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국세청장이 13일 '그림 청탁'의혹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 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측 인사들과 골프를 치고 이 대통령의 동서와 식사를 함께 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해 청와대로부터 구두 주의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한 청장의 경질이 초읽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13일 <시사저널>에 따르면, 한상률 국세청장은 크리스마스인 구랍 25일, 경북 경주로 내려가 포항 지역 주요 인맥들과 골프를 쳤다.

한 청장이 라운딩을 한 이들은 대부분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가까운 인사들로, 이 전 부의장 최측근으로 통하며 포항에도 여러개의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강석호 한나라당 의원, 포항에서 가스제조회사를 운영하며 포항상공회의소 회장과 경북상공회의소협의회 회장을 맡고있는 최영우 씨, 자동차 부품회사를 운영하며 지난 총선때는 공천을 신청했던 김은호 씨 등이 참여했다.

한 청장은 이들과 이 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라운딩을 즐긴 뒤, 대구로 올라와 또다른 지역 유지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이 자리에는 이 대통령의 손윗동서인 신기옥 씨가 참석했다. 신 씨는 김윤옥 여사의 셋째 언니 김숙혜 씨의 남편으로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막후에서 도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찬에는 코오롱 전 영남본부장을 지내고 대구 지역 포항향우회 회장을 지낸 김모 씨, 부동산 임대업 등을 주로 하는 대구 지역 포항향우회 회장인 원모 씨, 정모 병원장, 지역의 한 세무서장 등 5명이 함께했다. 이들 역시 이 전 부의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지고 있다.

<시사저널> 보도에 대해 일본에서 귀국한 한 청장은 이 날 기자들과 만나 골프를 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누구와 쳤는지는 밝히지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 청장은 이 대통령 동서와의 식사 회동에 대해서도 "인사는 했는데 (신기옥씨란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그 자리에서 신씨에게 충성맹세를 하고 국토해양부 장관 자리를 청탁했다는 설에 대해서도 "말이 안된다"고 부인했다.

청와대 민정라인은 제보가 들어와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한 청장에 대해 '주의' 통보를 줬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또한 그림 로비 의혹에 대해 한 청장과 전군표 전 청장이 모두 부인하고 있으나 "정황상 문제가 있어보인다"는 판단아래 내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한 청장은 벼랑끝에 몰린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