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금리 급등 속에서도 우리나라 가계 빚이 급증하며 총 부채가 660조 원으로 가구당 부채 4천만원 시대가 도래, 가장들의 등허리를 휘게 하고 있다.
특히 뉴타운과 재개발에 따른 잔금 대출 등으로 주택대출이 큰 폭으로 늘고, 대출기간이 단기화되는가 하면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대출비중이 높아지는 등 부채의 내용이 악화돼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불황에도 2분기 가계부채 급증
4일 한국은행의 `2008년 2.4분기 중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가계대출(622조8천948억 원)과 신용카드 등에 의한 외상구매(37조4천112억원)를 합한 가계신용 잔액은 660조3천60억 원으로 3월 말에 비해 19조8천336억원(3.1%)이 늘어나며 660조원을 돌파했다. 이를 가구당 부채로 환산하면, 가구당 3천960만원 정도로 사상 최대 규모이자 사실상 가구당 부채 4천만원 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분석된다.
2분기 가계부채에서 우선 심각한 것은 경기침체와 물가폭등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가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2분기의 가계 빚 증가 규모는 전분기(9조7천938억 원)와 작년 동기(9조9천238억 원)의 두 배에 이르렀다. 2분기 기준으로만 보면 2002년 2분기(29조원) 이후 최대 증가액이다.
가계대출은 17조9천136억 원, 판매신용 잔액은 1조9천200억 원이 늘었다.
우선 예금은행의 대출은 총 9조2천557억 원이 증가했다. 특히 아파트 중도금과 잔금을 내기 위한 주택용도 대출이 전분기의 40.7%에서 47.1%로 크게 확대됐다. 2006년 이전 아파트 호황 때 분양받은 아파트 중도금과 잔금 수요가 집중된 것.
만기는 최근의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금융권의 장기대출 기피로, 5년 이상 구성비가 41.9%에서 40.3%로 낮아졌다.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농협.수협 등 신용협동기구 대출 역시 5조1천634억 원으로 전분기보다 배이상 늘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서라도 돈을 빌렸다는 의미다.
대출 만기구조도 짧아졌다. 만기가 5년 이하인 대출 비중이 59.7%로 전분기 58.1%에 비해 늘었고 특히 2년 이상 5년 미만 비중이 26.2%로 3.5%포인트 높아졌다.
2006년 이전에 분양받은 아파트 중도금-잔금 납입을 위해 불황과 고금리 속에서도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 IHT "한국 가계부채, 전례없는 속도로 급증"
가계부채 급증과 내용의 악성화는 한국경제의 핵심 불안요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부동산거품 파열 등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가계 부실은 물론, 금융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는 기업부채가 문제였으나, 지금 위기는 가계부채에서 초래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4일 "한국 경제가 앞으로 높은 부채와 낮은 소비로 인해 타격을 입을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씨티은행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강세로 인해 원화 약세는 지속되는 동시에 가계 부채가 늘어나고 외환 보유액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다시 말해 당장 경제 위기를 촉발시키지 않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경제 전문가는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부채비율을 미국과 비슷한 수준인 170%로 추산했고, 다른 전문가들은 1997년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190%까지 잡고 있다. 특히 가계와 중소기업체가 안고 있는 채무는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며 실질소득 감소와 이익률 둔화를 동반하고 있다고 <IHT>는 지적했다.
