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국제 금융위기의 소용돌이가 커지는 가운데 진짜 충격스러운 것은 한국과 러시아, 브라질 같은 신흥시장으로 위기가 확산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크루그먼은 27일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에서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과 다른 국가의 정부들이 은행의 구조에 나섰지만 새로운 재앙들이 다른 전선에 쌓여가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1990년대말 국제 금융위기의 핵심이었던 이들 국가는 그 경험을 토대로 미래의 어떤 위기에도 자신들을 보호할 것으로 여겨진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쌓았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든 사람들이 미국과의 탈동조화(디커플링)를 거론하기도 했다면서 그때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지금 신흥시장들은 큰 곤경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젠이 신흥시장의 경착륙이 2차 진앙이 될 수 있다고 말한 점을 거론하면서 이렇게 된 이유로 은행과 기업 등 민간부문이 많은 외화부채를 가져다 쓴 점을 지적했다.

그는 1990년에는 많은 외채를 지고 있다 달러가 고갈되자 취약해진 신흥시장 정부들은 이후 많은 외환보유고를 쌓고 돈 빌리는 것에도 신중해졌지만 민간 분야에서는 그렇지 못했다면서 러시아를 예로 들어 은행과 기업들은 루블화보다 달러화 금리가 낮은 점 때문에 해외에서 돈 빌리기에 너도나도 나섰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때문에 러시아 정부는 많은 외화보유고를 쌓은 반면 러시아의 기업과 은행은 외화 부채를 많이 져 이제 자금줄이 끊기자 곤경에 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1990년대말 금융위기는 당시에는 큰일처럼 보였지만 지금 세계가 겪고 있는 위기에 비하면 '해변에서 보낸 하루'라면서 현재 위기의 심각성을 평가하고 이를 아일랜드의 시인 예이츠의 글 '재림'(再臨 : The Second Coming)의 문구와 비유했다.

그는 '커지는 소용돌이 속에서 돌고 돌면서, 송골매는 매부리(매를 기르고 부리는 사람)의 소리를 듣지 못하네. 모든 것은 산산조각나고 중심은 지탱되지 않네'라는 문구를 인용해 현재 위기의 소용돌이는 새롭고 오싹한 방식으로 커지고 있고 폴슨 장관은 무기력한 매부리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시스템의 계속되는 어려움에 더해 헤지펀드 및 신흥시장의 곤경은 서로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고 나쁜 소식은 나쁜 소식을 불러오며 고통의 고리는 계속 넓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