우는 칼럼을 통해 "좀비은행들을 퇴출시켜야 건정한 은행들이 산다"며 과감한 구조조정을 촉구하나, 오바마 정부는 '대마불사'를 이유로 머뭇거릴 뿐이다. 그러다보니 시장의 반응은 냉랭, 이들 주가는 휴지조각 수준인 1달러 안팎으로 추락했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전야때와 같은 풍광이다.
오바마는 GM 등 '빅3' 처리를 놓고도 머뭇거리고 있다. 자신의 강력한 정치적 기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법은 분명하다. 판매가 반토막나 현금이 고갈됐음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구조조정에 강력저항하며 국민돈으로 계속 월급을 받아가겠다고 하는만큼, '파산후 구조조정'만이 해법이라는 사실을 오바마도 잘알고 있다. 하지만 못하고 있다. 이래서 워싱턴 일각에서 "GM이 오바마의 무덤이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풍광 2. 지금 달러는...
"달러화가 몇년간은 강세로 갈 것이다."
김종인 전 경제수석의 최근 진단이다. 달러화가 약세로 가면 미국이 쓰러지고 세계경제도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로 오바마 정권은 '강한 달러'에 목숨을 걸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중국으로 건너가 "제발 미 국채를 팔지 말고 계속 사달라"고 호소했다. 엔고로 허덕이던 일본의 아소 다로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뒤 "기축통화가 바뀌면서 달러화가 폭락하는 것은 일본의 국익을 현저히 해친다. 달러 기축통화의 안정이 우리의 기본적 방침"라고 말했다.
오바마가 '강한 달러'에 필사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오바마는 올해 1조7천500억달러의 재정적자를 선언했다. 여기에다가 미국은 지난해 6천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봤다. 둘을 합하면 2조3천500억달러가 된다. 미 역사상 최대규모의 '쌍둥이적자'다.
다른 나라같으면 디폴트가 났어도 골백번 났을 일이다. 미국이 디폴트를 막는 길은 단 하나다. 미국내로 매일 65억달러가 순유입되도록 하는 것뿐이다. 돈의 흐름이 정반대로 되면 미국은 그날로 끝장이다. 그러다보니, '강한 달러' '강한 국채'를 선택할 수밖에 없고, 세계도 울며 겨자먹기로 일단 이에 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국제적 미스테리인 '달러 퍼즐'의 본질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가능할까. 환율 패권을 노리는 중국은 "오래 갈 수 없는 현상"이라고 단언한다. 월가 일각에서도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당장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리더십'이 허당이었다고 시장이 판단하면 상황은 급변할 것이다. 요동칠 것이다. 지금 위기가 '2파'라면, 그때는 '3파'가 몰아칠 것이다.
풍광 3. 지금 세계는...
"지금쯤 쓰러져야 할 기업들이 각국 정부 지원으로 버티고 있다. 이러면 정말 세계불황이 장기화할지도 모른다."
삼성그룹 관계자의 말이다. 한 예로 반도체업계의 경우 수년간 펼쳐진 치열한 치킨게임의 결과, 경쟁력 없는 독일, 대만 반도체기업들이 줄줄이 탈락하고 있다. 문제는 세계불황을 명분으로 각국 정부가 WTO 등 각종 국제규약을 묵살하고 이들을 연명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 표'를 의식한 행위들이다.
지금 세계각국은 막대한 경기부양책을 펴고 있다. 문제는 경기부양의 상당 내용이 도태기업들을 보호하는 데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상의 보호주의다. 보호주의는 '과잉공급 해소'를 가로막는다. 공황의 한 축인 과잉공급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불황은 계속되고, 결국 대공황때 그러했듯 과잉공급 문제를 일거에 해소하기 위한 '전쟁' 같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위험성만 높아질 뿐이다.
세계는 지금 점점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다. 이유는 좀비들 때문이다.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좀비은행, 좀비공장, 좀비국가들이 발목을 잡아 끌어당기고 있다.
'좀비의 저주'가 세계를 망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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