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천재' 천정배, 대권후보인가
[김행의 '여론 속으로'] <4> 친노, 낮은 지지도, 출신지역이 걸림돌
근거는 이렇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2001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당내 경선에 뛰어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노무현을 지켜온 유일한 당내 친노인사다.
노무현 대통령의 후보시절, '경호실장'이라는 별칭까지 붙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도 사실은 당 밖의 인물이었다. 덕분에 천 장관의 정치적 입지는 단단했다.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았을 때, 그도 덩달아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 노대통령의 지지율은 거의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떨어져 있다. 노 대통령과 가깝다는 것이 오히려 독이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 강금실 후보는 열린우리당을 비판할지언정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그녀의 그런 태도는 결국 패배로 이어졌다. 그도 강금실 후보와 똑같은 트랩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盧 묵계 하에 盧 비판해도 국민적 호응 얻기 어려워
현재 열린우리당은 ‘반노(反盧)’까지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비노(非盧)’인사를 내세워 노와의 관계를 탈색시켜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다. 그런데 천 장관은 꼼짝 못할 ‘친노’ 인물이다.
혹여 노 대통령과의 묵계 하에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한다고 치자.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대통령직선제를 위해 전 국민이 저항할 때, 전두환 전 대통령은 마치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직선제’를 치고받아 쟁취한 것처럼 기꺼이 깜짝쇼를 연출해 주었다.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상황이 다르다.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에는 여러 후보들 중 노태우가 밀려있는 듯한 상황이 연출되었고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직선제’라는 ‘뜨거운 감자’를 덥석 물어 삼킨 노태우 후보는 순식간에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천 장관은 지난 3년간 철저히 ‘노의 남자’였고, 노무현 대통령의 실패에 대해서 입을 다물었다. 이제 와서 노를 비난해 봤자, 정치적 꼼수이거나 정치적 배신자로 보일 뿐이다.
親盧 하려면 유시민처럼 진작 했어야 '천빠'라도 있으련만...
그렇다면 차라리 친노를 자처해야 한다. 그러나 이도 늦었다. 하려면 진작 했어야 한다. 그의 지금까지의 행적은 유시민 장관과도 극명하게 달랐다.
그는 유시민 장관처럼 ‘싸가지’소리를 들으면서까지 노무현 대통령을 위해 몸을 던지지도 않았다. 유 장관은 피아를 분명하게 구분하는 전선을 구축하면서 무참히 난도질도 당했지만 동시에 ‘노빠’에 상응하는 ‘유빠’라는 전리품과 대중 인지도를 챙길 수 있다. 정치인에겐 악명도 유명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친노’를 자처하기엔 노무현의 지지율이 너무 바닥이다. 그러니 ‘천빠’가 생기기를 기대하기도 난망한 상황이다. 때문에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이다.
대중성은 노력한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다
그의 낮은 대중적 인기도도 커다란 걸림돌이다. 그의 지지율은 고작 2~3%정도다. 요는 대중성이라는 것이 노력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쳇말로 신인배우나 가수도 데뷔 때 알아보듯이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조연급과 주연급이 다른 것이다.
전원주는 아무리 떠도 조연이다. 어쩌다 단막극의 주연은 맡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주연급은 아니다. 이영애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진정성을 갖고 민심대장정에 나섰지만 그의 낮은 지지율은 꿈쩍도 않는다. 조연급이기 때문이다. 천 장관도 마찬가지로 조연급이다.
더구나 ‘개혁 탈레반’이라는 별칭이 나돌 정도로 원칙주의자인 그의 대중적 흡인력은 여타 유력정치인들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그는 지난 3년 반 동안 유시민 장관처럼 악다구니로 싸우던지, 아니면 새로운 리더십의 유형을 제시하며 단박에 주연급에 진입했어야 했다.
‘목포 천재’라는 출신지역도 그를 옥죄는 사슬, 그는 조연이다
‘목포의 천재’라는 그의 출신지역도 그를 옥죄는 사슬이다. 노 대통령 이후 영남권에서 열린우리당의 득표율이 25% 정도 된다지만,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그나마 부산출신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영남유권자들이 굳이 호남출신 대통령을 찍어 줄 이유가 없는 것이 우리의 정치 현실이다. 마치 호남에서 한나라당후보를 찍을 이유가 없듯이. 그래서 ‘호남후보 필패론’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DJP 구도 + 알파’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거물급 정치인도 아니다. 적지 않은 유권자들이 김대중 후보에겐 민주화의 희생에 따른 막연한 부채감을 갖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천 장관은 그저 양지를 달려온 엘리트 정치인이다.
결국 그의 한계는 분명하다. 그는 조연이다.
그러나 그는 어떤 의미에선 정동영 전 의장보다 더 호남의 대표성을 갖는 정치인이 될 수는 있다. 정동영 전 의장의 고향은 전주고, 그는 목포 출신이기 때문이다. 목포라는 지역의 정치적 상징성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고건 전 총리보다도 더 강력한 호남의 대표주자가 될 가능성은 있다.
여기에 그의 정치적 선명성이 부각된다면 그는 일정한 지분을 가진 지역의 맹주로 발돋움 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주연급은 아니다. 때문에 대권후보가 된다면 결과는 필패다. 2007년 대선에서의 그의 역할이 궁금해진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