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컨트리-글로벌 리스크' 희생양 되나
<뷰스칼럼> 해외악재에 '한반도 위기' 가세, "달러 사재기" 난리
16일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은 23.3원이나 수직폭등하고 코스피지수는 급락했다. 국고채 금리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급등했다. 한국물에 붙는 가산금리도 급상승하고 있다. 외국인-기관이 대거 빠지면서 개미들의 놀이터가 된 코스닥만 무의미한 상승을 기록했을 뿐이다.
이날 금융시장 불안은 '글로벌 리스크'와 '컨트리 리스크'의 합작품이다. 세계위기와 한반도위기가 한꺼번에 시장을 강타했다는 의미다.
글로벌 리스크...동시다발형 2파 도래
'글로벌 리스크'가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상징되는 1차 글로벌 리스크가 '미국발'이었다면, 이번 2차 글로벌 리스크는 '동시다발형'이다. 미국, 유럽, 아시아 가릴 것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위기가 표출되기 시작한 형국이다.
우선, 미국부터 보자. 월가의 <월스트리트저널>과 <로이터>가 GM의 파산보호신청설을 일제히 타전했다. GM 이사회가 오는 17일 파산신청에 앞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수순밟기 냄새가 짙다.
미국의 양대 유력지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그리고 월가의 <마켓워치>는 미국 상업은행들이 지급불능 위기에 직면했다며 '스웨덴식 전면 국유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미국 제조업-금융업이 한꺼번에 수술대에 오를 시간이 임박하고 있다는 신호다.
유럽쪽 분위기도 장난이 아니다. 영국-러시아 디폴트설에 이어 이번엔 아일랜드 디폴트설이 가세했다. 아일랜드 국가신용등급은 세계최고인 AAA다. 그러나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아일랜드 국채의 CDS스프레드(파산위험 가산금리)는 15일 역대최고인 377bp로 높아졌다. 이는 신용등급이 11계단이나 낮은 투기등급의 코스타리카 국채보다도 11bp나 높다. 신용등급 자체가 무력화된 상황이다.
동유럽 신흥국가들의 무더기 디폴트설은 새로운 얘기도 못된다. 서유럽이든, 동유럽이든 한 나라가 쓰러지면 도미노식으로 연쇄도산할 것이란 관측이 연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아시아도 쇼크 대열에 합류했다. 일본은 16일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을 -3.3%로 발표했다. 연율로 환산하면 -12.7%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본 대표기업 50개사를 기준으로 하는 회사채의 스프레드가 490bp로 폭등했다. 이 또한 역대최고치다.
지구촌에 지금 안전지대는 없는 것이다.
컨트리 리스크...'강 대 강'에 달러사재기 파동
가뜩이나 해외악재에 취약한 나라가 한국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미 지난주말부터 불거진 각종 해외악재로 1400원을 돌파한 상태다. 여기에다가 16일 남북 군사충돌 가능성, 즉 컨트리 리스크가 가세하면서 환율은 23.3원이나 수직폭등했다.
북한은 대포동 2호 발사 가능성, 국지전 가능성 등으로 그동안 긴장도를 높여왔다. 그동안 시장은 '둔감'한 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컨트리 리스크에 거의 꿈쩍 안했다. 그러나 16일 요동치기 시작했다. 환율이 단박에 23.3원이나 폭등했다. 시장에서 "달러 사재기 수준"이란 비명까지 나올 정도로 수직폭등했다.
원인은 북한이 이날 인공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대포동 2호 발사 의지를 분명히 한 데다가, 이상희 국방장관 역시 국회 답변에서 북한이 장사정포를 발포하면 발사지점에 타격을 가하겠다는 군사대응 방식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이회창 자유선진당총재도 북한 포대가 도발하면 즉각 포대를 포격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지난 10여년간 한반도에서 사라졌던 것으로 인식돼온 남북 군사충돌 가능성이 현실로 급부상한 것이다.
말 그대로 '강(强) 대 강(强)'의 정면 충돌 기류다.
불확실성 시대, 아니 스모그 시대
흔히 시장의 최대 악재로 '불확실성'을 꼽는다. 그런 면에서 지금 한국은 안팎으로 최악의 불확실성에 휩싸이고 있다. 새벽녁의 희뿌연 안개 정도가 아니라, 대낮에도 거의 앞이 잘 안 보이는 스모그 수준이다.
해외악재는 우리 힘을 넘어서는 문제다. 당사국들과 국제기구가 잘 풀어주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GM 등 미국 빅3가 빨리 파산신청을 하고, 이로 인해 거대한 추가부실을 떠안게 된 미국 상업은행들이 국유화되는 게 단기적으로 고통이 불가피하나 중장기적으론 불확실성 해소라는 측면에서 좋을 소식일 수도 있다.
유럽, 아시아의 고통도 '과잉소비-과잉생산'의 필연적 거품 제거 과정이란 측면에서 보면 악재만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맞을 매를 빨리 먼저 맞는 게 도리어 세계경제를 위해선 좋을 수 있다.
문제는 우리의 컨트리 리스크다. 남북끼리 '냉적적 군사충돌'이라는 시대착오적 행위를 하면 단언컨대 더이상 지구촌에서 우리가 설땅은 없다. 공멸할뿐이다.
어쩌면 국제사회는 내심 이를 바랄지도 모른다. 한국이 붕괴되면 세계 불황의 근원인 '과잉공급' 문제도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래선 안된다. 글로벌 리스크는 역부족이나, 컨트리 리스크는 우리 하기 나름이다. 설마설마 하다간 정말로 통탄할지도 모른다. 이런 일만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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