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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 '인물중심 다극 구도'로 간다

[김행의 '여론속으로']<3>이명박 세력 탈당 여부가 변수

한나라당의 7 &#8228; 11 전당대회 후유증이 간단치 않다. 그 파장은 내년 대선 구도를 송두리째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 만일 이재오 최고의원이 사퇴를 포함한 강수를 둔다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중심으로 한 독립 세력이 나타날 개연성도 있다.

이 경우 내년 대선은 정당중심의 구도가 아니라 인물중심의 구도로 바뀌게 된다. 즉, 박근혜, 이명박, 고건, 손학규, 그리고 여권 주자가 각각 하나의 극을 이룬 다극(多極)체제를 의미한다.

사실 이 가능성은 상존해 있었다. 한나라당엔 유력 주자가 너무 많고, 고건 전 총리는 여전히 장외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태생적으로 내년 대선은 정당을 중심으로 하나의 당에서 한 명의 후보를 내는 것이 아예 어려운 구도인 것이다.

이번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정당구도가 깨지고 인물 중심의 다극구도로 가는 극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7 &#8228; 11 전대 파장으로 정당구도 깨지고 인물 다극구도 전개될 수 있어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당내에서 친 이명박계로 손꼽힌다. 작년 11월 자신의 저서 출판기념회를 찾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어쨌건 이재오 최고위원은 당규에서 정한 룰대로라면 패배했다. 비록 선거 과정에서 이명박 측이 됐던 박근혜 측이 됐던 대의원들에 대한 영향력 행사가 있었다손 치더라도 그 결과를 뒤집을 수는 없다. 그것이 선거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월드컵 축구경기를 봐도 경기 내용은 우세였지만 결과는 패배인 경우가 적지 않다. 전후반, 그리고 연장전 후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승부차기로 승패를 가르기로 룰을 정했다. 그런데 진 쪽에서 ‘경기내용은 우리가 훨씬 좋았다. 승부차기는 운이지 진정한 축구가 아니다’ 라며 불복한다면 그 팀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비난뿐이다. 잘못됐다면 룰이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룰이 정해졌으면 결과는 뒤집을 수 없다.

7 &#8228; 11 전대 결과 박근혜 전 대표의 ‘완승’이라 할 수 없어

그렇다고 박근혜 전 대표가 완승한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정치적 부담이 너무 커졌다. 내년 대선까지 1년 6개월. 박 전 대표는 대표직을 떠난 뒤 당분간 정치 전면에서 철저히 잠수했어야 했다. 남아있는 시간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현재 여론조사로 보면 박근혜, 이명박, 고건 등이 20% 전후의 지지율로 엎치락뒤치락하면서 1위 다툼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금 1위라면 그 1위를 1년 6개월 동안 지켜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언제 어떤 계기로 지지율이 곤두박질 할 지 아무도 모른다. 군웅할거에 비할 수 있는 다극구도에서는 더욱 그렇다. 마지막 승리자는 대선 막판에 치고 올라오는 ‘떠오르는 스타’였음은 우리가 숱하게 목도해오지 않았는가. ‘떠오르는 스타’기 ‘막판에 등장한 후보’를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숱한 전투에서 이기고 지면서 마지막 전쟁을 승리한 후보를 말한다.

모든 선거는 구도싸움이다. 그러나 지방선거 &#8228; 총선과 대선은 그 양상이 판이하게 다르다. 지방선거와 총선은 철저히 당 대 당 싸움이다. 반면 대선은 인물싸움이다.

전대 '불공정' 강조하며 후보 선출방식 변경 명분 쌓아가는 이명박

현재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싱글 디지트(10%미만)이고 한나라당은 50%에 육박한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게 된다. 싸움판의 구도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는 기존 정당간의 이합집산을 통해 정계개편이 일어나지 않는다. 인물을 중심으로 정계개편이 일어난다.

마침 열린우리당은 14일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국민 누구라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참여경선제)를 도입키로 했다. 고건 전 총리 등 당밖의 인재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이다.

당내 세력분포에서 불리함을 인식한 이명박 전 시장의 측근의원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일반당원과 일반국민이 5대 5의 비율로 참여토록 되어 있는 대선후보 선출방식에 열린우리당의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각을 세웠다. 7 &#8228; 11 전당대회의 ‘불공정성’을 강조해 대선후보 선출방식 변경의 명분 쌓기로 해석된다.

이제 본격적인 다극 정치가 펼쳐질 전망이다. 유력인물들이 그 극점에 포진되어 있다.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고건, 그리고 여권 후보. 이들은 앞으로 여론과의 치열한 전쟁을 벌여야 한다. 한치 앞도 예측키 어렵다.

정치 최일선에 부상해 있는 박근혜, 이명박이 치명타를 입으면 잠행 중인 손학규가 급부상할 수도 있는 것이 정치다. 여권 후보는 내년 4월 이후에나 실체를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멀고도 험한 길이다.

각 극점에서 스러져 가는 별도 있고 새로운 별자리가 생길 수도 있다. 마지막까지 빛나는 별이 누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당권을 장악했다 해도 민심에서 밀리면 끝이다. 이명박, 고 건도 언제 꺼질지 모른다. 손학규는 피워보지도 못한 채 질 수 도 있다. 아직, 전쟁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김행 여론조사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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